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다 아시겠지만 브랜드비는 브랜딩 업계 및 에이전시의 동향에 대해 무척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archiveB를 업데이트하면서 함께 획득하는 브랜딩 업계 뉴스에도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는데요, 최근들어 브랜딩 에이전시의 리브랜딩 소식이 부쩍 늘었어요. 특히 내노라하는 글로벌 유명 에이전시들이 잇달아 리브랜딩을 하는 것을 보면서, 첫번째는 브랜딩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는 어떻게 브랜딩했는지 궁금했고, 둘째로는 왜 리브랜딩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각 에이전시의 리브랜딩에 대한 상세 내용은 관련 기사 및 글을 링크해 놓았기에 별도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 이번 글에서는 '어떻게' 보다는 '왜' 리브랜딩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촛점을 맞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최근 리브랜딩을 진행한 7개 브랜딩 에이전시 사례를 통해 함께 살펴보아요. 순서는 abc 순입니다.
Bruce Mau Design은 최근 Infiniti의 리브랜딩을 진행한 캐나다의 디자인 에이전시입니다. 설립된지 30여년이 넘은 회사인데요, 많은 디자인 에이전시가 그래왔듯이 회사의 이름인 대표 디자이너이자 창립자 Bruce Mau가 회사를 떠났다고 해요. Bruce Mau가 없는 Bruce Mau Design이라니, 정체성에 혼란이 올만도 하죠.
꽤 오랫동안 혼란의 시기를 겪은 것 같습니다만, 최근들어 활발하게 실적을 발표하는 것으로 보아 새로운 Bruce Mau Design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기사에 나온 "슈퍼맨이 이끄는 스튜디오에서 어벤저스가 이끄는 스튜디오로 변화"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의 크리에이티브 및 유명세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한 디자인 에이전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리브랜딩입니다.
Conran Design Group은 글로벌 광고대행사 Havas가 계열 브랜드& 디자인 에이전시를 통합하여 런칭한 브랜드입니다. 글로벌 광고대행사는 워낙 인수합병이 빈번하여 소속 브랜드&디자인 에이전시가 누구누구인지 명확히 파악하기 쉽지 않은데요, Havas 계열 디자인 에이전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어요.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계열 글로벌 브랜드&디자인 에이전시들을 하나로 통합, 브랜드 강화를 꾀한 것으로 보입니다.
Conran Design Group의 리브랜딩은 브랜딩과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어요. 또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통합적인 브랜딩에 대한 기대도 있을 것이고요.
Design Bridge and Partners는 WPP 계열 브랜딩 에이전시인, Design Bridge와 SuperUnion이 합병하여 탄생했습니다. SuperUnion의 전신인 BrandUnion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끊임없는 인수합병을 통해 탄생한 글로벌 브랜딩 에이전시였는데요, 결국은 Design Bridge의 이름 하에 합병되었네요. 개인적으로 이는 Union이라는 조직의 속성보다는 Design Bridge의 유명세 및 전문성이 브랜딩 업계에서 더 큰 파워를 지니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합병하여 변화했다는 의미로 'and partners'가 추가되었지만 머지 않아 이를 뗄 것으로 보이고요.
Further는 브랜딩 에이전시 Design Studio와 모션 디자인 스튜디오 Analog, 몰입형 경험 디자인 에이전시 Pixel Artworks가 연합하여 탄생한 크리에이티브 그룹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는데요, 왜냐하면 Design Studio 자체가 원래 모션 그래픽 및 애니메이션에 강한 브랜딩 에이전시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Design Studio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앞선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술력을 지닌 전문가들과 연합을 한 것이죠! 사실 TeamLab, 아르떼 뮤지엄과 같은 미디어 아트가 보편화되고 라스베가스의 Sphere와 같은 입체형 미디어 체험 공간이 탄생한 지금, 너무나도 당연한 변화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가 벡터 로고 디자인에 머물러있는 국내 브랜딩 에이전시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것 같아 부러우면서도 안타까웠습니다.
