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용어부터 정리하고 갈께요. (Feat.직업병)
교향악단을 표현하는 단어는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일단 음악의 문외한인 브랜드비는 사전적 의미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 오케스트라 Orchestra : 관현악단 (管絃樂團) / 고대 그리스어의 연극 무대 용어에서 유래
- 필하모닉 Philharmonic : 교향악단 (交響樂團) / 음악을 애호한다는 뜻
- 심포니 Symphony : 교향악(交響樂), 음악형식 / 어원인 Symphonia는 다양한 음이 함께 울린다는 뜻
단어의 뜻이 비슷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데요, 전문가는 미세한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일반인인 우리는 다 같은 뜻으로 보기로 해요. 왜냐면 심포니 오케스트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심포니 등 각종 변형 및 응용 형태의 교향악단 명칭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사실 한글 표기도 '관현악단'이라고 해야 하나 '교향악단'이라고 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만, 100명 안팎으로 구성된 관현악단은 교향악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해서, 일단 교향악단으로 통일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3년간 발표된 교향악단의 리브랜딩 사례를 모아봤어요. 예술과 문화는 브랜딩 에이전시들이 매우 열정적으로 개발에 임하는 분야인데요, 특히 음악 분야는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한다는 점에서 더 흥미로운 것 같아요. 각각의 교향악단들이 어떻게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지 브랜딩 케이스스터디를 통해 살펴보세요.
*참고로 소개 순서는 알파벳 순입니다.
1. Berliner Philharmoniker by Oliver Helfrich
너무나 유명한 교향악단이죠. '베를린 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문외한인 저도 들어봤을 정도니 글로벌 인지도가 매우 높은 교향악단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어 이름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고 하는데요, 공식적으로는 독일어 이름인 Berliner Philharmoniker를 사용하고 있어요.
베를린 필의 심볼 디자인은 상주 공연장인 콘서트홀 Berliner Philharmonie의 형태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합니다. 2021년 리뉴얼은 로고타입 디자인의 변화가 있습니다.
2. Britten Sinfonia by The Click
Britten Sinfonia는 영국 캠브리지를 기반으로 하는 상대적으로 젊은 교향악단입니다. 참고로 Sinfonia는 Symphony의 영어식 표기입니다.
최근 리브랜딩을 진행했는데요, 독특한 B 심볼이 인상적입니다. 다양한 필획의 B가 겹쳐저서 만들어진 심볼은 다양한 악기의 음색이 어우러지는 교향악의 특징을 표현한다고 하네요.
심볼 외에도 같은 형식의 알파벳 셋트를 만들어 다양한 제작물에 응용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3. Brussels Philharmonic by We Want More
Brussels Philharmonic는 벨기에의 라디오 교향악단입니다. (우리나라에도 KBS교향악단이 있죠)
이번 리뉴얼은 교향악단의 진부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 청중이 클래식 음악을 좀 더 가깝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진행되었습니다. 입체감이 느껴지는 워드마크 디자인은 공연장의 곡선 형태를 반영했다고 합니다.
4. Houston Symphony by Foda
Houston Symphony는 미국 휴스톤의 교향악단입니다. 휴스톤을 상징하는 이니셜 H로 모노그램을 만들었는데요, 워드마크 중간에 삽입한 것이 독특합니다.
5.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2022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새로운 심볼은 직선과 곡선을 엮어 국립심포니의 영문 약자인 KNSO를 표현했으며, 음표가 서로 다른 높낮이로 리드미컬하게 흐르도록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이는 ‘음악이 흐르는 삶’을 꿈꾼 창단의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표상으로 최상의 음악으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대한민국의 대표 오케스트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이자 다짐을 나타낸다고 하네요. (개발한 브랜딩 에이전시를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6. National Youth Orchestra by SomeOne
National Youth Orchestra는 영국의 청소년 관현악단입니다. 특이한 점은 National Youth Orchestra의 웹사이트 도메인에 ORG가 들어간다는 것인데요, 관현악단의 설립 목적이 청소년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감과 낙관주의, 삶의 기술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고 합니다. 오롯이 예술에 포커싱하는 다른 교향악단 브랜딩과 달리 '동기부여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한 리브랜딩이 이뤄졌습니다.
