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 그리고 산업에서 브랜드 간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가장 쉽고 보편적인 방법은 동일한 브랜드 네임과 로고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일원화된 브랜딩 전략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죠.
그런데 M&A를 통해 한 가족이 되었지만, 피치 못할 경영적 이슈 또는 브랜드 운영 전략 때문에 브랜드 네임을 하나로 통합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비록 브랜드 네임은 다르지만 같은 회사이고 서로 연계되어 있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양한 로고 디자인 사례를 통해 패밀리 브랜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아요.
주의! 본 글에 쓰인 '패밀리 브랜딩'은 '패밀리 브랜드(또는 엄브렐러 브랜드)'와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좀 더 명확한 단어를 찾게 되면 수정하겠습니다.
1. 동일한 심볼, 색상, 서체 적용
Summit Health와 City MD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2019년 합병되었습니다. Summit Health는 1차 및 전문 케어 브랜드이고, City MD는 긴급 케어 브랜드라고 하네요. 케어라는 속성은 동일하지만 고객 접점이 다르기에 이름을 통합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두 서비스가 서로 연계되어 있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표현하기 위해 동일한 심볼과 디자인을 사용하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2. 동일한 서체 적용
MWC는 너무나 유명한 글로벌 IT쇼이고, GSMA는 이 행사의 주관사입니다. 하지만 GSMA(세계이동통신사협회)의 업무가 MWC 하나만은 아니기에, 이름을 MWC로 바꿀 수는 없죠. 기존에는 이동통신을 상징하는 심볼을 공유했었는데요, 리브랜딩을 통해 동일한 서체를 사용하는 간결한 워드마크 디자인으로 변경했습니다.
다만 동일한 서체 적용은 심볼을 공유하는 것 대비 상대적으로 인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MWC 로고 및에 GSMA를 함께 표기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3. 동일한 디자인 구성 적용
Geneverband와 Awado는 독일의 컨설팅 협회입니다. 독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여 정확한 이해는 못했지만, 두 개의 협회 브랜드를 하나로 통합하기는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대신 동일한 디자인 구성을 취하는 전략을 채택했는데요, 특이한 점은 두 브랜드를 나란히 표기할 것을 고려하여 콤비네이션 마크의 그래픽 요소를 각각 좌우 대칭으로 배치했다는 점입니다. 똑같다고 말할 순 없지만 분명 서로 연계되어있고, 함께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4. 심볼을 공유하되 색상으로 구분
UltiMaker와 MakerBot은 3D 프린터의 양대 산맥으로 2022년 합병되었습니다. 두 브랜드 모두 인지도가 높기에 하나로 통합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UltiMaker는 전문가용으로, MakerBot은 교육용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했는데요, 이에 따라 심볼을 공유하되 색상으로 구별하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5. 모듈 형식 그래픽을 통해 브랜드의 위계 체계를 표현
Anthology와 Blackboard는 교육용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기업입니다. 2021년 합병되었는데요, 비록 회사명은 Anthology로 일원화했지만 Blackboard는 하위 브랜드로서 여전히 존재합니다. 리브랜딩된 두 로고를 보면 두 브랜드의 위계체계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또 유사한 기업 또는 서비스를 M&A한다면 비교적 쉽게 하위 브랜드 로고를 정립할 수 있을 것 같네요.
6. 동일한 디자인 스타일 적용
Hotels.com이 Expedia의 자회사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몰랐거나, 알고 있더라도 체감하지는 못하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 두 브랜드 간의 연계성과 시너지를 표현할 수 있는 리브랜딩이 이뤄졌습니다. 색상과 심볼의 형태가 달라 개별적으로 보면 연계성을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나란히 놓고 보면 "형제"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참고로 위 이미지의 Expedia는 서비스 브랜드로, 기업 브랜드인 Expedia Group과는 다릅니다)
7. 번외 : 같은 이름이지만 다른 디자인으로 위계 체계 표현
우리나라에서는 시그나생명으로 유명한 헬스케어 기업 시그나는 최근 에버노스(Evernorth)라는 신규 헬스케어 기업을 자회사로 설립했어요. 그래서 기존 건강보험 사업을 영위하는 Cigna Healthcare와 원격의료, 의약품 유통 등 사업을 영위하는 Evernorth 총 2개의 자회사를 두는 The Cigna Group이 존재하게 되었죠. 이는 시그나라는 브랜드에 대해 이해도가 높지 않은 외국인으로서는 굉장히 혼란스러운 네임 체계인데요, 그래서인지 두 기업 브랜드가 다름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CI 디자인을 사용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사실 보험 업계에는 같은 이름이지만 다른 회사 Prudential 사례가 있기에, 이름이 같은데 로고 디자인이 다르면 다른 기업으로 인지할 위험성이 있어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초록색 잎사귀로 두 브랜드 간의 연계성을 부여한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여전히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브랜딩이긴 합니다.
이상으로 브랜드 네임은 다르지만 디자인을 통해 "가족"임을 표현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봤어요. 일단 네임이 다르면 브랜드 간의 연계성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브랜드 네임을 무조건 통일하자니, 고유의 브랜드 자산과 개성을 버리게 되는 셈인데, 사실 M&A로 만들어진 가족 관계는 다시 M&A로 남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당분간 다른 네임을 가진 채로 공동생활을 하는 상태를 유지하되,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브랜딩이 필요하게 된 것이죠.
이 '패밀리 브랜딩'에 정답은 없어요. 각 브랜드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대안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교한 시각적 브랜딩 전략과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되는 것은 분명해요. 브랜드비를 통해 다양한 선행 사례들을 살펴보시고, 최적의 브랜딩 전략을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