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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랜딩의 이유 - 로고 디자인 편

저희 브랜드비 사이트를 방문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키워드가 바로 '리브랜딩'입니다. 브랜드라는 개념이 대중화되고, 이미 수많은 브랜드가 각각의 시장에 탄탄히 자리잡고 있기에 요즘은 새롭게 브랜드를 개발하는 사례보다는 리브랜딩 사례가 훨씬 많아요. 다만, 리브랜딩을 살펴보려면 그 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하기에 이번에는 왜 리브랜딩을 하는지, 왜 해야만 하는지 - 리브랜딩의 이유에 대해 살펴보기로 해요. 이해를 돕기 위해 로고 디자인의 변화를 통한 최신 사례 위주로 정리했습니다. 브랜드비는 기본 요소인 브랜드 네임과 로고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를 살펴보는 사이트니까요. (단, 브랜드 네임 변화까지 살펴보려면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추후 다른 글에서 다루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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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에이전시에 다닐 때는 '리브랜딩의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왜냐면 클라이언트 대부분이 '리브랜딩을 해야 한다!'라는 대전제를 가진 채로 브랜딩 에이전시에 업무를 의뢰하기 때문이죠. 'Why - 왜 리브랜딩을 해야하는가'보다는 'How - 리브랜딩을 어떻게 잘 할것이냐'가 더 중요했죠.


그런데 에이전시가 아닌 일반 기업에서 일을 해보니, 조직 내부에서는 리브랜딩의 이유를 정립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리브랜딩의 이유를 명확히 정립해야 목표와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구체화되기 때문이죠. 비록 수많은 브랜딩 프로젝트가 '윗 분'의 "마음에 안들어, 바꿔!"라는 한 마디에 시작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명시화하는 기업이나 브랜드는 절대 없을 것입니다. 소위 바꾸기 위한 '명분 만들기'가 필요한데요, 제게 관련한 자문 요청도 종종 들어옵니다만 그 기업이나 브랜드가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일반론적인 답변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혹시 여러분 중 지금 리브랜딩을 고려 중인 분이 있다면, 아래에 분류한 다양한 리브랜딩의 이유를 살펴보고 어떤 명분이 가장 타당한지, 가장 설득력이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다시 강조드리지만 각 기업과 브랜드가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획일화된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것, 잊지 마세요!




1. 인수합병으로 인한 경영환경 변화


일반적으로 인수합병이 이뤄지는 경우 사명이나 브랜드 네임을 변경하는 사례가 많아요. 저는 네임을 바꾸는 리브랜딩은 '새로운 탄생'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로 미뤄보면 인수합병은 기업과 브랜드 정체성에 무척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라고 볼 수 있죠. 드물게 기본 브랜드 네임을 변경하지 않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디자인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브랜드 네임은 유지했으나, 불가피하게 디자인을 변경할 수 밖에 없는 사례를 살펴볼께요.


우리나라의 라이나생명은 주인이 꽤 자주 바뀐 보험회사인데요, 브랜드 인지도가 무척 높아서 이름은 꾸준히 '라이나생명'으로 유지해 왔어요. 이전 로고는 본사인 미국의 시그나 그룹의 CI와 이를 반영한 전용서체로 디자인되었는데요, 주인이 처브 그룹으로 바뀌면서 더이상 시그나의 CI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죠.

그런데 시그나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전용서체 디자인 (국문의 이응과 영문의 g, a 형태가 결을 같이하고 있습니다.)은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한글서체 디자인은 라이나생명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소유권이 라이나생명에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다만, 저와 같은 브랜딩 업계 사람들은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아이덴티티가 조합된 것이 무척 불편하게 느껴질 꺼예요.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껴입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조만간 통합된 새로운 CI 디자인이 개발될지, 아니면 또다른 인수합병이 이뤄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유럽의 양대 고속철도 브랜드, 유로스타와 탈리스가 합병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유로스타의 브랜드 파워가 강하다보니 탈리스 브랜드는 사라지게 되었는데요, 디자인마저 기존 유로스타 로고를 유지하면 자칫 탈리스 브랜드가 유로스타에 흡수되어 가치가 없어진 것처럼 보여질 수 있어요. 기존 탈리스 브랜드의 구성원 및 고객들은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겠죠? 그래서 '통합'된 새로운 유로스타를 알리기 위해 디자인 리뉴얼이 진행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이전 유로스타 로고를 무척 좋아했어서 아쉽지만, 유로스타의 변화는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합니다.




