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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플랫폼 브랜딩

사실 중고거래는 옛날부터 있어왔습니다. 벼룩시장, 골동품 시장, 빈티지 샵 등, 모두 저렴한 가격에 보물을 찾을 수 있는 장소입니다. 간혹 해외토픽 기사로 벼룩시장에서 산 10달러 짜리 그림이 유명 화가의 작품이었다, 우산꽂이로 쓰던 도자기가 청나라 시대의 유물이었다 등등의 이야기를 접하기도 했죠.

모든 것이 온라인, 앱으로 이뤄지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중고거래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부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중고 아닌 중고거래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랜드들이 변신하고, 또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리브랜딩을 한 우리나라의 중고거래 플랫폼 브랜드들과 해외 중고거래 플랫폼 브랜드를 함께 살펴보기로 해요. 아쉽게도 우리나라 브랜드들은 케이스 스터디가 잘 정리된 것이 없어서, 관련 기사 등으로 리브랜딩 배경과 목표를 유추해 볼 뿐입니다. 상대적으로 해외 사례는 케이스스터디가 알차고 매력적인 브랜드 위주로 골랐어요.





1. 우리나라 4대 중고거래 플랫폼


사실 개인적으로 3대니, 4대니 줄을 세우는 것을 안 좋아합니다만, 이번에는 제가 아는 중고거래 플랫폼이 4개가 잇달아 리브랜딩을 했기에 멋대로 4대 플랫폼이라고 타이틀을 뽑아보았습니다. 제가 모르는 더 크고 유명한 브랜드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순서는 리브랜딩 발표 순입니다.





헬로마켓은 2011년 시작한 중고거래 플랫폼입니다. 올해 2월에 브랜드 네임을 과감히 '세컨웨어'로 변경하며 포지셔닝도 '패션 중고거래'로 특화했어요. 패션은 중고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 중 하나죠.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고거래 플랫폼으로서는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됩니다.

새로운 브랜드 네임은 서비스의 특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요, 특화된 서비스 분야를 알리는 것은 좋지만, 그 외의 부가적인 가치를 전달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이 부분은 아래에 다룰 해외 사례를 보시면 이해가실 꺼예요. 계속 읽어주세요!)







중고나라는 우리나라 중고거래 플랫폼 중 가장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3년 네이버의 커뮤니티 카페로 설립되었고, 현재까지도 네이버 최대 회원수를 보유한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중간에 (주)중고나라로 법인전환을 했고, 최근 롯데쇼핑이 투자하면서 리브랜딩을 단행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고나라의 리브랜딩은 조금 당황스러웠는데요, 기존에 지니고 있던 브랜드 자산을 전혀 계승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존재감 없던 심볼은 그렇다 치더라도, 오랫동안 써왔던 오렌지 색상을 버린 것은 파격이라고 해야 할지, 오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후발주자인 당근마켓과의 차별화를 꾀함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또 브랜드 네임은 유지했으나, 왜 로고에서 굳이 영문으로 표기했는지 의문입니다. 글로벌 플랫폼을 표방하는 것도 아니고요... J 심볼 역시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에이전시 정보와 케이스 스터디를 간절히 기다립니다.







당근마켓은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데요, 인지도는 오히려 선배 브랜드들을 뛰어넘고 있죠. 월간 앱 사용자 수도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8월 기존 네임인 '당근마켓'에서 '마켓'을 떼고 '당근'으로 리브랜딩을 했습니다. '거래'를 상징하는 '마켓'을 뗀 것은 중고거래 플랫폼이 아닌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라고 하네요.

공교롭게도 브랜드 네임 자체나, 업종표현어(Descriptor)를 뗀 것이나 모두 미국의 Apple을 연상케 하는데요, Apple이 Computer를 떼게 된 배경에는 기존 맥킨토시 컴퓨터 외 iPod 및 iPhone 등 컴퓨터가 아닌 새로운 제품 출시가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납득이 되었죠. 다만 당근마켓은 '마켓'을 뗄 만큼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는 것 같아서 조금 갸우뚱했습니다. 앞으로의 서비스 변화를 지켜봐야겠죠.

보도자료 등으로 유추해보면 당근마켓이 당근으로 변화하게 된 원인에는 역시 '수익모델 발굴'이 가장 큰 것으로 보입니다. 대면 중고거래라는 서비스 특성 상 거래 수수료 등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 있죠. 그렇다고 '대면'을 '비대면'으로 변경하자니, 당근마켓의 가장 상징적이면서도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아이덴티티가 사라지는 것이라 고민이 많았을 것입니다.

새로운 당근 로고는 이전 로고 대비 훨씬 세련되고 조형적으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선호도를 떠나, 개인적으로는 이전 로고가 당근의 정체성과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제가 느끼는 당근은 소박하면서 인간미 있는 서비스였거든요. 쭈삣쭈삣 조심스레 "저기...당근이세요?"를 물어보던 동네 아줌마가 갑자기 도도하고 세련된 아가씨로 변신하여 눈이 마주치자 "당근?"이라고 툭 던지는 것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만약 당근이 후자를 의도했다면 성공적인 리브랜딩이겠습니다.







