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비는 보도자료와 SNS를 통해서 새로운 브랜드나 리브랜딩 정보를 얻고 있는데요, 이와 함께 종종 보이는 것이 공모전 수상 소식이예요. 특히 요즘은 공모전 수상이 일종의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해외에서는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릴 정도로 임팩트 있는 사건으로 생각하지 않고, 또 자랑스러워하는 포인트도 좀 달라요. 국내외의 브랜딩 케이스들과 공모전 수상소식을 비교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사례가 많은데요, 먼저 브랜딩과 관련한 공모전을 알아보고, 공모전의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아요.
*참고: '공모전'은 의미가 한정지어지는 것 같아, 영어 표현인 '어워즈(Awards)'를 사용하도록 할께요.
Global Design Awards List 10
-제가 알고 있는 어워즈 중에서 브랜딩, 특히 로고디자인과 연관성이 높은 어워즈를 추려봤어요. (안타깝게도 네이밍과 관련된 어워즈는 없네요!)
-공정성을 위해 ABC 순으로 소개하되, 이슈가 있는 3개 어워즈는 묶어서 마지막에 소개할께요.
1. Art Directors Club Awards / ADC Awards
ADC Awards는 100년이 넘은 역사를 지닌 어워즈예요. 분야도 브랜딩 뿐 아니라 광고, 디지털미디어, 제품, 공간, 사진, 패션 디자인 등 다양합니다. The One Club for Creativity 라는 단체가 주관하고 있고요, 이 단체는 ADC 외에도 The One Show, TDC(타이포그래피) 어워즈를 주관하고 있어요. 큐브형 트로피가 유명한데요, Gold, Silver, Bronze로 나뉩니다. 올해의 수상자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유일하게 이름에 브랜드가 들어가는, 그야말로 브랜드에 특화된 어워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Creative Bloq라는 예술과 디자인 전문 매체에서 주최하고 있고요, 브랜딩 분야에 특화된 만큼 비즈니스 분야 별로 나눠서 수상하고 있어요. 올해 9년 차의 신생 어워즈인데요, 개인적으로 브랜드 로고를 개발하는 사람은 꼭 살펴봐야할 어워즈라고 생각해요. 올해는 우리나라 브랜딩 사례가 숏리스트에 올라와 있네요! 역시 Gold, Silver, Bronze로 등급을 나누고 있습니다.
Cannes Lions의 정식 명칭은 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인데요, 사실 브랜딩보다는 광고제로 유명해요. 7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고요, 분야는 크리에이티브 분야, 즉 Craft, Experience, Engagement, Strategy 등등으로 구분해요. 상대적으로 브랜딩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요, 그래서인지 해외 브랜딩 에이전시들은 Cannes Lions 수상을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수상 등급은 Grands Prix, Gold, Silver, Bronze, Shorlist로 나뉘는데요, Shortlist는 너무 많아서 살펴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Grands Prix 수상은 엄청난 의미를 갖죠.
Cresta는 Creative Standards를 위해 설립된 단체라고 해요. 1993년에 설립되어 약 20년의 역사를 갖고 있어요. 총 29개 분야로 나뉘는데요, Image, Film, Print 등 크리에이티브 제작물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 특징입니다. 브랜딩 관련해서는 15번 Design 카테고리를 살펴보세요. Cresta 역시 Grands Prix, Gold, Silver, Bronze로 등급을 나누고 있습니다. 아직 2022년 수상자는 발표되지 않았는데요, 대신 작년 수상자를 살펴보세요.
D&AD는 Design&Advertisement의 약칭이예요. 이름에서 보시다시피 디자인과 광고에 특화된 어워즈임을 알 수 있죠. 연필 모양 트로피가 인상적인데요, 해외 디자인 에이전시들의 사무실 사진 속에 종종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분야가 무척 세분화되어 있어서 브랜딩 관련해서도 Branding, Graphic Design, Package Design, Digital Design 등 연관 카테고리가 많아요. 특이하게 Naming 카테고리가 있는 어워즈입니다. 등급은 트로피와 연계되어 Black Pencil, Yellow Pencil, Graphite Pencil, Wood Pencil, Shortlist로 나뉘어요. Black Pencil은 카테고리 별 1명에게만 수여됩니다.
