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어느 온라인 브랜드 가이드라인 서비스 제공 회사의 광고 이미지로 시작합니다. 오른 쪽에 기입한 저작권 정보만 보셔도 아시겠죠? 2022년 여름 Brandpad라는 회사가 "RIP PDF Brand Guidelines"라는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제가 종종 방문하는 브랜딩 관련 사이트에 아티클(로 위장한 광고글)로 올라왔는데, 광고 이미지가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았거든요. 요약하자면, PDF로 만들어서 뿌리던 브랜드 가이드라인의 시대는 이제 종말을 맞이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연식이 꽤 되어서, PDF 브랜드 가이드라인 이전 시대, 즉 인쇄해서 제작하던 두꺼운 브랜드 매뉴얼 북 시대를 겪은 사람이거든요. 당시에는 브랜드 개발 비용에 필수로 매뉴얼 인쇄비용이 포함되었고, 공공기관이나 은행, 대기업은 수백 부 씩 인쇄하기도 했었죠. 더 이상 인쇄물을 제작하지 않고 PDF로만 전달하는 것도 최근 몇 년간의 변화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벌써 PDF도 안녕을 고해야 할 때가 왔나 봅니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아요!)
소수만 공유하던 전유물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공공의 지식으로 변화
사실, 브랜딩 업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들은 PDF로 된 브랜드 가이드라인조차도 접해 보신 분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 안에서는 브랜드 담당자만이 열어볼 수 있는 문서로, 에이전시에서는 외부에 유출하면 안되는 자산으로 취급되어 PDF가 대중화된 문서파일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퍼지지 않았어요. 특히, 일부 성의없는(이라 쓰고 '양심없는' 이라 읽습니다.) 디자이너는 누군가가 만든 브랜드 가이드라인에 로고 이미지만 교체하는 얌체같은 행위를 하기도 했기에, 비밀번호를 걸어서 전달하기도 했죠.
하지면 요즘은 모든 데이터와 지식이 공개되어 있는 세상이잖아요? 브랜딩도 더이상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담당자의 허락을 받아 조심히 깐깐히 다뤄야만 했던 브랜드 로고가 이제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브랜드를 정확하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이 노출되고 더 많이 알려지는 게 중요한 시대로 변화한 것이죠.
온라인 브랜드 가이드라인 서비스
클라우드 서비스의 보편화로 인해 모든 문서가 온라인화되고 있어요. 이메일이나 메신저 채팅방에서 주고받던 문서 파일을 넘어, 구글 독스, 노션처럼 바로 온라인 상에서 편집하고, 온라인 링크로 공유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브랜드 가이드라인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온라인화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브랜드 가이드라인의 온라인화가 PDF로 만들어서 웹사이트에 올리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면, 새로운 온라인 브랜드 가이드라인은 다운로드 없이 웹으로 바로 원하는 내용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브랜드 정보를 전달하는 전용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브랜드 전용 도메인 주소와 함께 제작 템플릿을 제공하거든요. 십여년 전에는 소수의 대기업들이 비용을 꽤 들여서 별도 프로젝트로 웹사이트를 구축 했었는데요, 기술의 발전은 놀랍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총 8개의 온라인 브랜드 가이드라인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대부분 해외 서비스이고 국내 서비스가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최근 2~3년 사이에 부쩍 늘어난 것 같아요. (물론 안타깝게도 사라진 서비스도 있습니다.) 나름의 공정성을 위해 ABC순으로 나열했고, 단순 웹사이트에서 얻은 정보 기준으로 비교했습니다. 실제 써 본 후기를 공유하면 좋았겠지만... 제가 디자이너가 아니고 새로운 툴에 익숙하지 않아 (아, 눈물이....) 다음 기회로 미뤄둡니다. 추후에 사용 후기를 발견하면 공유할께요.
Brandpad의 광고이미지로 이 글을 열었기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가장 처음에 소개하려고 했는데요, 공교롭게도 알파벳 순서로도 가장 먼저네요.
Brandpad는 2018년에 설립되었는데요, 그 전에는 브랜딩 에이전시 별로 독자적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온라인화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저도 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브랜딩 에이전시가 만든 폐쇄형 사이트를 이용해봤던 경험이 있어요), 공식 서비스 플랫폼으로서는 최초가 아닐까 합니다. (주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이니 감안해주세요.)