당근에 이어 리브랜딩을 발표한 번개장터는 상대적으로 화제를 얻지는 못했는데요, 왜냐면 변화가 너무 미미하여, 저 조차도 나란히 비교하지 않으면 Before & After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번개장터는 이번 리브랜딩에서 Black 색상 사용을 가장 큰 변화로 꼽고 있는데요, 전에도 언급했듯이 Black은 색상이 아니기에 그저 로고의 Negative 표현으로 인지될 뿐입니다. 또, 심볼과 로고타입이 조금 더 두꺼워졌다고 '대담한 변화'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서비스 자체의 변화보다는 UI 개선에 방점을 둔 리뉴얼로 보입니다.






2.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이 리브랜딩을 한 이유는?


왜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잇달아 변화를 발표했을까요? 경제가 침체되고 투자가 얼어붙었기 때문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리브랜딩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수익모델 발굴의 어려움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은 당근조차 수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고, 게다가 적자가 점점 더 커지고 있어요. 개인 간 거래가 다수인 중고거래 특성 상 중고거래 자체에서 수익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당근의 매출 대부분이 광고에서 발생하고 있는데요, 운영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페이' 등 서비스를 도입하긴 했지만, 사적인 거래에서 소비자가 수수료를 기꺼이 지불할만한 동기부여는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돈이 되는 신규 서비스 발굴은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단기간에 성과를 보이기는 어렵기에 먼저 리브랜딩을 통해 이미지 쇄신을 꾀하는 것 같아요.




둘째, 새로운 중고거래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한 경쟁 심화


3세대 중고거래 플랫폼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새로운 중고거래 플랫폼은 '크림' '솔드아웃' 등의 한정판을 거래하는 서비스 플랫폼입니다. 국내에서는 '리셀 플랫폼'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중고나라는 1세대, 당근은 2세대로 분류되더라고요. 또 1,2세대는 '리세일 플랫폼'이라고 분류되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리세일 ReSale'과 '리셀ReSell'은 같은 말 아니야? 말장난 하고 있구만... 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더라고요.



리셀 플랫폼은 '희소성' '희귀성'에 포커싱하고 있어요. 따라서 중고거래 자체보다는 '투자'에 가까운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거래되는 제품 역시 중고일 수도 있고, 포장조차 뜯지 않은 새 상품이 될 수도 있죠. 따라서 리셀은 상품의 가치를 검증하고, 보증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죠. '판'만 만들어주고 거래 당사자끼리 알아서 하라는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과의 명확한 차이가 바로 이것입니다.


다만, 리셀 플랫폼은 여러 가지 이슈가 함께 공존합니다. 공연티켓 재판매를 예로 들어 볼께요. 과거에도 구하기 힘든 티켓은 소위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사례가 있어왔는데요, 사실 공연주체가 아닌, 단순히 티켓을 발빠르게 구매한 사람이 부가 수익을 얻는 것에 대한 이견이 분분했어요. 대량으로 티켓을 선점하는 '암표상'은 불법, 범법으로 취급되어 왔고요. 그럼, 개인이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하면 합법이고, 기업이나 단체가 거래하면 불법인 것인가요? 암표상이 개인에게 의뢰하여 개별적으로 판매하면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요? 또, 최근에 한 플랫폼에서 소위 '짝퉁'인 가품을 정품으로 거래하여 문제가 되기도 했었죠. 아무튼 합법과 위법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새로운 플랫폼인 것입니다.

리셀 플랫폼 역시 수익모델 발굴이 큰 고민이라고 해요. 상품의 진위를 검증하고 배송하는 시스템 구축과 보증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죠. 특히 상품의 진위 판단은 소수의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인지라 서비스 확장에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3. 새로운 부가가치를 부여하는 해외의 중고거래 플랫폼


해외에는 '리세일'과 '리셀'의 구분이 따로 없고, 모두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부르고 있어요. 이번에 소개할 브랜드들은 '리셀'에 가까운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리셀 플랫폼의 진품 검증 뿐 아니라 세탁, 수선, 재가공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로 거래자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인지 브랜드 별로 살펴보기로 해요.




Known Source by Studio Chong



Known Source는 명품 패션 브랜드의 중고거래 플랫폼입니다. 과거에도 굉장히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던 분야죠. 카테고리 속성에 맞춰 "The Art of Second Hand"라는 슬로건으로 고급스러움을 표현하고 있어요. Known Source의 심볼은 'Eye of Curation'을 표현하고 있는데요, '중고거래' 보다는 다양한 명품 패션 제품들을 큐레이션하는 플랫폼임을 나타냅니다.