7. NY Phil by Ogilvy
뉴욕 필 역시 유명한 교향악단이죠. 원래 New York Philharmonic이란 명칭을 사용해왔는데요, 리브랜딩은 축약형 명칭인 NY Phil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습니다. 기존 뉴욕 필의 아이덴티티는 펜타그램, 메타디자인 등 쟁쟁한 글로벌 에이전시가 진행하여 리브랜딩 때마다 화제가 되었는데요, 아쉬운 점은 지속적으로 계승되는 아이덴티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8. Oslo Philhamonien by Metric
오슬로 필하모닉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교향악단이라고 합니다. 독특한 이니셜 심볼 디자인과 두 가지 스타일의 서체를 섞어 사용하는 디자인 시스템을 살펴보세요.
9. Orchestra Sinfonica di Milano by Landor
Orchestra Sinfonica di Milano는 원래 La Verdi라는 명칭으로 불려왔는데요, 바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작곡가인 베르디입니다. 이번 리브랜딩은 베르디를 떼고 밀라노 관현악단으로서의 정체성을 정립했습니다. 추측건데 이름에 베르디가 있으면 베르디의 곡만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중립적인 이름으로 변경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밀라노의 이니셜인 M을 형상화한 심볼은 영상으로 봤을 때 더 매력적인 다이나믹 아이덴티티 디자인입니다.
10. Philharmonie Luxembourg by NB
Philharmonie Luxembourg는 룩셈부르크의 콘서트홀입니다. 베를린 필과 마찬가지로 콘서트홀과 교향악단이 로고를 공유하고 있어요. (교향악단의 명칭은 Luxembourg Philharmonic입니다.) 이 글이 교향악단 브랜딩에 관한 글이기 때문에 교향악단 로고를 넣어야 할까 잠깐 고민했는데요, 이번 리브랜딩은 콘서트홀 건축물의 형상을 표현한 것이고, 커뮤니케이션도 콘서트홀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콘서트홀 로고를 보여드립니다.
11. SF Symphony by Collins
샌프란시스코 교향악단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교향악단입니다. 아마도 미국에서는 꽤 유명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문외한인 저에게는 가변형 서체를 사용한 다이나믹 아이덴티티 트렌드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리브랜딩으로 더 인상깊은 브랜드예요. 이미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지만, 혹시 못 보셨다면 케이스 스터디를 꼭 살펴보세요.
12. Sydney Symphony Orchestra by Principals
이 글을 쓴 시점 기준, 가장 따끈따끈한 리브랜딩 사례입니다. 호주를 대표하는 시드니 교향악단의 리브랜딩인데요, 다이나믹 아이덴티티는 아니지만, 시각적 효과로 다이나믹함을 부여한 리브랜딩입니다. 음악의 진동과 감동을 시각화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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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리브랜딩한 교향악단 사례를 위와 같이 살펴보았는데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공통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 다이나믹 아이덴티티 : 음악이라는 보이지 않는 요소를 표현하기에 다이나믹 아이덴티티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변형 서체에서부터 모션 그래픽이 반영된 로고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정적이거나 고정되지 않은 시각적 요소로 음악의 리드미컬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 클래식의 현대화 : 사실 교향악단은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기에 클래식 음악이 갖고 있는 본연의 고전적, 전통적 이미지를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다 광범위한 청중을 확보하고, 또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에게 어필해야만 하는 과제가 있죠. 따라서 세리프 서체로 대표되는 클래식 이미지에서 산세리프 서체, 디스플레이 서체, 가변형 서체 등 현대적 이미지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 중립적인 색상 전략 :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무채색 로고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음악의 다양성을 표현하는 교향악단의 특성 상, 고유한 대표 색상을 가지는 것은 자칫 표현의 폭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블랙&화이트 버전의 로고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죠.
여러분은 교향악단 브랜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놓친 부분이나 저와 다른 관점이 있으시다면 부담없이 연락주세요.
브랜드비는 다양한 시선과 생각을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