2. 사업 속성의 변화


시장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라진 시장도 있고(예를 들면 워크맨이나 필름이 있죠),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사라진 기업도 있죠. 사업 속성의 변화는 그만큼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 내리는 중요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어요.


노키아는 한 때 피처폰 시장의 글로벌 1위 브랜드였죠. 다만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여전히 어디선가 노키아 브랜드-라이센스로 피처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노키아라는 기업은 계속 존재하고 있어요. 사실 피처폰 생산 전의 노키아는 종이를 만드는 기업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일반인은 노키아를 '망한 피처폰 브랜드'로 인식하지만, 노키아 입장에서는 시장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며 함께 변화하고 성장해 온 역사의 일부분일 뿐이죠. 이제 더이상 노키아는 B2C 피처폰을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B2B 통신장비 기업입니다. 이번 노키아의 리브랜딩은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요, 리브랜딩을 통해 기업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은 그동안 축적된 자신감과 미래 비전에 대한 강한 의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분간 다른 사업으로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죠!)


우리나라 SK텔레콤의 'T' 브랜드 역시 기업의 강력한 변화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T는 대표적인 통신 브랜드였는데요, 기존과 전혀 다른 새로운 디자인으로의 변화는 AI 브랜드로 리포지셔닝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에이닷, 이프랜드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서비스를 런칭하고 있기도 하고요. 다만 아직은 소비자가 그 변화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리브랜딩을 통한 선제적인 변화가 소비자 인지 변화를 이끌어내기까지는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야나두 역시 새로운 사업분야의 확장을 알리기 위해 리브랜딩을 단행했습니다. 사실 대부분 야나두를 '온라인 영어학습 플랫폼'으로만 알고 있는데요, 홈피트니스 브랜드인 '야핏', 목표 달성 앱 '유캔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에듀테크 기업으로 한정하기엔 사업분야가 많이 다양하죠? 그래서 야나두는 '인류의 잠재력을 깨우는 모두의 성장 플랫폼'으로 브랜드를 재정의하고 로고를 리뉴얼했습니다. (크... 다양한 이종 산업을 아우르기 위한 고심이 보입니다.)




3. 사업 영역의 확장


얼핏 2번과 비슷해보이지만, 엄연히 다릅니다. 변화는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지만, 확장은 기존 영위하던 사업과 유사하거나 가까운 분야로서 아이덴티티의 속성은 결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어요.


간편 송금 서비스로 출발한 토스는 이제 은행, 증권, 페이를 아우르는 종합 금융 서비스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사업 영역은 훨씬 넓어졌지만 '금융'이라는 속성은 변하지 않았죠. 최근에는 알뜰폰 시장까지 진출했는데요, 알뜰폰 시장 진출이 성공할 경우는 통신 플랫폼으로의 변화라고 봐야 할 것 같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일 것 같네요.

다만 토스의 리브랜딩 컨셉인 '새로운 차원의 금융'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상적이고 모호한 컨셉을 선호하지 않거니와, 토스의 서비스가 앞서가는 점은 분명 있지만 '차원이 다른' 수준은 아닌 것 같거든요. 컨셉에서 출발한 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인을 설명하기 위한 컨셉으로 보입니다만, 토스가 이를 어떻게 증명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그재그는 우리나라의 버티컬 커머스의 대표 브랜드입니다. '패션 커머스'에서 '스타일 커머스'으로의 확장을 표현하기 위해 리브랜딩을 단행했다고 합니다. 패션과 스타일은 같은 분야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텐데요, 일반적으로 스타일은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해요. 의류부터 화장품,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아우르고 있죠. 사실 뭐든지 다 우겨넣을 수 있는 만능치트키와 같은 컨셉 단어입니다만, 주로 패션&뷰티 산업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디자인 상으로는 기존 로고가 아기자기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강했다면, 새로운 로고는 탄탄하고 중성적인 이미지입니다.




