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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똑같을까? 2탄

약 1년만에 돌아온 '무엇이 똑같을까?' 시리즈 제 2탄입니다. (1탄이 궁금하시면 클릭!)


지난 1년 간 archiveB에 수집된 로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슷한 로고 디자인을 뽑아 봤어요. 요즘 로고 디자인 트렌드가 단순화되는 추세라서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디자인을 접해도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는 들죠? 또 유명 브랜드일 경우 디자인 유사성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디자인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인 요소가 많아 항상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는 말이 있듯이, 이번에 좀 더 풍부한 사례를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로고 디자인이 차별화될지, 또 좋은 디자인으로 받아들여질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해요.


*주의! 아래의 로고 디자인 비교는 브랜드비가 컨셉 및 표현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임의 선택했으며, 예시로 들었다고 유사한 디자인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나란히 보면 오히려 다른 부분이 더 잘 보이는 법입니다.






1. 원의 구성


개인적으로 왜인지 모르게 '안구眼球'가 생각나는 디자인입니다만, 위 3개 브랜드는 각각 전혀 다른 사업 분야를 영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디자인 컨셉 및 의도도 각각 다릅니다. 요즘 브랜드 심볼 디자인을 보면 기하학 도형을 사용한 미니멀한 디자인이 트렌드인데요, 또 조형미와 균형을 생각하여 정원, 정사각형, 정삼각형 등 기본 도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따라서 형태적 유사성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2. 필적과 선율


필적은 시각적이고, 선율은 청각적인데 로고 디자인으로 표현하니 유사한 부분이 있네요. 최근 한 교향악단 지휘자가 휘두루는 지휘봉의 궤적을 다이나믹한 붓터치, 페인트 등으로 표현한 영상(궁금하시면 클릭)을 본 적이 있는데요, 그런 면에서 음악과 미술은 서로 통한다고 하나 봅니다.






3. 같지만 다른 리본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리본'하면 선물포장의 나비 매듭을 떠올리는데요, 해외 브랜딩 케이스 스터디를 보면 '리본테잎'을 표현한 사례가 많습니다. 그런데 리본테잎을 시각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필수적으로 위 예시와 같은 중간에 살짝 웨이브를 준 형태를 띌 수 밖에 없습니다. 차별화를 주려면 테잎의 두께, 구성 갯수, 웨이브의 각도 등에서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같은 평범한 직선의 구성으로 되어 있지만 아디다스의 '3선'과 폴스미스의 '4선'은 다르다고 인식하죠? 하지만 신생 브랜드가 비슷한 디자인을 시도했다가는 표절시비 및 소송에 휩싸일 것입니다. 새로운 로고 디자인은 항상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하기에 더 어렵습니다.






4. 하트와 원



개인적으로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처음 봤을 때 비슷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물론 서로의 비즈니스 영역은 전혀 다릅니다. 다만, 최근 한 브랜드가 로고를 리뉴얼하여 더이상 비슷하다고 할 수는 없게 되었어요.






5. 라인 드로잉으로 표현한 날개



얼핏 보면 다릅니다. 하지만 각도와 색상을 맞추면 어떤 점이 유사한지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위 디자인 중 하나를 고객에게 추천해야 한다면 무엇을 고르겠습니까? 고객은 단순히 개인적 선호도를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전문가의 추천에는 타당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6. 보편적인 컨셉의 다른 스타일 표현



'꺽쇠 기호(Angle Bracket)'는 우리나라 기업이 특히 좋아하는 컨셉 중 하나입니다. 단순하면서도 방향성을 가진 형태는 좋은 의미를 붙여 설명하기에 편리하죠. 리더십, 미래, 진보, 진전, 역동성 등 이 디자인을 설명할 때 으레 따라붙는 설명입니다. CI 디자인 개발 프로젝트를 하면 항상 이 꺽쇠 기호를 사용한 디자인 후보안이 최소 1개 이상 등장하는데요, 업력이 길다 보니 너무 자주 많이 봐서 개인적으로는 진부하다고 생각하지만, 보편적으로 선호되는 컨셉이자 메타포인 것은 분명합니다.






7. 사각형의 중첩



미니멀 디자인 트렌드에 따라 최근 많이 보이는 로고 디자인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어떤 브랜드인지 기억하기는 쉽지 않아요. 저조차도 브랜드 네임과 매치가 어려울 정도니까요. 로고 디자인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시각적 인지 및 차별화'인데요, 이런 미니멀한 디자인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요? 단순 로고만 사용해서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로고 디자인 외 다른 다양한 디자인 요소에 대한 전략적 활용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끝부분에 설명할께요.)






