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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커피 브랜드

솔직히 저는 커피의 향과 맛을 음미하는 커피 매니아는 아닙니다. 그저 매일 커피부터 내려놓고 책상에 앉는, 커피 없이는 노트북 화면에 집중하지 못하는 커피 중독자일 뿐이죠. 덕분에 이 커피 중독이 직업병과 결합되어 새로 생긴 카페나 커피 브랜드는 꼭 한 번 마셔보는 습관 아닌 습관이 생겼답니다. 그래서 이번에 상해 여행을 갔을 때 짧은 기간이지만 매일 중국 로컬 카페를 한 군데 이상 가보자고 마음을 먹었더랬죠.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중국 3대 커피 브랜드 정도는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아니 웬걸, 중국의 로컬 커피 브랜드가 너무나 많은 것입니다! 거기다 커피 뿐 아니라 로컬 차(茶) 브랜드도 너무 많아서 다양하게 체험해 보는 것은 제 위장에게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대신 한국으로 돌아온 뒤 온라인으로 스터디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중국의 '만리방화벽' 때문에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고요, 중국 현지의 친구 찬스를 통해 커피 브랜드 리스트를 확보하게 되었답니다. 나름 국내에서 아무도 다루지 않았을 희귀 정보가 아닐까 싶은데요, 비록 중국이 디자인 후진국이라는 선입견과 카피 천국이라는 오명이 있지만 이번에 커피 브랜드을 살펴보면서 더 이상 얕잡아보거나 무시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브랜드비와 함께 중국 현지 커피 브랜드들을 함께 살펴보아요.


ps. 후속으로 중국의 밀크티 브랜드 소개글도 작성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미리 홍보)






0. 2024년 중국 커피 전문점 리스트 : 매장 수 기준



중국인 친구가 보내준 자료를 간단하게 번역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출처는 파악하기 힘들어 표시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라도 알게되면 추가 기입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중국 문화 상 브랜드 네임이 중문과 영문 2가지여서 처음에는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어요. 또 중문 이름의 발음과 영문 이름이 많이 달라서 더 연결이 쉽게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리스트를 정리하면서 발견했는데요, 중국 로컬 브랜드임에도 오직 영어로만 커뮤니케이션하는 브랜드가 있어서 놀랐어요. 최근의 새로운 트렌드인 것 같습니다.

위의 리스트에서 붉은 색으로 표시한 브랜드만 글로벌 브랜드이고 나머지는 모두 중국 로컬 브랜드입니다. Top 20 중 단 4개 브랜드만이 글로벌 브랜드이니, 중국 로컬 브랜드의 비약적 성장을 느낄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점포가 많은 브랜드가 이디야, 메가 커피로 전국에 각각 3천여개의 매장이 있다고 하는데요, 중국 1위 브랜드인 루이싱이 무려 1만 6천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니 대륙의 스케일을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아직 중국에서 커피 문화가 보편화 된 것은 아니라고 해요. 2022년 기준 중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11.3잔이라고 하는데요, 일본의 207잔이나 한국의 353잔에 비하면 매우 낮은 편이죠. 참고로 커피 매장보다 후속으로 다룰 밀크티 브랜드 매장이 훨씬 더 많답니다. 그래도 중국 커피 시장의 성장율은 연평균 28%라고 하니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 커피 시장의 급성장이 국제 커피 원두 가격 상승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기사도 본 기억이 있어요.


중국 로컬 커피 브랜드들의 창립년도를 보면 대부분 2014년 이후의 비교적 젊은 브랜드임을 알 수 있어요. 또 워낙 땅덩어리가 큰 나라이다 보니 본점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 각 도시마다 익숙하고 알려진 커피가 각각 다르다는 점도 유의해 주세요.


자 그럼, 브랜드 로고와 함께 하나씩 살펴보기로 해요.





1. 루이싱 커피


루이싱 커피는 일명 '중국의 스타벅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스닥에 상장까지 했다가 회계 부정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는데요, 최근 다시 기사회생을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 현지인에게 '중국의 스타벅스'라는 이야기를 하면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 한답니다. 왜냐고요? 중국인에게 루이싱 커피는 우리나라의 이디야와 같은 중저가 커피 브랜드이기 때문이죠. 위의 리스트를 보면 루이싱 커피의 평균객단가는 16위안으로 스타벅스 38위안의 절반도 되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최근엔 이디야와 마찬가지로 조금 어중간한 포지셔닝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어요.

작년 루이싱 커피가 중국의 고급 술, 마오타이와 콜라보한 라떼가 우리나라에서도 화제였는데요, 안타깝게도 한정판매가 끝나 저는 마셔보지 못했습니다. 중국 친구의 말로는 사실 향만 날 뿐이지 술은 거의 안 들어있다고 합니다. 52도의 높은 알콜도수를 라떼에서 경험하기란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3. 쿠디 커피



쿠디 커피는 4위인 싱윈카와 함께 저가 커피에 속합니다. 객단가 10위안(약1900원)이 채 안되는 가격이죠. 2022년에 탄생한 신생 브랜드임에도 단기간에 급성장하여 2위인 스타벅스와 비슷한 매장 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저가 커피 트렌드는 세계적 공통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4. 싱윈카



싱윈카의 브랜드 네임을 풀이하면 "행운 커피"라는 뜻이예요. 영어 이름도 Lucky Cup이고요. 트럼프 카드의 왕을 심볼로 사용한 것이 재미있습니다. 스타벅스 인어의 오마주인 것일까요? 참고로 싱윈카의 모기업은 밀크티 1위 브랜드, 미쉐빙청입니다. 둘 다 저가 브랜드 전략을 채택하고 있어요.




