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적이고 불확실한 프로젝트는 에이전시의 숙명이자 고질병이죠. 일이 몰려서 올 때는 야근에 허덕이다가도 , 또 일이 없으면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저도 20여년 간 브랜딩 일을 해왔지만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오는 타이밍은 여전히 미지수이며, 업무의 양도 전혀 제 뜻대로 조절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대부분의 브랜딩 종사자들이 생계 및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부가적 고정 수익원을 창출하기를 희망하고 있을 것입니다.
여기, 본업인 브랜딩과 디자인에서의 특기를 살려 직접 브랜드를 창조하고 운영하는 에이전시들이 있습니다. 비록 제가 이 글의 제목을 "세컨드 잡"이라고 달아놓았지만, 부업에서 본업이 될 날이 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 대표 사례가 오이뮤가 아닐까 하는데요, 세컨드 잡이라고 하기엔 너무 성공적으로 자리잡았기에 이 글에서는 과감히 소개를 생략합니다.)
소개 순서는 ABC 순입니다.
어덜유스는 패션 및 뷰티 분야 브랜딩 프로젝트에서 남다른 감각을 보여주는 디자인 에이전시입니다. 패알못인 저는 뒤늦게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평소 구경만 하는지라 브랜드 네임과 에이전시 네임이 조금 헷갈립니다. (오류가 있을 수 있어요! 잘 아시는 분은 알려주세요.)
안경에서부터 의류, 향수에 이르기까지 시크한 멋이 뿜뿜인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2. 카인드미 by 그래피
카인드미는 귀여운 캐릭터가 돋보이는 방향제 브랜드입니다. 캔에 든 스프레이 타입으로 향의 특징을 살린 제품명과 캐릭터가 매력적이예요.
고급스러운 향으로 나에게 친절함을 선물해 보세요.
매니폴드는 블렌딩 티 브랜드입니다. 레이어가 쌓여 만드는 다양체라는 뜻의 네임이 다양한 향과 맛이 쌓여 만들어내는 블렌딩 티의 특별한 맛을 표현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차가 우러나오는 모습을 표현한 듯한 틴 케이스가 너무 예쁘더라고요.
4. MaryMary by Universal Favourite
MaryMary는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식전주 브랜드입니다. 호주의 브랜딩 에이전시 Universal Favourite에서 만든 브랜드인데요, 2025년 현재는 판매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대신 케이스 스터디로 호기심을 채워보아요.)
링크된 사이트는 Universal Favourite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몰인데요, 현재 자체 제품으로는 Piece of Mind라는 퍼즐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또 흥미로운 점은 프로젝트를 수행한 클라이언트의 제품도 함께 링크해 놓았다는 것이예요. 수행한 프로젝트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느껴집니다.
5. 메타포릭 by CDR
메타포릭인 자동차 디자이너와 브랜드 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브랜드입니다. 첫 제품으로는 구조적 형태가 돋보이는 가방을 론칭했는데요, 색상 별 한정 판매한다고 하네요.
후속 제품 라인업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무비랜드는 디자이너가 만든 영화관으로 이미 너무나 유명해서 생략할까 잠깐 고민했어요. 하지만 아직은 "세컨드 잡"인 것 같다는 아주 개인적인 느낌적인 느낌으로 소개드립니다. (사실은 갯수를 맞춰보겠다는 욕심으로...)
모빌스 그룹은 모베러웍스라는 캐릭터로 유명했는데요(에이전시 이름을 모베러웍스로 아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무비랜드를 론칭하면서 모베러웍스는 접은 듯 해요. 영화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유머러스한 굿즈들이 매력적입니다.
오세이프몰은 "안전"이라는 컨텐츠를 다루는 쇼핑몰입니다. 처음엔 조금 무거운 주제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디자인으로 귀엽고 친근하게 풀어냈어요. 공공 디자인도 충분히 재미있고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브랜드입니다.
역시 너무나 유명한, 디자인 에이전시가 직접 만든 제품의 효시라 해도 과언이 아닌 브랜드입니다. 처음엔 제품명인 ID프레임으로 커뮤니케이션했었는데요, 확장성을 고려하여 플러스엑스 오브젝트라는 새로운 네임으로 변경했다고 합니다. 이미 다들 알고 계실 것 같아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Stories&Ink는 타투 케어 브랜드입니다. 영국의 브랜딩 에이전시 Robot Food의 설립자가 만들었다고 하네요.
처음엔 온라인 및 커뮤니티 판매를 위주로 하다가 최근엔 오프라인 매장까지 확장했어요. 이에 따른 패키지 디자인 리뉴얼 케이스 스터디가 무척 흥미로우니 추천드려요.
10. Slather by Sickdog Wolfman
Slather는 호주의 광고 및 디자인 에이전시 Sickdog Wolfman이 론칭한 선크림입니다. 뜨거운 태양으로 유명한 호주에서는 선크림이 생활 필수템인데요, 필요성에 의해 론칭한 브랜드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브랜드 네임인 Slather는 '듬뿍 바르다'라는 뜻인데요, "태양은 당신의 친구가 아니다"라는 문구와 착하지 않은 악동같은 태양 캐릭터가 재미있어요.
11. 타이크 by 커버넌트
타이크는 장난꾸러기, 악동이라는 뜻으로 재미있는 그래픽이 돋보이는 패션 및 생활 용품 브랜드입니다. 커버넌트 대표님의 취향과 스타일을 오롯이 반영한 브랜드가 아닐까 싶은데요, 패알못인 저로서는 마냥 부럽습니다.
12. 언스 by 케이스
언스는 밀크글라스 테이블웨어 브랜드입니다. 레트로 감성의 제품과 거꾸로 뒤집었을 때 SUN으로 읽히는 브랜드 네임이 매력적이예요. 에이전시는 프릳츠 브랜딩으로 유명한 스튜디오 킨조인데요, 최근 케이스로 사명을 변경한 것 같습니다. (정보들이 연결이 안되어 헤메고 있었는데, 브랜드비 단톡방 멤버님이 알려주셨어요. 감사드립니다!)
이상으로 디자인 에이전시가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다양한 브랜드들을 만나보았어요.
브랜딩 업계의 종사자로서 항상 남의 브랜드를 만들어 주다가, 직접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보는 것은 모두가 한 번쯤 꿈꾸는 희망사항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직접 디자인할 능력도 없고, 특히 과감히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담력도 없어 단순한 꿈에 그치고 있네요. 그래서 더욱 에이전시들의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들의 용기있는 행보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초대박이 나서 부업이 아닌 본업으로 진화할 수 있기를 응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