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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통마을 우쩐의 경험 브랜딩

예로부터 유서깊은 역사 유적지는 전세계인의 관광 대상이었죠. 유럽의 고색창연한 고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리스의 신전 그리고 가깝게는 중국의 만리장성, 일본의 사찰 등등이 있습니다. 수백년 내지 수천년 역사를 지닌 유적지는 상대적으로 짧은 수명을 지닌 인간으로서 경외와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하지만 모두 공통적으로 눈으로만 보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정도의 경험 밖에 할 수 없었어요. 최근 AR, VR, 메타버스 등 기술의 발전으로 증강현실 경험이 추가되었지만, 솔직히 직접 방문하여 눈으로 보는 경험에 비할 바는 못되었죠.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독특한 경험으로 떠오르는 관광지가 있다고 하여 브랜드비가 직접 다녀왔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브랜드비는 여행 전문 작가는 아니예요. 여행 정보와 멋진 사진은 이미 상세히 다룬 블로그와 여행 기사가 많기에 이번 글에서는 직접 체험한 "경험 브랜딩"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글을 쓰다보니 각종 사진을 상세하게 촬영하지 못한 게 좀 아쉬웠습니다. (이게 다 경험 부족으로 인한...) 대신 최대한 글로 자세히 설명을 드릴께요.





0. 서론 : 중국의 급격한 디지털 전환


이번 글의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먼저 중국의 디지털 전환에 대해 이야기해야만 합니다. 사실 COVID19 기간 동안 전 세계의 교류가 단절되었는데요, 특히 중국은 더 심했던 것 같아요. 제가 중국을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것이 2018년이었는데요, 약 6년만에 다시 방문하니 격세지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QR사용이예요. 아마 이미 많은 분들이 중국에서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QR을 이용한 모바일 페이가 대중화되었다는 기사를 접하신 적이 있을 것이예요. 2018년만 해도 QR 사용이 활성화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현금을 함께 사용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중국을 방문해보니 중국에서는 거지도 QR코드로 동냥한다는 얘기가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더라고요. 현금을 갖고 다니는 중국인을 거의 볼 수 없을 뿐더러, 가게에서 현금을 받지도 않아요. 옛날부터 중국은 위조지폐가 만연해서 상점마다 위조지폐를 확인하는 기계를 비치해왔었는데요, 이런 환경과 COVID19가 중국의 디지털 전환을 더욱 가속시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따라서 중국에서 자유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위 3개 앱은 필수로 설치하고 방문해야 합니다. 숙소는 OTA를 통해 미리 예약할 수 있으니 상관없지만, 현지에서 먹고 쓰고 이동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과 위 3개 앱 없이는 불가능해요. 특히 중국의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of China)" 때문에 해외 국적 앱이나 웹사이트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위 3개의 앱은 국제화가 완벽하지는 않아요. 알리페이는 그나마 영문화가 잘 되어 있지만, 위챗과 고덕지도는 중국어를 모르면 사용하기 매우 불편합니다.

중국의 급격한 디지털 전환은 자국민에게는 편리성을 증가시켰지만, 외국인, 특히 관광객에게는 접근성을 차단하는 또다른 장벽이 되었습니다. 중국정부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해요. 다만 어마어마한 중국 인구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특히 COVID19 이후 급격히 감소한) 수가 많지 않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방문해보니 외국인에게는 참으로 불편한 환경임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저는 중국어를 할 줄 알기에 그나마 나은 편이었지만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바로 지하철 이용인데요, 알리페이로 개인 QR을 생성하여 개찰구에 찍고 들어갑니다. 나올 때 같은 QR로 찍으면 이용 거리에 따라 자동으로 요금이 결제되어요. 중국인은 아무도 지하철 표를 사지 않아요. 지하철 역에서 표를 사는 사람을 본다면 100% 외국인입니다. 최근에는 일회성 지하철 표도 QR코드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기존 카드형 지하철 표는 실물을 회수해야 했지만, QR방식 표는 사용자가 사용 완료 후 버리거나 기념으로 간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휴, 서론이 무척 길었는데요, 양해해 주세요. 오랫만에 방문한 중국의 변화에 깜짝 놀란 옛날 사람으로서 경험담이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경험 브랜딩 설명에 필수불가결한 사회/문화적 배경이기 때문입니다.