>> D&AD Awards : 브랜딩 카테고리 수상자 2022
사실, 국가나 지역의 색깔이 드러나는 어워즈는 리스트에서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는데요, National Design Awards는 미국의 색이 짙지만 일단 글로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또 분야 별로 Winner를 단 1명만 선정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미국 유일의 디자인 뮤지엄인 Cooper-Hewitt, Smithsonian Design Museum에서 주최하고 있고 약 20년의 역사를 갖고 있어요. 수상 분야는 Design Visionary, Climate Action, Comm. Design 등 다양합니다. 매년 분야 별 단 한 명만 선정하는 것에 디자이너들이 무척 자부심을 갖는 것 같아요. 또 수상자 리스트가 매우 단촐해서 살펴보기 편합니다.
>> National Design Awards 역대 수상자 보기
Transform Awards는 Transform 매거진에서 주최하는 어워즈입니다. 특이한 것이 아시아, 유럽 등의 지역으로 구분하고 있어요. 올해로 9년차의 비교적 신생 어워즈입니다. 지역별, 특히 상대적으로 생소한 지역의 브랜딩 사례를 살펴보기에 좋은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속한 아시아 지역의 수상자들을 살펴보세요.
>> Transform Awards : Asia 2021
세계 3대 디자인 어워즈?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한데요,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미디어에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즈'라는 타이틀을 붙여 홍보를 하고 있는 3개의 어워즈를 묶어서 소개합니다. 문구를 볼 때마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한거야?'라는 의문이 생기는데, 검색을 해봐도 통 알 수가 없더라고요. 제 오래된 기억으로는 우리나라 모 전자제품 회사가 디자인 어워즈 수상을 광고 소재로 삼으면서 디자인 어워즈 수상을 홍보하는 붐이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조심스럽게 그 회사가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단,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예요! 오래 되어서 기억에 자신이 없어요...)
아무튼, 언제부터인가 이 3개의 어워즈 수상을 보도자료로 뿌리는 기업과 에이전시들이 엄청나게 늘었는데요, 아이러니한 것은 비교적 브랜드를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저에게조차 생소한 브랜드가 많고, 수상자 역시 무척 많다는 것이예요. '상을 받는다'는 것은 희소성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요즘은 너무 남발되어 수상의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일부 어워즈는 에이전시 대상으로 공모 방법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하는데요, 어워즈를 알린다기보다는 '판매'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예요.
아래 소개하는 3개의 어워즈는 한국 수상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즈라기보다는 한국인이 먹여 살리는 3대 디자인 어워즈가 아닐까 싶습니다.
8. 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s / IDEA Awards
IDEA는 Industrial Designers Society of America (IDSA)가 주최하는 어워즈입니다. 주관 단체의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품 디자인이 메인이고, 이를 기반으로 분야를 넓혀 왔어요. 등급은 Gold, Silver, Bronze, Finalist로 나뉘는데요, 개인적으로 Finalist라는 작명을 잘 한 것 같아요. Shortlist라는 명칭보다 좀 더 높은 등급처럼 느껴지고, 모르는 사람은 '최우수' 정도로 생각할테니까요. 수상자를 살펴보면 한국 국적이 꽤 많이 눈에 띕니다.
IF Design은 International Forum Design이 주최하는 어워즈입니다. 7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고요, 역시 제품 디자인에서 출발하여 패키지, 커뮤니케이션, 인테리어, UIUX 등으로 분야를 확장했어요.