8. 오마주와 카피의 차이


위 3개 로고에 적용된 표현 기법은 다른 브랜드 디자인에서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이 표현 기법을 적용했다는 것만으로 유사라고 볼 수는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3개 로고를 나란히 놓은 것은 동일 카테고리의 브랜드들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도시 브랜드'인데요, 가장 왼쪽 로고는 도시 브랜딩의 대표 사례로 손꼽히는 디자인입니다. 오른쪽 두 개의 로고는 후발 주자들이고요. 제가 유사하다고 느끼는 이유를 아시겠죠?

후발주자 브랜드를 '오마주'로 볼 것이냐 '카피'로 볼 것이냐는 사람마다 판단 기준이 다를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디자이너는 '모방을 해도 원작보다 더 뛰어나면 괜찮다'라는 주장을 했는데요, 어떤가요? 후발주자 브랜드들이 원작을 뛰어넘고 있다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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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심볼 디자인에서 많이 활용되는 알파벳 심볼들을 모아봤어요. 브랜드 네임과 연결이 용이하다는 점, 알파벳 글자의 형태를 기본으로 아이디어를 추가하여 디자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되는데요, 그만큼 차별화도 쉽지 않습니다. 동일한 알파벳 이니셜을 사용하는 브랜드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또 상표법에서는 알파벳 2글자 이하는 식별력을 가졌다고 보지 않아요. 단순히 서체만 달리해서는 차별성을 획득할 수 없다는 것이죠.


한글 초성 디자인은 영어의 알파벳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역시 초성 1개나 2개를 디자인해서는 차별성을 갖기 어렵습니다.

먼저 지난 번 다른 글에서 언급했던 사례를 보여드릴께요.



나란히 놓으면 확실히 다릅니다. 분야도 완전히 다르구요. '이것을 유사라고 본다면 세상에 유사하지 않은 디자인이 어디있어?' 라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 일반인에게는 푸른 색 사각형 바탕, 흰색 시옷 글자만으로도 유사한 이미지로 인지되는 것입니다. 디자이너로서는 무척 억울하겠지만, 일반인의 반응은 기본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매의 눈을 가진 디자이너는 아니니까요.






9. 영어와 한글의 차이



부연 설명 드리자면, 왼쪽은 영어 이니셜, 오른쪽은 한글 초성을 형상화한 디자인입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아니면 아이디어 차용일까요? 분야는 확실히 다르지만 먼저 발표된 브랜드 디자인이 엄청나게 유명한 것은 사실입니다.






10. C와 Dot의 구성



3개 디자인 모두 알파벳 C와 정원 형태의 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 글자체의 형태도 다르고 점의 크기와 위치도 조금씩 다릅니다. 다만, 일반인이 한눈에 차이를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만약 이 3개의 앱이 한 화면에 배치되어 있다면, 그누가 절대 잘못 누르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11. D와 동그라미



솔직히 말씀드리면, 위 사례도 합리적 의심을 갖게 했습니다. 분야 및 디자인 컨셉은 다릅니다만, 먼저 발표된 오른쪽 심볼이 너무 유명한 글로벌 대기업의 것이거든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2. D와 미음


자세히 보면 다릅니다. 왼쪽은 D를 유추할 수 있는 여지를 조금 남겼다면, 오른쪽은 ㅁ(미음)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관건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적합하게 표현했냐는 것일텐데요, 브랜드 명을 숨겨서 설명 드릴 수가 없네요. (궁금하시면 개별적으로 연락주세요.)






13. 밀어서 잠금해제하는 F


만약 위 2개의 로고가 동일한 상품류에 출원되었다면, 여러분은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실 수 있을까요? 저는 정말 어려울 것 같아요. 다행히 위 브랜드들은 국가도 분야도 전혀 다릅니다. 브랜드 네임이 F로 시작하는 것은 동일하지만요. 그런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F로 시작하는 브랜드가 사용할 수 있는 로고 디자인이란 뜻인데요, 과연 이 디자인이 상징하는 것은 F외에 무엇일까요? 밀어서 잠금해제?






14. 시대와 공간과 영역을 뛰어넘은 F



완전히 다른 영역의, 무려 20여년의 시간 차이가 있는 두 브랜드입니다. 오른쪽 로고는 약 20년 전 국내 브랜드 디자인이예요. 비록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저의 첫 회사에서 연관된 제품들의 브랜딩 프로젝트를 엄청 많이 개발한지라, 제 머리 속에 콕 박혀버린 디자인이죠. 그런데 이 로고를 20년 뒤에 해외의 전혀 다른 기업 CI에서 보게 될 줄이야!!! 로고 디자인에서도 레트로가 유행인 이유일까요?






15. 펼쳐지는 H와 N



역시 나란히 비교하면 다릅니다. 컨셉도 전혀 달라요. 왼쪽은 지도가 펼쳐지는 것을 표현했고, 오른쪽은 그래프 차트를 표현했다고 합니다. 업종이 어느정도 유추되시죠?