1. 중국 남동부의 수향 마을, 우쩐(乌镇)


우쩐은 상해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전통 마을입니다. 예로부터 중국의 강남 지역인, 상해, 쑤저우, 항저우 지역에는 하천이 많아 하천과 맞닿아 집을 짓고 사는 소위 ‘수향마을’이 많이 발전해왔는데요, 우쩐도 그 중 하나입니다. 다만 거리가 좀 있다보니 상해로부터 1시간 거리인 다른 수향마을인 주가각, 시탕, 통리 등에 비해 덜 알려져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 상해 자유 및 패키지 여행에서 이 우쩐이라는 이름이 종종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우쩐은 까마귀 오(乌)와 마을 진(镇)이 결합된 단어로, 마을의 지붕이 까마귀처럼 검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우쩐은 하천을 중심으로 동쪽마을-동책과 서쪽마을-서책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이번에 다룰 주인공이 바로 이 우쩐의 서책입니다.





2. 거대한 전통 관광 테마파크, 우쩐 서책



우쩐 서책의 지도를 가져와 봤습니다. 글씨가 작아서 잘 보이진 않겠지만 꽤 규모가 큰 마을임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중국인은 매우 작은 마을이라고 이야기하더군요. 대륙의 관점이란!)

마을 서편에 대운하가 지나가고요, 대운하와 이어진 작은 하천들과 호수들이 서책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요. 아마 이런 환경이 서책 마을을 현대적으로 재개발하는 데에 있어 애로사항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보다 편리한 주거환경과 일자리를 찾기 위해 거주민들이 이 마을을 떠났고, 대부분의 집들이 꽤 오랫동안 빈 채로 버려져 있었다고 해요.


이 버려진 전통 마을에 관심을 갖고 개발을 시작한 사람이 바로 Chen Xiang Hong 이라는 인물인데요, 1999년 '주식회사 우쩐여행'을 설립했고 그때부터 우쩐을 관광지로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준비한 것 같습니다. 동쪽 마을 동책을 먼저 정비했고, 후속으로 서쪽마을 서책을 새롭게 개발했어요. 아무래도 동책 정비 경험을 바탕으로 서책을 개발했기에 서책이 더 관광지에 적합한 모습이 된 것 같아요. Chen Xiang Hong은 이 우쩐 개발로 "고대 마을 관광 사업 전문가"로서 유명해졌다고 해요. 최근 베이징에 "고북수진"이라는 우쩐과 비슷한 운하가 흐르는 관광마을이 개발되었는데요, 이 역시 Chen Xiang Hong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무수히 많은 전통 마을 중, 왜 하필이면 우쩐이 이렇게 유명해지고, Chen Xiang Hong은 관광 전문가로 불리게 되었을까요?

이는 우쩐의 독특한 운영 시스템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쩐 서책은 고대 중국 전통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에 마을 곳곳에서 옛 중국 전통 복장을 입고 사진촬영을 하는 중국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내부의 상점들도 중국 전통 문화가 담긴 부채, 젓가락, 가위 등 특화된 상품(이라 쓰고 굿즈라 읽습니다.)을 판매하고 있어요. 우쩐 서책의 특이한 점은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과 카페 외에 중복되는 상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예요. 대부분의 유명 관광지를 가보면 한 집 건너 한집, 똑같은 제품을 파는 상점들이 즐비하잖아요? 같은 제품인데 상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은 당연하고요.

이는 우쩐 서책을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서 (주)우쩐여행이 관리운영을 하고 있기에 가능한 시스템인 것 같아요. (주)우쩐여행이 우쩐 브랜드로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관리하고 통제하기에, 합리적 가격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고 과도한 호객행위나 바가지 상술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죠. 모든 결제를 QR로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요.


(주)우쩐여행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약 45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2018년 기준 총자산 69억 위안(약 1조 3천억 원), 순자산 48억 위안(약 9천억 원), 년간 수입 19억 위안(약 3천50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 수치는 COVID19이전이라 2024년 현재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참고로 하나투어의 2023년 매출이 약 4천억 원이니, 우쩐이 벌어들이는 관광수입의 규모가 어느정도인지 대략적으로 체감되시죠?