4. 시장 확대


일반적으로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대를 의미합니다. 사업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더 넓은 시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죠. 기존 시장에서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방은 우리나라 대표 프롭테크 기업입니다. 흔치 않은 우리말 브랜드 네임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글로벌 시장 진출을 표방하며 영문표기의 로고 디자인으로 변경했습니다. 사실 직방은 3번 사업 영역 확장 사례로도 볼 수 있는데요, 단순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넘어 IoT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홈 서비스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심볼은 Beyond Home이라는 컨셉을 표현했다고 하네요.



최근 리뉴얼한 설화수 역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한자 로고를 버리고 영문 로고만 사용하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설화수는 다음에 설명할 5번에도 해당하는 리브랜딩 사례인데요, 기존 중장년층 연령대와 국내 및 중국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었지만, 더 젊은 고객층과 북미 등 새로운 시장으로 확대를 위해 변화했다고 합니다. 워낙 매니아가 많은 브랜드인지라 이번 리브랜딩은 기존 고객층의 반발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5. 고객 변화


일반적으로 브랜드의 고객 변화는 더 많은 고객을 수용하기 위한 쪽으로 변합니다. 특히 장수 브랜드일 수록 기존 고객과 함께 신규 고객인 젊은 세대를 아우르기 위해 리브랜딩을 하는데요, 대부분 젊어보이는 것을 좋아하기에 성공확률이 높습니다. 다만 브랜드의 개성이 모호해지고 자칫 고유의 색깔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겠습니다.



김밥으로 유명한 분식 프랜차이즈 김가네는 MZ세대를 포용하기 위해 리브랜딩을 했다고 합니다. 네? 어디가 MZ세대냐고요? 디자인 자체보다는 브랜드 표기 방식에 유의해서 보세요. 요즘 '심심한 사과' 건으로 MZ 세대의 문해력 논란이 있었는데요, 이와 더불어 한자를 못 읽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사자성어가 익숙한 옛날 사람으로서 '설마 이정도까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김가네의 새로운 로고는 아무튼 한자를 못 읽는 사람을 고려한 유니버셜(?) 디자인인 것입니다.



에몬스가구 역시 노후화된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리브랜딩을 했습니다. 사실 20여년간 브랜딩 업계에서 일을 해온 저조차도 '에몬스'의 영문철자를 몰랐을 정도로, 철저히 한글로고를 사용해온 에몬스가구는 40여년 역사의 오래된 브랜드입니다. (유사한 브랜드로 '보루네오'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유통방식인 대리점 운영을 통한 판매를 해왔는데요, 온라인몰을 도입하고 타겟을 기존 4~50대에서 MZ세대로 넓히기 위해 리브랜딩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감성, 요즘 공간'이라는 슬로건은 아이러니하게도 '나 늙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물론 저는 옛날 사람이니까 MZ세대의 반응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6. 트렌드 반영


약간 5번과 결을 같이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타겟 고객을 변화한다기보다는 보편적으로 '젊은(이라고 쓰고 '뒤쳐지지 않는'이라고 읽습니다)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한 리브랜딩으로 이해해 주세요. 기업이나 브랜드 본연의 정체성 변화보다는 외부 트렌드 환경 변화를 반영한 리브랜딩입니다. 플랫디자인이나 디지털 환경 적용성 등을 디자인 업계의 트렌드가 가장 많이 표현되는 사례죠.



입체 효과를 주는 그라데이션을 빼고 트렌드인 플랫디자인으로 변화한 신한은행입니다. 색상 역시 요즘 유행하는 디지털 컬러를 도입했네요.



