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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밀크티 브랜드

사실 글 쓰기에 앞서 단어 사용에 있어 조금 고민을 했습니다. '밀크티 Milk Tea'라는 단어는 영어 어원으로 인해 영국의 우유를 타서 마시는 홍차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죠. 중국의 밀크티는 '나이차(奶茶)'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나이'는 우유, 양젖과 같은 밀크를 통칭합니다. 또 중국은 차의 나라답게 워낙 다양한 차가 많아서(홍차와 녹차의 맛은 확연히 다르죠!) '나이차' 역시 다양한 종류와 맛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에게 '나이차'란 단어는 너무나 생소하기에, 일반인의 이해를 돕고자 밀크티로 표기하기로 했어요.


앞서 중국의 커피 브랜드를 살펴 보았는데요, 중국이라는 시장 환경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이 밀크티 시장을 더 먼저 이야기했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중국에서는 밀크티 시장이 커피보다 훨씬 크고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죠. 일설에 의하면 중국의 밀크티 브랜드가 3천개가 넘는다고 하는데요, 대륙의 스케일을 감안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왜 중국에서 밀크티 시장이 이토록 발달했을까요? 개인적으로 추측건대, 예로부터 차를 즐겨 마시는 문화와 여러가지 재료를 넣어서 달콤한 맛을 내는 밀크티가 디저트 음료의 개념으로 자리잡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중국에서는 커피도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기는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보다 라떼 류가 훨씬 많이 팔린다고 해요.




0. 중국의 밀크티 브랜드 TOP 20



커피 리스트와 동일한 자료입니다. 커피와 다른 점은 모두 중국 로컬 브랜드라는 점이네요. 그 중 초록색으로 표시한 브랜드는 최근 점포 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승세를 탄 브랜드입니다. 브랜드가 너무 많기에 핫한 브랜드 중심으로 살펴보려고 해요.

일단 순위권에 있는 모든 밀크티 브랜드의 점포 수가 커피 브랜드 점포 수 보다 현저히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위 브랜드인 미쉐빙청은 루이싱 커피 매장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데요, 최근 기사에 따르면 3만 개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20위 밀크티 브랜드의 매장 수가 커피 브랜드 6위의 매장 수보다 많으니 중국에서 밀크티가 얼마나 대중적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한자로 된 브랜드 네임은 외국인에게는 너무 어려울 것이예요. 그래서 간단하게 번역도 함께 표기해봤는데요, 저 역시 중국 문화에 아주 정통하지는 않아서 브랜드 네임의 의도와 은유적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하겠더라고요. 간단하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정도로만 봐주세요.






1. 미쉐빙청



미쉐빙청은 저가 밀크티 브랜드의 대명사입니다. 객단가가 단돈 8위안(1500원)밖에 안되는데요, 이는 밀크티 외 함께 파는 소프트아이스크림 때문에 낮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브랜드 네임과 로고만 보면 아이스크림 브랜드예요. 하지만 전국에 3만여개 매장으로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밀크티 덕분이겠죠? 참고로 이 브랜드 파워에 힘입어 커피 브랜드 '싱윈카(4위)'를 런칭했습니다.




2. 구밍



구밍은 GoodMe라는 영어를 음차한 네임으로 보입니다. 중저가 밀크티 브랜드로 유명하다고 해요. 2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뭔가 제품 특색이 있는 것 같은데요, 마셔보지 못해 알 수는 없었습니다.




3. 차바이다오



차바이다오는 '백가지 차를 마시는 방법' 정도로 의역해볼 수 있는데요, 최근 영어 브랜드 네임을 심볼과 연계한 차판다로 변경했어요. 아마 글로벌 진출을 꾀한 의도가 아닐까 하는데요, 얼마 전 서울에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중저가 밀크티 브랜드입니다.




4. 후샹아이


후샹아이는 상해의 다른 이름인 '후샹'과 이모를 뜻하는 '아이'를 결합한 네임입니다. 영어 네임에는 이모를 뜻하는 Aunty 에 Tea를 결합했고요, Jenny라는 이름도 지어줬어요. 커피 브랜드 후카의 어원을 유추하실 수 있겠죠? 후샹의 첫글자와 커피를 의미하는 '카페이'의 첫글자를 합친 이름입니다.

위 후샹아이의 로고는 2024년 4월 리뉴얼한 따끈따끈한 디자인이예요. 원래 아래 로고 디자인이었답니다.



전통복장 이모에서 개화기(?)의 현대적 이모로 진화했습니다. 후샹아이도 중저가 밀크티 브랜드예요.





7. 이허탕



이허탕은 저가 밀크티 브랜드입니다. 로고 디자인에서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죠? 개인적으로 Heytea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나 싶은데요, 포지셔닝은 전혀 다르긴 합니다.




9. 빠왕차지



빠왕차지는 최근 중국에서 가장 핫한 밀크티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리브랜딩 후 독특한 디자인이 인기몰이에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디자인은 조금 뒤에 설명할께요.