3. 옛날 중국의 생활을 직접 체험하다, 우쩐 민박



우쩐의 브랜딩 중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이 바로 우쩐 서책 내에서의 민박 경험입니다. 입장에서부터 머무르고 즐기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설계되어 있어요. 먼저 입장부터 설명드릴께요.


우쩐 서책 마을 출입구에는 여행자 센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여행자 센터에서 입장표를 구매하게 되는데요, 서책 내부에 위치한 숙소(호텔 및 민박 모두 포함)를 예약한 관광객은 바로 이곳에서 체크인을 하게 됩니다. 즉, 이 여행자 센터가 호텔 데스크의 역할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죠. 체크인을 하면 위챗으로 QR을 읽어서 숙박객 등록을 합니다. 서책 내에서 각종 서비스 이용 시 이걸로 인증을 해요. 마치 찜질방이나 테마파크에서 전자장치가 부착된 팔찌 등으로 인증하는 것처럼요.


체크인을 할 때, 큰 여행가방이 있을 경우 별도로 맡기게 되는데요, 우쩐 직원이 모아서 한꺼번에 각 숙소로 운반해 줍니다. 이는 민박 장소가 전통마을 내부에 있어 여행객이 직접 운반하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함이예요. 100년이 넘은 전통마을 답게 모든 길이 돌길과 계단으로 이뤄져 있거든요. 돌길에서 캐리어를 끌고 가기란 정말 불편한데요, 대부분의 전통 관광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이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쩐은 여행자 센터에서 한 번에 이를 해결해 줘요.



등록을 마친 관광객은 간단한 짐만 들고 여행자 센터에서 제공하는 전기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 전기 차는 서책 외곽을 도는데요, 등록을 한 관광객은 서책 내부에서라면 언제 어디서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이용할 때 체크인 시 생성된 위챗 QR만 보여주면 됩니다.



서책 내부에는 여러 개의 호텔이 존재하고 있는데요, 이 중에서 우쩐 여행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민박에 대해 소개할께요.


민박은 우쩐 서책 내 총 483개가 있어요. 수십 개의 전통 가옥으로 구성되어 있고 위치도 크기도 모두 달라요. 고객이 임의의 위치를 선택할 수는 없고 인원 및 가격대에 따른 방의 종류를 선택하면, 여행자 센터에서 알아서 배치해주는 시스템이예요.


해당 민박집에 이동하면, 민박지기가 위챗에 등록된 QR을 확인하고 방키를 줍니다. 호텔이 아니기에 별도의 하우스키퍼가 없고, 각 민박집 별로 민박지기가 방 관리를 하는 시스템이예요. 민박지기가 호텔리어이자 하우스키퍼인 셈이죠. 하나의 민박집에 대략 7-8개의 방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묵은 방은 2인용 작은 방이었는데요, 민박답게 인테리어와 가구가 다소 옛날 스타일이지만 일반 호텔에 있는 설비와 구비품은 모두 준비되어 있어요. 3성급 정도 호텔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또 옛날 집을 리모델링한 것이라 방음은 크게 기대하지 마세요. (대신 일회용 귀마개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모든 민박집에는 동일한 우쩐 공식 어메니티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우쩐민박의 숙박요금에는 조식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 조식 시스템이 매우 흥미로워요.

저는 처음에 민박집에서 조식을 제공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위챗에 조식용 식비 인당 30위안(약 6천 원)을 충전해주는 것이었어요. 조식 시간에 우쩐 서책 내 "아침시장"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아침시장은 서책 입구쪽에 위치한 ㅁ자로 구성된 길거리 시장이예요. 각종 음식점과 노점들이 위치해 있고, 숙박객은 원하는 가게에서 주문을 하면 되요. 결제는 물론 위챗에 자동 충전된 30위안을 사용하기에 무료입니다. 다만 30위안이 넘으면 추가로 내야 한다고 해요. 물론 덜 먹었다고 환불해주지는 않습니다.



