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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탄생을 기념하는 방법

브랜드비의 비공식적 통계에 따르면 최근 런칭한 브랜드들의 평균 수명이 채 3년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10년 이상 나이를 먹은 브랜드들은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대단하고 기념할 만 하다고 생각해요. 이를 축하하기 위해 특별한 엠블렘 디자인을 만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


브랜드비는 브랜드들의 탄생을 기념하는 엠블렘들을 <창립기념>이라는 태그로 모으고 있습니다. 잠깐 부연설명 드리자면, 영어단어 Anniversary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기업이나 단체의 창립기념 엠블렘이 다수를 차지하기에, 국내에 특화된 플랫폼으로서 편의상 <창립기념>으로 몰아 넣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창립기념> 엠블렘 디자인 중 주목할만한 사례 7개를 선정하여 소개드립니다.

항상 말씀드리다시피, 이는 지극히 브랜드비 개인의 취향에 기반한 것이며, 관점 및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순서는 국내 브랜드 및 젊은(상대적으로!) 순입니다.






1. 한국양궁 60주년 by 비스타디아



앞서 "젊은" 순이라고 말씀드렸지만, 1번은 무려 환갑을 맞이한 한국양궁입니다. 수십년간 세계 양궁을 선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양궁은 성공적인 엘리트 스포츠의 모범사례인데요, 60주년 엠블렘도 단순 장식적 엠블렘이 아닌 한국 양궁의 비전 및 가치를 표현하는 슬로건과 함께 개발되었습니다.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그래픽 요소들에 담긴 의미를 알아보세요.






2. 삼양그룹 100주년 by 스튜디오 FNT



우리나라 대표 장수기업 삼양사가 2024년 100살을 맞았습니다. 100주년 엠블렘은 기존 CI의 요소인 원과 이에서 파생된 타원이 교차하며 역사를 담는 그릇이자 미래의 창(窓)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만 살짝 아쉬운 점은 같은 해에 발표된 삼양 그룹의 새로운 CI와의 연계성이 전혀 없다는 것인데요, 두 로고 디자인의 발표 시점이 각각 다르고, 또 신규 CI 디자인 발표의 서프라이즈 효과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추측됩니다.






3. 조선 호텔 110주년 by 뉴챕터 / 스튜디오 디노트



우리나라 최고(最古) 호텔인 조선 호텔의 110주년 기념 슬로건과 엠블렘 디자인입니다. 저는 네이미스트 출신인지라 단순 숫자만을 강조하는 창립기념 엠블렘 디자인보다 특별한 의미를 담아 슬로건을 함께 발표하는 사례를 눈여겨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영화로운 과거에 매달리며 자아도취되는 것보다 마음가짐을 바로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숫자 디자인에 숨겨진 조선호텔의 아이덴티티도 함께 살펴보세요.






4. Mustang 60주년



포드의 스포츠카 머스탱의 60주년 엠블렘입니다. 포드에 따르면 머스탱은 1000만 대 이상 판매되었으며 500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Credit 정보를 얻지 못해서 디자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만, 워낙 아이코닉한 브랜드이기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속도감을 표현한 머스탱 배경 그래픽에 주목하세요.






5. NBA 75주년 by Rare Design



NBA의 로고는 머스탱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아이코닉한 디자인이죠. 그런데 왜 75주년 엠블렘은 하필이면 다이아몬드 형태를 띄고 있을까요? 이는 영어 문화권에서는 75주년을 Diamond Anniversary라고 부르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또 다이아몬드는 완벽함과 영원함의 상징이기도 하죠. 특히 이를 기념하여 만들어진 화려한 다이아몬드(진짜는 아닙니다!) 농구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6. Heineken 150주년 by Design Bridge and Partners



아마 둔감한 사람은 로고 디자인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또는 "이걸 어떻게 읽어야돼?"라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보자마자 너무나 단순하고 명확하게 브랜드의 역사를 표현한 것에 감탄했어요. 150년은 서양의 Diamond Anniversary가 두 번 돌아오는 엄청난 시간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담담하게 표현한 것이 브랜드의 자신감이아닐까 싶어요.






7.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 by Chermayeff & Geismar & Haviv



<창립기념> 숫자 중 가장 큰 숫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싶어요. 무려 미국이라는 국가의 탄생 기념이니까요.

이 로고 디자인은 리뉴얼된 버전인데요, 이전 로고는 레트로 스타일로 250년의 유구한 역사를 표현했지만, 너무 낡고 오래된 느낌이었어요. 앞서 말씀드린 바 있듯이 이 <창립기념>이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고 과거에 머무르기 위함은 아니니까요. 나이많음을 자랑하기보다는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상으로 7개의 <창립기념> 엠블렘 디자인들을 살펴봤어요.

굳이 분석을 해보자면, 국내의 <창립기념> 엠블렘은 숫자를 강조하는 경향이 많아요. 위의 우수 사례들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간접적으로나마 표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내 <창립기념> 엠블렘들이 회사나 브랜드 네임을 지우면 구분이 전혀 안되는 디자인이 많아요. 상대적으로 해외 엠블렘은 무게중심이 브랜드 아이덴티티 쪽에 위치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브랜드비의 추측은 이렇습니다.


1. 국내의 <창립기념> 엠블렘은 내부 이벤트용, 즉 내부 임직원을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2. 주관 부서도 브랜딩이나 마케팅이 아닌 경영기획이나 인사총무가 맡는 경우가 많다.

3.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차가 있기에 조직 내 유경험자가 없거나, 있어도 직급의 차이가 커서 경험의 계승이 잘 되지 않는다.

4. 이벤트가 끝나면 더 이상 사용할 일이 없기에 시간과 비용 투자를 아끼는 경향이 크다.



브랜드비가 선정한 우수 사례들의 나이가 유난히 많은 것은 이의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훌륭한 브랜딩은 명확한 목표와 충분한 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새삼 강조드려 봅니다. 또 우리 브랜딩 에이전시는 <창립기념> 엠블렘이 일회성 디자인에 그치지 않도록 단순 스타일링이 아닌, 의미와 의도, 그리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아 개발해야겠습니다.




*다른 <창립기념> 엠블렘들을 살펴보고 싶으시다면 브랜드비 검색창에 #창립기념 을 입력하세요.


2025 M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