Landor는 우리나라에도 익히 알려진 브랜딩 에이전시입니다. 2021년에 합병을 통해 Landor&Fitch로 이름이 바뀌었는데요, 2023년 다시 Landor로 복귀했습니다. 이번 랜도의 리브랜딩은 단순 Fitch라는 이름을 뗀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동안 인수한 건축 에이전시 BDG, 모션 에이전시 Manvs.Machine, 음향 전문 스튜디오 AMP를 포괄한 브랜딩으로 보입니다. 단순 브랜드 네임 개발 및 로고 디자인에 그치지 않고, 사운드 아이덴티티, 모션 그래픽 및 영상, 그리고 공간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인 브랜딩을 하겠다는 뜻이겠죠.
Peter Schmidt Group은 독일을 대표하는 브랜딩 에이전시 중 하나입니다. (과거 브랜드비가 소개하기도 했어요)
창립자의 이름을 딴 에이전시이며, 코끼리 심볼 역시 창립자의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리브랜딩은 심볼의 코끼리가 두른 휘장이 지역별로 변화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Peter Schmidt Group의 리브랜딩 배경 역시 최근 패러다임 전환에 발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PSG Imagine 이라는 AI 전문 부서를 만들어 새로운 브랜드 시스템을 제안할 수 있다고 하네요.
Wolff Olins의 리브랜딩은 브랜드비의 에이전시 소개글에서도 다룬 바 있으니,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갈께요.
사실 Wolff Olins는 Landor나 Further, Peter Schmdit Group 처럼 조직 및 서비스의 변화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Bruce Mau Design처럼 에이전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데 집중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둘 다 더이상 창업자가 존재하지 않는, 창업자의 이름을 딴 에이전시로서 고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기 위해 리브랜딩을 한 사례입니다.
왜 브랜딩 에이전시들이 리브랜딩을 할까?
사실 브랜딩 에이전시들은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로고 디자인을 변경해 왔습니다. 로고 디자인의 전문가이니 트렌드에 맞춰 변화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었겠죠. 하지만 대부분 로고 변경에 그쳤고, 요즘처럼 조직 개편에서부터 전용서체 개발, 사운드 아이덴티티 개발에 이르기까지 본격적이며 통합적인 리브랜딩을 하지는 않았어요.
브랜딩 에이전시들이 리브랜딩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최근 브랜드들이 리브랜딩을 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 : 모바일 퍼스트 시대, 디지털 전환, 그리고 생성형 AI에 이르기까지 첨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더이상 단순 브랜드 로고 디자인 하나만으로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죠.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낙오될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브랜딩 업계에도 확산 되고 있습니다.
- 글로벌 시대, 글로벌 브랜딩을 위한 네트워크 : 최근 자동번역 기술의 발전으로 웹 상에서의 언어장벽은 무너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국가 간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로컬 브랜드가 글로벌 마켓에서도 알려지고 홍보되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브랜딩 에이전시 역시 글로벌 관점에서 브랜드를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 브랜드 단일화 및 정체성 정립을 통한 크리에이티브 리더십 : 브랜딩 에이전시의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습니다. 리모트 워킹이 보편화된 요즘, 더 싸게 더 빠르게 브랜드를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이 더 많아졌고, 과거 유사한 소수 브랜딩 에이전시끼리의 경쟁에서 무한 경쟁의 시대로 돌입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브랜딩 에이전시가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결국 크리에이티브 리더십입니다.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앞선 크리에이티브와 기술력만이 클라이언트가 기꺼이 비싼 비용과 오랜 시간을 들여 브랜딩을 해야만 하는 동기 부여가 될 것입니다.
결국, 브랜딩 에이전시도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유명세와 인지도에 의존해 브랜딩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앞으로는 브랜딩 에이전시를 선택하는 기준이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브랜딩 전문가 여러분, 여러분의 브랜딩은 시대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나요? 좋게 말하면 클래식이고, 적나라하게 말하면 구식인 브랜딩을 유지하고 있지는 않나요?
작게는 생성형 AI 및 저가 재능 마켓 플랫폼과, 크게는 글로벌 에이전시와 경쟁할 수 있는 여러분의 브랜딩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