순천향대학교 역시 다양한 색상을 빼고 단색으로 심플하게 변화했습니다. 한글로고를 키우고 글줄의 너비를 맞춤 정렬한 것도 디지털 환경에서의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보입니다.



두산 그룹의 로고 역시 프레임을 걷어내고 간결한 워드마크로 리브랜딩했습니다. 프레임을 걷어내면 같은 크기의 공간에서 로고가 훨씬 큰 사이즈로 노출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해외의 유서깊은 기업도 트렌드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나 봅니다. Bechtel은 무려 1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기업인데요, 이전 로고가 언제 디자인되었는지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무척 오랫만에 리뉴얼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주로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는 윤활유 제품인 Castrol역시 트렌드를 반영하여 프레임을 걷어내고 그라데이션 효과를 없앴습니다.




7. 주기적 변화, 창립 00주년 기념


주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보이는 리브랜딩의 대표적인 명분 중 하나입니다. 특히 유서 깊은 기업일 수록 '창립 00주년'을 강조하는 것 같아요. 또, 외부 환경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독과점이나 공적 성향의) 기업일수록 리브랜딩을 해야할 명분이 거의 없기에, 리텐션(Retention) 개념으로서 리브랜딩을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재보험은 B2B에 특화된 분야로서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코리안리 재보험은 무력 60년의 역사를 지닌 재보험 손해보험사입니다.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로 거의 독점적인 위치인지라 위기라던가 위협이라던가 등의 외부 환경의 영향요소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리브랜딩도 "창립 60주년,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맞이하여 변화했다"라는 리브랜딩 이유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다산네트웍스 역시 B2B기업으로 노키아와 유사한 통신장비 분야의 중견기업입니다. 이번에 창립 30주년을 맞아 CI를 변경했는데요, 기업의 경영목표를 담았다고 합니다.




8. 유사성 논란


8번과 다음에 나오는 9번은 부정적 이슈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리브랜딩이 진행되는 케이스입니다. 사실 부정적 이슈는 널리 알리지 않는 편이라 보도자료 등에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기에, 미루어 짐작해볼 따름입니다. 특히 유사성 논란은 로고를 개발한 입장에서는 아주 치명적이라 쉬쉬하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 사례가 거의 없어서 좀 많이 거슬러 올라갔음을 양해해 주세요.


지자체 로고는 지자체의 수장이 바뀔 때마다 변화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송파구의 리브랜딩은 드물게도 2년만에 리브랜딩을 한 케이스입니다. 리브랜딩 이유 중에 하나가 특정지역 특정회사의 로고와 유사하다는 것인데요, 송파구의 'ㅅ'을 형상화한 심볼 디자인이 '광주은행' '전북은행' 등을 보유한 JB금융그룹의 CI와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디테일을 보면 같다고 말할 수는 없는데요, 'ㅅ'의 형태 (광주은행의 'ㅅ'은 사람 인人을 형상화했다고 합니다.)와 푸른색 계열의 색상이 전체적으로 비슷한 인상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해뜨는 서산의 로고는 2015년 발표 당시 표절 논란이 있어 바로 교체된 드문 사례입니다. 공적인 성격의 지자체에서 표절 논란이 있는 디자인을 계속 가져가기란 불가능한 일이죠. 우연의 일치인지, 정말 표절을 했는지는 디자이너의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는데요, 세상의 수많은 로고 디자인 중에 유사성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아요. 특히 형태적인 단순화를 추구하는 요즘 디자인 트렌드에서는 일반인이 보면 다 비슷비슷한 로고 디자인으로 보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공공기간 외 상업적 성격의 브랜드는 업종이나 제품군이 다르면 유사성 이슈가 발생해도 계속 유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표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9. 위기 극복


'위기 극복' 역시 수많은 리브랜딩의 가장 핵심적인 이유입니다. 다만 공식적으로 이를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 누가 "우리 브랜드가 망해가고 있어서 리브랜딩을 했다"고 대놓고 말할 수 있을까요? 브랜드가 하락세에 돌입하기 전에 미리 리브랜딩을 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대부분 최악의 상태를 직면하고 나서야 뒤늦게 부랴부랴 리브랜딩을 하게 됩니다. 다만, 이를 유추할 수 있는 팁을 말씀드리자면, 제 경험 상 장황하고 뜬구름 잡는 컨셉 설명이 있는 브랜드들이 대부분 하락세에서 리브랜딩을 했고, 또, 리브랜딩을 잘못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위기 극복을 위한 리브랜딩 사례로 들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요, 조심스럽게 최근 가장 유명하고 이슈가 되고 있는 이니스프리로 설명드릴께요.