<숙박객을 위한 아침 시장 거리>



<아침시장 거리 안내 현수막 및 아침시장 모습>


아침시장 거리에 위치한 각 상점마다 아침식사용 QR코드 판이 있어요. 그 QR코드를 읽으면 스마트폰으로 메뉴선택과 주문이 가능해요. 심지어 길거리에 앉아 과일을 파는 할머니의 광주리 안에도 QR코드가 있어요.



아침시장 한 편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중국 전통 악기 및 노래 공연이 펼쳐집니다. 다양한 중국 전통 음식을 판매하는 상점들을 구경하고, 자유롭게 주문 하고, 편한 자리에 앉아 공연을 보며 식사를 하노라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옛날 중국 명나라 또는 청나라의 한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소박한 중국인의 아침 식사를 체험해봤는데요,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가게와 가격 차이가 없어요. (물론 중국 현지인은 훨씬 저렴한 아침식사를 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가게 종업원들이 모두 동일한 복장을 하고 있고, 그릇 등 식기류도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있어요.



민박의 체크아웃은 해당 숙소의 민박지기를 통해 이뤄지게 됩니다. 입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큰 짐은 민박집에서 여행자 센터로 알아서 보내줘요. 여행자는 우쩐 서책 내에서 여유롭게 관광을 즐기고 나갈 때 여행자 센터에서 짐을 찾으면 되는 것이죠.





4. 우쩐의 관광 경험 브랜딩


우쩐을 우리나라 사람에게 설명한다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민속촌에서 전통복장을 입고 사진 찍고, 옛거리 체험도 하고, 전통 테마 상품 쇼핑도 하고, 푸드코트가 아닌 각양각색의 식당에서 먹고, 전통 가옥에서 숙박까지 할 수 있는 관광지라고요. 거기다 바가지도 없고,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한 번에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 굳이 역사 덕후나 사극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 쯤 경험해보고 싶은 관광 경험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우쩐의 성공 요인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봤습니다.


  • 오래된 유적지의 성공적 복원 : 옛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현대인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도로 복구했습니다. 인공적인 테마파크 느낌이 거의 나지 않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 편리한 통합적 관리운영 시스템 : 거대한 마을을 하나의 관광지로서 관리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전통마을이지만 QR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문화체험 제공 : 작게는 운하를 관람하는 배 탑승에서부터, 미술관, 박물관, 서원 등 문화적 볼거리와 전통문화 상품 쇼핑거리,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합니다.
  • 편안한 서비스와 청결한 관리 : 민박지기를 비롯한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와 청결관리는 중국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종합 MICE관광지로서의 설계 : 사실 전통마을로서 유명해졌지만, 중국인들에게는 세계인터넷컨퍼런스(WIC)로 더 유명합니다. 2014년부터 매년 우쩐에서 열리기에 우쩐 써밋이라는 별칭까지 있어요. 우쩐 서책 바로 옆에 있는 대형 컨퍼런스 공간은 WIC 외에도 각종 이벤트가 지속적으로 열리는데요, 이는 복합적 MICE 관광지로서 자리잡는 데 상호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으로서 아쉬운 점은 단연코 언어와 디지털 장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직원 대부분이 친절하지만 영어를 못하고요, 우쩐 서책 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위챗의 사용성은 위챗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큰 허들입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외국인 관광객이 당일 투어로 우쩐을 관광하는데요, 고즈넉한 수향마을의 운치는 관광객이 빠져나간 저녁과 아침에 즐길 수 있기에 아쉬운 부분입니다. 또 브랜드를 개발하는 입장으로서 로고나 슬로건, 제작물 등에서 좀 더 임팩트 있고 매력적인 디자인과 문구를 도입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랬다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 화룡점정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쯤 꼭 경험해 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어요. 특히 우리나라의 전통 관광지가 대장금, 동이 등 사극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잠깐 반짝했다가 시간이 지난 후 흉물스러운 폐허로 방치되는 것을 봐왔던지라 더 비교가 되었던 것 같아요. 또, 브랜드비가 비록 언어적, 시각적 브랜딩 위주로 다루지만, 소비자의 총체적 브랜딩 경험에 있어 경험 브랜딩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답니다. 우쩐의 설계자 Chen Xiang Hong이 디자이너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 경험 브랜딩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 브랜딩 전문가의 역할이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2024 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