Known Source의 고객들은 하이엔드 패션을 선호하고 또 익숙한 사람들이예요. 따라서 중고거래로서 '저렴함'이나 '합리적 소비'를 강조하기 보다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걸맞음을 표현해야 했죠. 얼핏 보면 패션 브랜드의 화보라고 착각할 만한 광고 이미지가 인상적입니다.






Thrift + by White Bear



Thrift+는 위의 KnownSource와는 달리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다루고 있습니다. 창업자는 매년 1000억 개 이상의 옷이 만들어지고, 그 중 70%가 버려지는 것에 Thrift+를 설립했다고 해요. 과잉 생산하고 과소 사용하는 패스트패션 시장에서 사용 빈도를 높임으로써 과잉 생산을 줄여나가자는 것이죠. 따라서 소비자의 중고거래를 편리하게 함으로써 패션 낭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Thrift+는 중고 옷을 수거해서 세탁하고 수선하여 재판매하는데요, 단순 개인간 거래(P2P)에 비하면 당연히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소비자들은 새옷과 같은 상태의 중고 옷을 구매하면서 환경에 기여한다는 가치를 함께 얻을 수 있어요.

특히 Thrift+의 리브랜딩은 중고 옷의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 긍정적 메세지들이 인상적입니다.






Analog Shift by Grand Army



명품시계는 예로부터 부유층이 자산을 물려주는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수억을 호가하는 가격과 희소성에 기반한 프리미엄은 명실상부한 투자 대상이기도 했죠. AnalogShift는 이러한 중고 명품 시계를 판매하는 플랫폼입니다. 초고가이다보니 상품에 대한 검증과 상세한 정보 제공, 가격에 걸맞는 포장은 기본이겠죠?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 정보를 일관성 있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택(Tag)은 소비자가 AnalogShift를 믿고 거래할 수 있게 합니다. 유사한 명품시계 중고거래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AnalogShift는 훌륭한 브랜딩으로 차별화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Laced by SomeOne



중고거래의 핫한 품목 중 하나가 바로 스니커즈입니다. 우리나라의 '크림'도 스니커즈 중고거래로 입소문을 탔는데요, Laced 역시 스니커즈에 특화된 중고거래 플랫폼입니다. 브랜드 네임은 '운동화 끈을 묶다'를 의미하는 '레이스 Lace'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형 동사를 채택함으로써 중고상품 거래임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죠.

로고 자체는 굉장히 심플한 디자인인데요, 레몬 옐로우의 포인트 컬러와 별도 개발된 인증 심볼이 서비스의 특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브랜드 자체보다는 다루는 상품을 돋보이게 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브랜딩입니다. 산세리프와 세리프 서체의 절묘한 조합, 다양한 인증 심볼 그래픽 활용 등, 전반적인 디자인 시스템을 꼭 살펴보세요.





TPC by Manual



TPC는 The Pros Closet의 약칭으로, 중고 자전거를 구매하여 검사하고 수리 후 다시 판매하는 플랫폼입니다. 단순 수리 뿐 아니라 제품을 조합하여 재가공하는 것도 있기에, 이를 중고 거래라고 봐야할지 살짝 고민하기도 했습니다만(업사이클링이라고 하죠?), 해외에서는 중고 자전거 구매 시 꼭 살펴봐야 할 사이트로 알려져 있다고 하니 자전거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TPC의 리브랜딩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포커싱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중고 제품을 싸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제품을 TPC의 검증을 통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인 것이죠. 저는 몇 만원 대의 저렴한 자전거를 구매한 경험만 있습니다만, 최근에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자전거 브랜드도 등장하고 있으니 자전거 애호가들에게 TPC는 단순 중고 제품 거래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외의 중고거래 플랫폼들의 리브랜딩 케이스스터디를 살펴보면 공통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어요.

기존 '중고'를 의미하는 Secondhand나 Used 대신, 이를 완화한 Pre-Owned나 Pre-Loved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죠.



중고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가 '누군가 먼저 사용했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누군가 먼저 구매했을 정도로 가치있는 상품'이기 때문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중고 제품의 '가치'는 취향일 수도, 희소성일 수도, 또 환경에 기여한다는 만족감일 수도 있죠.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를 사랑하는 라이프 스타일일 수도 있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의 브랜딩 역시 이러한 부가적인 가치를 강조하고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누군가는 '아' 다르고 '어' 다른 말장난 아니냐고 치부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훌륭한 브랜딩은 이 미묘한 한 끗에서 결정지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의 브랜딩 케이스스터디를 들여다 본 후, 우리나라 중고거래 플랫폼들의 리브랜딩을 다시 한 번 살펴보세요.

이 브랜드가 사용자에게 주는 부가 가치는 무엇일까? 또 이 브랜드가 그 가치를 잘 표현하고 있을까?

상세 케이스 스터디가 없어서 리브랜딩의 목적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여러분만의 시선으로 판단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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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S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