이번 이니스프리의 리브랜딩에 대한 호불호, 찬반 의견이 분분한데요, 아직 매출, 고객 선호도 등 객관적으로 성공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없기에 평가는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리브랜딩의 이유는 여러 보도자료와 관련 글을 통해 '위기 극복'이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 바닥 찍고 반등한 이니스프리, '서민정 승계 지렛대' 역할 커지나 @ 더벨>


이니스프리는 중국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는데요,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의 불매운동과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최근 매출이 급격히 줄고 2021년 적자로 돌아서기까지 했어요. 추측건대 적자전환 후에야 리브랜딩을 결정했고, 그 개발 결과가 최근에 발표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리브랜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니스프리의 정체성을 잃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자연주의'로 대표되던 브랜드 컨셉을 '자유&생동감'으로 변화한 것이 그 이유로 보입니다. 컨셉 변경에 대해서는 새로운 돌파구인 북미 시장을 타겟으로 했다는 글이 있었는데요(아래 링크 참고), 저는 추가적으로 이니스프리의 '종이병 사태'를 언급하고 싶어요.


<이니스프리 종이병 사태… 그린워싱, 나도 속고 있을까 @ 국민일보>


자연주의 컨셉의 연장선상으로 친환경 종이병을 개발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알고 보니 안에 플라스틱 병이 들어 있었죠. 비록 외부를 종이로 감쌈으로써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감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를 '종이병'이라고 받아들일 수는 없었어요. 좋은 의도였지만 잘못된 마케팅으로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를 생산했죠. '자연주의'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연주의' 자체는 보편타당하게 선호되는 좋은 컨셉인데요, 이를 버리고 스킨케어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자유&생동감'을 컨셉으로 채택한 것은 개인적으로 무리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로고 디자인의 형태적인 측면에서도 어디가 '자유'이고 어디가 '생동감'인지 갸우뚱해요. (저는 로고가 inni - SF- ree로 읽혔거든요. 한때 SF 마니아여서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어려운 리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이니스프리 리브랜딩에 관한 상세한 분석 내용은 아래 관련 글을 읽어보세요. 저도 덕분에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호불호 갈리는 이니스프리 리브랜딩 분석기 by 마케팅몬데>


위기 극복은 리브랜딩의 여러 이유 중, 가장 무겁고 어려운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단순히 로고 디자인 변경으로 브랜드의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좋은 디자인이 브랜드의 위기 극복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리브랜딩의 이유로 출발했지만 그 결과로서 '위기 극복'이 되었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총 9 가지의 리브랜딩 이유에 대해 살펴봤어요. 약간 강박관념이 있어서 10개로 맞추고 싶었는데요, 쓰고 보니 9 가지도 너무 세세하게 분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사실 이 많은 이유들을 한 마디로 줄여보자면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갖고 있던, 아니면 환경 변화에 따라 변화한 정체성을 기존 로고가 표현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죠. 제가 정리한 리브랜딩 이유들은 브랜드 본연의 관점에서 정리했고, 개발 관점의 '디자인의 완성도' 이슈는 배제했습니다. (너무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가는지라... 이 내용도 추후에 별도로 다뤄볼께요.)


위 내용이 리브랜딩을 설득 및 보고해야 하는 분들이 상황에 맞춰 적절히 골라서 조합하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추가로, (광고) 리브랜딩을 결정하시면 개발에 대해서는 브랜드비에 문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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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M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