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image
켈로그의 시리얼 패키지 디자인 리뉴얼

바쁜 일상 속 아침 식사의 대명사인 시리얼을 생각하면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나요?

오늘의 주인공이 바로 글로벌 탑 브랜드인 '켈로그 Kellogg's' 입니다.




1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아침 식탁의 필수품, Kellogg's


켈로그는 콘푸레이크의 창시자로, 시리얼의 원조이자 대표 브랜드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요' 라는 광고 카피로 더 유명한데요, 오랜 역사와 최초 제품으로서의 프리미엄은 켈로그를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나 시장 점유율 면에서나 항상 1등을 유지하게 했어요.

그런데 2018년 즈음, 유럽 시장에서 켈로그 브랜드가 위기를 느끼게 되었나봅니다. 정확한 Fact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구체적인 사항은 발견하지 못했고요, 간접적으로 아래 그래프로 유추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2017년 미국 시리얼 브랜드 시장 점유율>


1등인 켈로그와 2등인 General Mills의 점유율이 아주 근소한 차이인 것을 볼 수 있죠? (General Mills는 우리나라 사람에겐 조금 생소한데요, 네슬레와 합작하여 시리얼 회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러한 경쟁이 유럽 시장에서도 동일하거나 비슷하게 발생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어요. 패키지 디자인을 개발한 Landor에 따르면, 디자인 리뉴얼의 목표는 "Reclaim its iconic status" 즉, "정상탈환" 이었다고 합니다.





성공신화의 시작 : 2019년 시리얼 패키지 디자인 리뉴얼


당시 켈로그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이예요. 옛날 자료라 해상도가 낮은 것은 둘째치고, 각 제품별 디자인이 다 다르고, 산만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켈로그 브랜드보다는 개별 제품 이름이 더 눈에 띄며, 제품 로고나 제품 사진의 스타일도 제각각이죠.


디자인을 개발한 브랜딩 에이전시, Landor는 켈로그의 가장 큰 자산은 바로 마스터 브랜드, 즉 켈로그 Kellogg's 브랜드 그 자체라고 봤어요. 그래서 고유한 강점인 켈로그 브랜드를 중심으로 패키지 디자인을 단순화하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디자인 전략 1. 대담한 브랜드 로고 사용

기존 패키지에서 상단에 작게 들어가서 눈에 띄지 않았던 켈로그 로고의 크기를 대폭 키우고, 과감하게 Cropping을 했어요. 이 Cropping이 정말 신의 한 수 인 게, 이 한 끗으로 켈로그의 진부한 이미지가 새롭게, 신선하게 바뀌었거든요.


디자인 전략 2. 다양하면서도 조화로운 색상 팔레트

다채로운 색상을 사용한 것은 이전 패키지도 마찬가지인데, 왜 조화로와 보일까요? 바로 색감을 통일했기 때문이예요. 개인적으로 색감은 정말 디자이너 개개인의 능력 차이가 커서, 감각이 뛰어난 디자이너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일반 기업에서 근무 할 때, 실무 담당 주니어 디자이너가 색감을 못 잡아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결국은 포기하고 외부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었죠.


디자인 전략 3. 일관성 있는 레이아웃 및 제품 이미지 사용

제품 사진을 원형으로 통일하고 중앙에 배치했어요. 그리고 캐릭터가 등장할 때에는 좌측에 배치했죠. 기존의 우유가 쏟아지는 이미지, 제품 알갱이가 튀는 이미지는 배제했어요. 천연 곡물을 사용하는 특징을 정직한 제품 사진으로 표현했죠.





옆면에는 곡물이 제품화되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스토리를 그래픽으로 표현했습니다.



슈퍼마켓 진열대에 이렇게 예쁜 패키지가 있다면, 당연히 눈에 띄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흔히 봐왔던 시리얼 패키지를 생각해보세요. 왠지 더 고급스럽고, 더 좋은 재료를 썼을 것 같고, 더 맛있을 것 같죠. 이게 바로 좋은 패키지 디자인의 힘인 것 같아요.


이 드라마틱한 패키지 디자인의 변화를 수치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9년 유럽 시장에서 런칭 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70%가 진열대에서 켈로그의 제품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었고, 구매 의도를 50% 증가시켰다고 해요. 그리고 판매량은 무려 7%나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얼핏 보면 이 수치가 미미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2017년 미국 시장에서 2위 브랜드와의 차이가 0.25% 밖에 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수치입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켈로그 패키지는 어떨까?


