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비 웹사이트에는 <Trend Keyword>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한 시대 또는 특정 기간에 유행한 트렌드와 이를 반영한 로고를 살펴보기 위해 마련했는데요, 사실 디자인 키워드 쪽은 트렌드라기보다는 유형 분류에 가깝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새를 형상화한 로고>인데요, 개인적 호기심에 모아보기 시작했습니다만 모아놓고 보니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새 로고를 사용하고 있었어요. 각각의 브랜드가 새 로고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아요.
1. 하늘을 날다, 비상(飛翔)
가장 직관적으로 연상할 수 있는 새의 대표 속성입니다. 전통적으로 비행기, 항공 분야에서 많이 사용해 왔기도 하고요.
Vertical은 우리나라에서는 UAM(Urban Air Mobility)이라고 부르는 수직 이착륙 항공기 브랜드입니다. 활주로를 달려 이착륙하는 기존 비행기와 달리 수직으로 이착륙 하기에 새의 형태가 조금 다른 것을 알 수 있어요.
Sora Fuel은 지속가능항공유(SAF)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네임인 Sora는 일본어로 '하늘'을 뜻하는데요, 심볼은 날개를 펼친 새를 미니멀하게 표현했습니다.
2.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다, 조감(鳥瞰)
조감도는 건축분야에서 사용하는 단어로 위에서 아래를 바라본 모습을 뜻합니다. 한자가 조금 어려워서 영어 표현인 Bird's Eye View가 좀더 쉽게 이해되실 것이예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장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한 눈에 전체적인 모습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죠.
Overviu는 기업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한 눈에 볼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입니다.
Prowly는 PR 미디어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입니다. 다소 전문적이고 생소한 분야라 처음에는 왜 부엉이 심볼을 사용했을까 의문을 가졌었는데요, 새의 여러가지 속성을 살펴보다가 뒤늦게 이해했네요.
3. 장애물과 제약을 넘나들다, 자유(自由)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감옥 또는 폐쇄된 공간에 갇힌 주인공들이 하늘 위 새를 바라 보며 자유를 꿈꾸죠. 그래서 새는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메타포이기도 합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에디바우어는 2023년 리브랜딩을 하면서 거위 심볼을 도입했습니다. 브랜드의 상징적 제품인 덕다운과 연관성도 있겠지만, 아웃도어 브랜드로서 자유로움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Rise는 합법적 대마초(Legal Cannabis) 브랜드입니다. 대마초 잎과 브랜드 네임을 상징하는 태양과 함께 새를 넣은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추측하실 수 있죠?
4. 물찬 제비처럼 빠르게, 신속(迅速)
물찬 제비라는 표현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지만 영어권에서도 제비가 날렵하게 움직이는 이미지는 동일한 것 같습니다.
Swyftx는 호주의 가상화폐 거래소인데요, 브랜드 네임과 심볼 모두 신속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Swift는 빠르다는 의미 외에도 '칼새'라는 새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Sparrow는 임직원 연차관리 솔루션인데요, 처음에는 제비와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바로 파악할 수는 없었어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임직원들이 제비처럼 유연하고 빠르게 휴가를 떠날 수 있다는 장점을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5. 새들의 쉼터, 자연(自然)
철새들이 방문하는 생태습지는 자연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죠. 그래서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과 새가 연관성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인공적인 공원은 일부러 새 소리를 틀어주기도 하는데요, 새가 없는 공간은 진정한 자연이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이겠죠.
Aire Park는 영국 리즈 지역에 새롭게 개발된 복합 공간 지구입니다. 공원이 있는 친환경 지역임을 강종하기 위해 기존 로고는 나뭇잎 모티브를 사용했었는데요, 새의 머리모양으로 대체함으로써 자연친화 이미지는 물론 차별성을 갖게 되었어요.
Laken은 브라질의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입니다. 역시 자연 속 여유로움을 새를 통해 표현하고 있어요.
6. 지혜로움의 상징, 부엉이
지혜의 여신 아테네(또는 미네르바)와 함께 다니는 새, 부엉이는 지혜로움과 현명함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학문, 출판, 교육 분야에서 부엉이 심볼이나 캐릭터를 쉽게 접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출판사, 위즈덤하우스가 리브랜딩을 하면서 부엉이 심볼을 도입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네임 자체가 "지혜"이니까요.
SCBWI는 Society of Children's Book Writers and Illustrators의 약칭으로 아동도서 작가 및 삽화가 등 관련 전문인들의 협회입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니셜 네임을 부엉이 심볼을 통해 보완해주고 있어요.
7. 용맹함과 권위의 상징, 독수리
독수리는 예로부터 많이 사용해 온 유서깊은 상징물이죠. 특히 서양의 왕가나 귀족의 문장에서 사자와 함께 가장 많이 사용된 동물이기도 합니다.
Scouting America는 성추문에 휩싸여 이름을 변경한 미국 보이스카우트의 새로운 브랜드입니다. 대신 독수리 심볼은 기존의 것을 그대로 계승했습니다.
롯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롯데캐슬은 용맹함보다는 권위의 상징으로 사용됐습니다.
8. 작고 귀여운 친구, 친근함
새 중에서도 작은 크기의 새들은 친근함의 상징으로 사용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옛 트위터가 아닐까 싶은데요, 같은 새이지만 앞서 설명한 독수리와는 정반대의 이미지이죠?
핫소스 브랜드 Yellowbird는 제품 자체로는 새와 연관성이 없어요. 하지만 귀여운 캐릭터와 재미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도입하여 독특한 고유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냈습니다.
Pia는 점자, 큰 글씨, 오디오 등을 통해 책 및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기업입니다. 초기부터 까치 심볼을 사용해 왔는데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작은 새의 이미지를 통해 친근함과 접근성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이상으로 새가 가진 다양한 의미를 살펴보았어요. 저도 정리하면서 새가 이렇게 다양하면서도 좋은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는데요, 표현 방법 및 디테일에 따라 브랜드의 특징과 고유성을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상징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경쟁 브랜드가 새를 형상화한 로고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 차별화 방안으로서 새를 브랜드의 상징물로 지정해 보는 것을 한 번 검토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