5. 후카



후카 역시 모브랜드 후샹아이(Auntea Jenny)의 후광효과를 받아 상위권에 오른 브랜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후샹아이 Auntea Jenny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중국의 밀크티 브랜드인데요, 후속 밀크티 브랜드 리뷰에서 언급하겠지만 전국에 7천여개 매장이 있는 유명 브랜드예요. 앞서 설명한 싱윈카와 마찬가지로 모브랜드의 영업력과 인지도 덕분에 급성장할 수 있었다고 추측됩니다.




6. 눠와



눠와는 영어 이름을 음차한 이름으로 보이는데요, 상해 출신의 중저가 커피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네임은 Nowadays를 축약했다고 합니다. 6위에 오른 것을 보면 나름 특장점이 있는 듯 한데요, 브랜드 네임이나 로고만으로는 파악하기가 힘들군요. 웹사이트에서는 저칼로리를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7. Manner Coffee



일반적으로 중국 시장을 타겟으로 브랜딩할 때 필수요소 중 하나가 별도의 중문 브랜드 네임을 개발하는 것인데요, Manner는 영어로만 소통하는 브랜드입니다. 이로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는 Manner의 브랜드 전략은 영어에 친숙한 대도시의 젊은이를 타겟으로 한다는 것이예요. (일반 대중적인 브랜드는 반드시 중문 네임이 필요합니다.) 출신 지역인 상해에서 굉장히 핫한 브랜드 중 하나로, 한국인 관광객에게는 소위 '상해 3대 커피'로 불리더라고요. 로고의 이미지와 연계한 굉장히 현대적이고 심플한 인테리어가 특징입니다.




9. M Stand



M Stand 역시 영어 네임만 사용하는 브랜드로 Manner와 유사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상해 3대 커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다만 객단가가 스타벅스와 동일한 38위안인 것으로 보아 Manner(22위안)보다 좀 더 프리미엄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스트에 있는 브랜드 중 제가 유일하게 맛본 커피 브랜드인데요, 서울의 커피 맛집 못지 않았어요. (사실 이 가격에 맛이 없으면 안돼죠! 특히 물가 저렴한 중국에서요.)






11위 이하는 스크롤이 너무 길어져서 생략하기로 하고요, 대신 순위에는 없지만 떠오르는 브랜드를 몇 개 더 소개할께요.






Rising Brand 1. SeeSaw Coffee



혹시 위에서 언급한 '상해 3대 커피' 중 나머지 1개가 무엇일까 궁금하신 분이 있으실까요? 이 시소커피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지향하며, 특히 중국 윈난 지역에서 재배한 커피 원두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해요. 덕분에 저도 중국에서도 커피를 재배하는 지를 처음 알았답니다.

시소 커피 역시 별도 중국어 네임이 없어요. 한국인 관광객에게 '상해 3대 커피'로 불리는 이유가, 복잡한 한자표기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쉽게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네요.




Rising Brand 2. Greybox Coffee



커피 전문점 상위권 및 라이징 브랜드에서 주로 상해의 커피 브랜드가 많이 눈에 띄었는데요(참고로 상해는 세계에서 커피점이 가장 많은 도시입니다. 또 상위 10 브랜드 안에 상해 출신 브랜드가 무려 4개나 됩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 출신의 커피를 빼놓을 순 없겠죠? 중국 현지인에게 프리미엄 커피로 유명하고요, 상해에도 진출했다고 하나 저는 아쉽게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더티 커피'라는 제품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Rising Brand 3. Grid Coffee



그리드 커피 역시 베이징 출신의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입니다. 커피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네요. 웹에서 구경했을 때는 이름 그대로 모던한 인테리어와 패키지 디자인이 눈에 띄었어요. 다음에 베이징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체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중국의 대중적 커피 브랜드와 최근 핫한 브랜드를 함께 살펴 보았어요. 브랜드 네임과 로고 디자인만으로 브랜드를 평가하기란 너무나 제한적입니다. 진정한 커피 브랜딩은 브랜드 네임, 로고와 함께 커피의 맛,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 등 실제 경험이 어우러졌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되는 것이니까요. 이번 상해 여행에서 이 수많은 커피 브랜드 중 하나 밖에 체험해보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고요, 모쪼록 추후에 다른 브랜드들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기대해 봅니다.


여러분도 혹시 중국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시간 내어 중국 로컬 커피 브랜드를 한 번 체험해 보시고, 경험담을 나눠주세요.

2024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