그런데, 부끄럽게도 저는 이 디자인 리뉴얼 사례를 최근에야 알게 되었는데요, 2019년 당시 제가 IT기업에 몸 담고 있으면서 타 산업 분야의 브랜딩이나 디자인에 관심을 두지 못했던 것도 있고요, 우리나라에는 이 디자인으로 출시한 적이 없기 때문이예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켈로그 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모아봤어요. 상단에 켈로그 로고를 일관성 있게 적용했지만, 유럽 패키지 디자인과 확연히 다르죠? 앞서 이야기한 대담한 로고 사용과 Cropping이 왜 신의 한 수 있지 다시 확인할 수 있어요.

왜 그 예쁜 유럽의 패키지를 우리나라에서는 적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켈로그는 농심과 합작법인으로 회사가 다르기 때문에 디자인 사용에 있어 저작권 문제라던가, 디자인 로열티 지급, 한국화 이슈 등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유추해 봅니다.






성공신화를 이어가자: 2022년 스낵 제품 패키지 디자인


2019년 성공이 엄청나긴 엄청났던 것 같아요. 몇 년 후 다시 Landor에게 패키지 디자인을 맡겼으니까요. 이번에는 시리얼과 조금 다른 제품 라인인 스낵, 즉 에너지 바 제품군 패키지입니다.


스낵라인 기존 패키지는 얼핏 나쁘지 않아보여요. 시리얼에 적용했던 Cropping된 켈로그 로고를 적용한 패키지도 있고, Special K 라인과, Nurtri-Grain 라인은 나름 일관성이 있거든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하나의 켈로그 스낵 라인으로 보이지는 않죠? 또 시리얼 패키지 리뉴얼로 한 번 높아진 고객의 눈높이는 내려오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스낵 라인 리뉴얼도 동일한 디자인 규칙이 적용됐어요.


1. 대담한 브랜드 로고 사용

켈로그 뿐 아니라 Special K 역시 동일한 규칙을 적용했어요. 비록 로고 디자인 자체는 다르지만 로고 크기를 키우고 Cropping한 것으로 시각적 일관성을 줍니다.


2. 다양하면서도 조화로운 색상 팔레트

스낵 라인 패키지에서 특히 색상 팔레트로 인한 통일성, 일관성의 장점이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비교적 깔끔했지만 제각각이었던 이전 패키지와 비교해 보면 잘 느끼실 수 있을 꺼예요.


3. 일관성 있는 레이아웃 및 제품 이미지 사용

리뉴얼된 디자인을 보고나서야 깨달았어요. 모든 스낵 제품이 바(Bar)타입이라는 것을요! 정 중앙 상단에서 촬영한 제품 사진, 그리고 좌측 일부만 벗겨서 내용물이 보이게 한 디자인은 재료의 특성을 살린 시리얼 패키지 디자인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이번에는 캐릭터들이 모두 우측에서 등장해요.




모아놓고 보니 다채로우면서도 조화로운 디자인이 더욱 눈에 띕니다. 구매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정말 좋은 디자인이예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시리얼과 마찬가지로 스낵 라인 제품 디자인은 어떠한지 찾아봤습니다.


흠흠. 예상하셨죠? 어느 정도 일관성은 보이나 해외디자인처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도는 부족한 것 같아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상단의 켈로그 로고와 '에너지바K'의 로고 사이즈가 비슷해서 시선을 분산시키고, 특히 푸른색과 빨간색의 조합은 식욕을 떨어뜨리는 것 같아요. (해외 패키지 사례와 비교해보세요. 색감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해 봅니다!)




2019년 시리얼 패키지 디자인과 2022년 스낵 패키지 디자인을 나란히 비교해 봤어요.

3년이라는 시간의 차이를 꿰뚫는 일관성이 보이시나요? 식품 브랜드에서 패키지 디자인은 로고 디자인에 버금가는 중요성과 비중을 갖고 있는데요, 켈로그의 사례가 이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어요. 특히 일관성 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적용이, 단순 로고 디자인 통일이나 로고 위치와 사이즈 통일, 또는 '띠(Band)'를 두르는 것에 그쳤던 기존 패키지 디자인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마트나 슈퍼마켓에서 살펴보면 2~3개는 일관성이나 유사성이 보이는데, 전체 제품 라인업이나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마도 제품별로 매출이 확연히 드러나는 시장의 특성 상, 패키지 디자인이 고객에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도 브랜딩 관점에서 전체적 통일성과 지속성을 줄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사실 이번 사례는 제 안의 '디자인 사대주의'를 좀 더 키웠버렸는데요, 혹시 우리나라에도 이에 못지 않은 훌륭한 패키지 디자인 사례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우리나라 디자이너의 저력을 믿어요.



*관련 아티클 모음 (좀 더 많은 이미지와 자세한 설명이 있어요. 영어라도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번역기가 있습니다!)

https://landor.com/work/kelloggs

https://landorandfitch.com/en/case-study/kellogg-s

https://www.creativeboom.com/news/kelloggs-snacks-rebrand/ 

2022 JUN
연관 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