앞에서 언급한 ㅅ 로고 디자인 사례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형태의 바탕 프레임과 흰색 Negative 처리된 글자가 유사하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16.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m과 in



처음엔 저도 깜짝 놀랐어요. 얼마 전 다른 로고에서 봤던 디자인인데, 똑같잖아? 그런데 비교해보니 브랜드 네임 자체가 전혀 다르더라고요. 또 전혀 다른 이니셜인데, 공교롭게도 심볼로 쓰이는 형태가 비슷하여 착시를 불러일으켰던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두 브랜드를 함께 접할 일은 거의 없을 테니까요.






17. 꺽쇠와 결합한 K



역시 저에게는 옛날부터 너무 많이 본 디자인이라 조금 식상한 감이 있습니다. 소문자 알파벳 k는 글자체 자체에 꺽쇠 기호가 들어 있어요. 이를 응용한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위의 디자인입니다. 중간에 어떤 철자든 들어갈 수 있고요, 마지막에 닫아주는 꺽쇠를 붙여주면 됩니다. 앞서 설명드린 꺽쇠 형태의 의미와 함께 최근 DT, 코딩 열풍을 타고 프로그래밍에서 사용하는 꺽쇠의 의미가 추가되어 예전보다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18. 디지털 하이브리드 M


공교롭게도 같은 영어 알파벳 M을 사용한다는 점(비록 대문자와 소문자로 형태가 조금 다르지만요), 그리고 글자의 반쪽이 디지털 컨셉으로 표현되었다는 점이 유사한 디자인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같은 M이지만 분야는 다릅니다. 예상하셨듯이 하나는 Mobility고 다른 하나는 Money 입니다.






19. 위로 보아도 아래로 보아도 같은 N와 U



위 로고 역시 제가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는 디자인 중 하나입니다. 왜냐고요? 업종이 같은데다, 먼저 발표된 로고는 무척 유명한 글로벌 브랜딩 에이전시가 디자인했기 때문입니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아무도 의문을 표시하지 않는 것을 보면 역설적으로 브랜드가 별로 알려지지 않았거나 인기가 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즉,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는 것이죠. 이래저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20. 분할된 S

비슷하지만 디테일이 다릅니다. 어딘가 이런 조형구조의 폰트도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아요. 사용성이나 확장성이 높은 것은 왼쪽 로고이지만, 상대적으로 오른쪽 로고는 좀 더 차별성을 확보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디자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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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브랜드비와 함께 다양한 로고 디자인 유사성 사례들을 살펴봤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디자인 유사성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이슈입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맞춰 단순화되고 미니멀한 형태를 추구하는 요즘 디자인 트렌드에서는 서로 비슷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누군가 유사성 이슈를 제기했을 때,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며, 최악의 경우 분노와 비난을 퍼부을 클라이언트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1. Relavance : 디자인의 타당성

로고 디자인이 어떤 컨셉을 표현하고 있는지, 왜 그러한 형태를 띄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느낌 아니까' 식의 디자인으로는 더이상 설득할 수 없어요!


2. Quality & Detail : 디자인의 완성도

비슷한 두 개의 디자인이 있을 때, 고객은 무엇을 선택할까요? 당연히 만듦새가 좋은 디자인입니다. 만듦새는 오리지널과 짝퉁을 구별하는 기준이 되죠. 심지어는 만듦새 좋은 짝퉁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로고 디자인의 만듦새를 판단하는 기준은 비례, 투시, 그리드 시스템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클라이언트에게 설명과 함께 결과물로 증명해보일 수 있어야 합니다.


3. Design System : 디자인 시스템

예전에는 로고 디자인 하나만 개발하면,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 단순히 로고만 배치하는 수준에 그쳤어요. 하지만 더이상 로고 디자인만으로 차별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에는 로고 외 다른 디자인 요소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작물에서 본문에 어떤 서체를 적용하는지, 어떤 사진을 사용하는지, 어떤 색상 팔레트를 사용하는지 등이 한 끗 다른 디자인을 만들어냅니다. 또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되었을 때 진정한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죠.


또, 차별화된 좋은 디자인이 무조건적으로 독특한 로고 디자인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사용환경이나 제작물을 고려해서 전략적으로 평범한 로고 디자인을 택하는 경우도 있고, 브랜드 스토리와 결합되어 촌스러운 디자인이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경우도 있어요.


여러분들도 유사해 보이는 로고 디자인을 나란히 비교해 보면서 어떤 디자인이 더 좋게 느껴지는지, 어떤 부분이 다름을 만들어내는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PS1. 이번 글은 답이 없습니다. 대부분 로고는 archiveB에 업데이트되어 있으니 찾아 보셔도 좋아요 ;D

PS2. 알파벳 이니셜 심볼은 Design Trend 항목으로 정리 중에 있습니다. 현재는 일부 이니셜만 업데이트 되었는데요, 언젠가 AI 유사 로고 검색 기능을 넣어서 바로 찾아볼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2023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