올해 적극적인 광고 캠페인을 통해 저 같은 옛날 사람도 알게 되었으니, 가장 많이 알려진 서비스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브랜드 로고 정보를 검색하다 보면 Brandpad로 구축된 브랜드 사이트들이 발견되기도 하더라고요. 꽤 나이스하게 구현되는 것 같아요. 브랜딩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예시 사이트만 살펴보셔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브랜드 가이드라인은 브랜드 북(Brand Book)이라고도 하는데요, 브랜드의 코어(Core)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렇게 탄생한 Corebook입니다. (브랜드 네임만 보면 의미를 유추하는 직업병이 여기서 또...)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만, Corebook은 브랜딩 디자이너가 아닌 순수 개발자가 만든 서비스 같아요. 웹사이트도 브랜드 가이드라인 자체보다는 이 서비스 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기능설명에 취중되어 있거든요. 또, 브랜드 컨텐츠 구성보다는 데이터/정보/파일의 공유가 잘 되어있다는 평이 있었어요. 이용 고객도 각종 제작을 위해 외부협업이 빈번한 광고대행사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Branding Technology 라는 태그라인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기능과 디자인은 그다지 뛰어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하다는 것이고, 내용이 많지 않고 비교적 단순한 브랜드 가이드라인의 경우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적합할 수 있습니다.
Lingo 역시 가격이 저렴한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단, 서비스 이용에 주의할 점은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볼 수 있는 '사용자' 수에 따라 비용이 책정된다는 점입니다. 다른 서비스들은 편집 권한이 있는 '에디터' 수에만 제한을 두고 사용자는 제한없이 열려 있는데요, Lingo는 등록된 사용자만 내용을 볼 수 있는 폐쇄형 브랜드 사이트라고 볼 수 있어요.
디자이너라면 가장 먼저 손이 갈 서비스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을 정도였는데요, 일단 훌륭한 디자인과 콘텐츠가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왜냐구요? 이 서비스를 만든 회사가 글로벌 브랜딩 에이전시인 Order입니다. 가장 최근에 오픈한 서비스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그만큼 칼을 갈고 만들었다는 느낌이 나지 않습니까? (사심이 많이 들어간 코멘트임을 알려드립니다.) 특히 Order에서 최근 개발한 브랜드들의 가이드라인을 모두 이 플랫폼으로 제작하여 올려놓았어요. 브랜딩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특히 브랜딩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Standards의 예시 사례를 살펴보세요.
Zebrand는 위의 다른 서비스들과 결이 약간 다릅니다. 온라인 브랜드 가이드라인 서비스들 대부분이 브랜딩과 관련된 광고대행사나 디자인 스튜디오 등을 타겟을 하고 있는데요, Zebrand는 기업 관점에서 접근했어요. 가이드라인 편집보다도 내용을 구성하는 법, 고객 반응 분석(통계 데이터 제공), 브랜드 코칭서비스 제공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항들이 눈에 띕니다.
Our-Brand는 영국 웨일스의 수도이자 항구 도시인 카디프에 위치한 브랜딩 에이전시 Toward가 2023년 10월에 새롭게 만든 서비스입니다. 위에 소개한 다른 서비스와는 달리 클라이언트 한정 부가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어요. 이용해 볼 수가 없어 확신할 순 없지만, 아마도 유료 서비스일 것입니다.
뒤늦게 Toward가 디지털 가이드라인 서비스를 런칭한 이유를 생각해봤는데요, 아마도 클라이언트 Lock-in 전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디지털 가이드라인을 이용하고 그 편리함에 만족한다면, 후속 브랜딩 프로젝트도 동일 에이전시에 의뢰할 확률이 높죠. 브랜드를 관리하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리소스가 분산되는 것이 꽤 번거로운 일이거든요.
Brandrive는 우리나라의 브랜딩 에이전시 샘파트너스에서 만든 서비스입니다. 브랜드비 단톡방 제보로 알게되었어요. (Brandorai님 제보 감사합니다!)
2023년 10월 현재 아직 요금제가 정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베타 서비스가 아닐까 싶네요. 하단 메뉴 중 '사용자 가이드라인'을 보시면 대략적인 구성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 가이드라인 서비스를 우리나라에서 런칭한 것은 Brandrive가 처음인 것 같은데요, 일단 시도한 것에 큰 박수를 보내며 향후 성공적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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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소개한 서비스들 중 6개의 유료 서비스를 비교해서 정리해봤습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에 사용 목적에 따라 선택하시면 될 것 같아요. 비용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별도 웹사이트를 개발해서 운영하는 비용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예요. 다만, 저렴하게 개발한 브랜드의 경우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죠. 따라서 아직 저가 브랜딩이 넘쳐나는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온라인 브랜드 가이드라인 서비스가 시기상조인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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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주관적인) 온라인 브랜드 가이드라인 서비스 선택 방법
- 브랜딩 에이전시들의 선택 : Brandpad 또는 Standard
- 기업 브랜드 관리자의 선택 : Corebook 또는 Zebrand
- 브랜드 구축 초기 테스트 운영을 위한다면 : Gingersauce
- 사용자를 제한하여 폐쇄형 운영을 원한다면 : Lingo
PS. 사용해보신 분들의 리얼 후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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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발행일 : 2022 D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