구글 검색에 따르면 매년 5,500여개 이상의 작품이 응모된다고 하는데요, 수상자는 2022년 기준 3,500개니, 대략적인 수상 확률을 계산해볼 수 있을 겁니다. 이중 한국 국적 수상은 무려 420개로, 전체 수상의 12%에 달해요. 브랜딩 관련한 작품은 커뮤니케이션 분야로 볼 수 있는데요, 이 분야는 전체 350여개 중 무려 96개가 한국 국적입니다. 27%나 되는 비중이예요.
IF Design이 영리한 것이 수상 등급을 Gold와 Winner로 단순화한 것인데요, Gold 수상자는 상대적으로 매우 희소성(?)이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왜냐면 절대 다수에 속하는 Winner 수상자들이 '본상 수상'이라며 홍보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본상 수상'이라는 표현이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최우수' 또는 '우수'로 느껴질 수 있는데요, 수상 확률을 생각하면 '입선' 또는 '참가상'에 해당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Red Dot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너무나 유명한 어워즈입니다. (그런데 해외에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것 같아요. 같이 일했던 해외 디자이너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Red Dot은 제품 / 브랜드&커뮤니케이션 / 디자인컨셉 3개의 분야로 나누고, 각 분야별로 별도의 시상식을 치뤄요. 2022년 9월 기준 제품 분야는 발표를 했고요, 브랜드&커뮤니케이션은 좀 더 나중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Red Dot 역시 한국의 참여 비율이 엄청난데요, 2021년 기준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분야 수상자 총 1,053개(엄청난 숫자 아닌가요?) 중 10%에 달하는 103개가 한국 국적입니다. Red Dot 역시 IF 처럼 Best of Best와 Winner로 수상 등급을 단순화했고, 마찬가지로 절대 다수인 Winner들이 '본상 수상'으로서 홍보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Red Dot은 가장 장사를 잘 하는 어워즈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어워즈 응모를 위한 참가비와 전체 수상자 수를 곱해봐도 엄청난 금액이고요, 수상자에게는 상패를 별도로 판매(!!!)하며, 수상작품을 모은 책에 수록하는데도 페이지 당 돈을 받아요. (돈을 내지 않으면 책에 실리지 않습니다.) 책 구입 역시 별도 비용을 내야 하고요, 제반 국제운송비도 응모자 및 수상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과거 재직했던 에이전시에서 레드닷 수상과 관련하여 1회 당 수백만원의 비용이 들었는데요, 상의 가치나 효과가 과연 들인 비용만큼 의미가 있는지 항상 궁금했어요.
위에서 브랜딩 관련 어워즈를 함께 살펴봤는데요, 여러분은 어워즈 수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통적으로 '상을 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희소하고, 명예로운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요, 현대사회에서의 '어워즈'는 돈을 벌기 위한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어릴 때 초등학생 대상 수많은 미술대회가 개최되었는데요, 항상 참가비를 내야 했고 기념품으로 메달과 상패 등등을 받았지만, 결국은 장식장에 나열해서 손님에게 자랑하는 용도로밖에 쓰이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부 글로벌 디자인 어워즈는 세계로 범위와 대상을 넓힌 또다른 미술대회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렇다면 어워즈 수상을 자랑하는 대상은 과연 누가 되는 것일까요? 과연 브랜드를 구매하고 소비하는 고객이 어워즈 수상의 가치를 알아봐 줄까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어워즈 수상의 의미를 아래와 같이 정리해봤어요.
다소 비판적인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또, 나중에 어워즈와 관련한 긍적적 경험을 하게 된다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구요.
어워즈(공모전) 수상의 의미란?
1. 논공행상이 중요한 보수적인 조직 내부에서 의미가 있다. (즉, 브랜드 담당자의 승진을 위한 근거 자료)
2. 비 전문가에게 있어 보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브랜드의 B나 디자인의 D도 모르는 사람에게)
3. 프로젝트 수주가 잘 안되는 디자이너 또는 에이전시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데 도움이 된다. (역설적으로 잘 나가는 에이전시는 공모전 응모를 안 합니다. 응모할 시간도 없고 필요성이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