빠왕차지라는 네임은 우리에게도 유명한 '패왕별희'를 패러디한 네임입니다. '패왕별희'에서 '별'을 빼고 '차'를 넣은 것이거든요. 리브랜딩 로고는 고전 느낌 물씬 나는 붓글씨 로고였는데요, 좀 더 현대적인 이미지로 진화했습니다. 약간 스타벅스의 인어심벌을 연상시키는 면도 있죠? 그런데 이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바로 패키지 디자인입니다.



처음에 이 디자인을 봤을 때 가장 먼저 '상표권이나 저작권에 문제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작권 불모지인 중국에서만 가능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표절일까, 패러디일까, 오마주일까, 여러가지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다만 법적문제는 둘째 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디자인을 인상깊게 생각한 것은 분명합니다. 중국을 여행한 한국인의 SNS에서 이 빠왕차지 인증샷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유일하게 이번 상해 여행에서 체험해 본 밀크티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일단 컵의 크기가 대륙 스케일이었고요, 원래 다른 음료도 체험해보려던 계획을 완전히 무산시킨 원흉이기도 합니다. (밀크티로 배를 채워 본 적이 있나요? 바로 제가 해봤습니다.) 빠왕차지의 메뉴들은 중국의 한시 느낌이 물씬 나는 명칭들인데요, 음료 역시 중국의 녹차를 응축하여 밀크티로 만들어서 일반적 밀크티와는 맛이 다르더라고요. 거의 우유 맛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은은하게 녹차의 맛이 느껴지긴 했어요. 창업자가 중국 윈난(차 원산지로 유명합니다.) 출신이고, 그 스토리를 브랜딩에 담았다고 해요. 화제가 된 패키지 외 다른 디자인은 정상적으로 예뻐서 고도의 상술인건가? 라는 생각도 했답니다.






10. 시차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Heytea 또는 희차로 알려진 브랜드입니다. 중국에서는 프리미엄 밀크티 브랜드로 포지셔닝해 있고요, 해외 각지에 진출한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저는 줄 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이 시차를 시도해 볼 생각조차 안 했는데요, 중국 본토에 가면 비교적 쉽게 마셔볼 줄 알았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친구가 앱으로 주문을 해주려고 했는데, 예상 대기 시간이 무려 2시간이 넘지 뭐예요! 단기 체류 관광자에게는 너무나 긴 시간이기에 바로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15. 나이쉐더차



나이쉐더차 역시 위의 시차와 더불어 고가 브랜드로 포지셔닝된 밀크티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네임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일본 이름 나유키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영어로 Nayuki를 표기하던 로고에서 최근 순수 한자 표기 로고로 변경했습니다. 중국의 애국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것일까요?






이상으로 중국의 밀크티 브랜드 TOP20 중 상승세 브랜드 위주로 살펴보았어요. 중국의 밀크티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만큼 양극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미쉐빙청과 같은 저가 브랜드 아니면 시차, 빠왕차지와 같은 고가 브랜드인 것이죠. 커피 브랜드보다도 더 브랜딩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분야이기도 하고요. 시차, 빠왕차지의 성공이 도화선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빠왕차지 사례를 보면서 표절과 저작권 이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기도 했어요. 중국 내에서도 표절에 대한 경각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해요.



위 이미지 왼쪽은 차옌위에서(茶颜悦色)라는 브랜드이고요, 오른쪽은 이를 표절한 차옌관서(茶颜观色)라는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네임도 한글자 차이로 다르고(한자는 얼핏 봐서는 비슷해요), 로고 디자인은 누가 봐도 표절이죠.


그런데 중국만 욕할 것이 아닌 게, 최근 우연히 시차를 연상케하는 우리나라 브랜드를 발견했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브랜드 따라하기는 당하는 입장에서는 참 불유쾌한 것이지만, 어찌 보면 트렌드를 선도하는 브랜드로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브랜드의 위상을 반증하는 현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하는 브랜드에 법적으로 제제를 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판단 내리기 모호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예요.


중국의 밀크티 시장에서는 3천 개나 있다는 브랜드들 중 100% 고유한, 다른 것들과 완전히 다른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브랜딩을 하는 우리들은 어떤 전략을 채택해야 할까요? 유사성을 피해 안전하고 무난한 브랜딩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빠왕차지처럼 표절과 유사성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타더라도 강력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브랜딩을 해야 할까요? 또 치고 올라오는 따라쟁이 브랜드가 있을 때 어떤 전략으로 대응을 해야 할까요?


중국은 언어문화적으로 장벽이 높은 시장이긴 하지만, 그 규모와 다양성으로 인해 수많은 사례들이 존재하고, 또 발생할 수 있기에 벤치마킹이나 반면교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중국은 브랜딩에 있어 빅 데이터의 표본과도 같다고 생각하여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답니다. 앞으로도 중국에서 치열한 브랜딩 전쟁이 일어나는 분야가 있다면 간단하게 소개드리겠습니다.


2024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