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적 SF 소설에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을 비롯하여 다양한 SF 소설을 섭렵했었죠. 아마도 그 때의 흥미가 저를 잠깐이나마 과학도의 길을 걷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은 줄거리도 잘 기억 안나는 소설들이지만, 대부분의 SF소설의 배경은 우주의 다른 은하계였고, 인간이 우주로 진출하게 된 계기가 대부분 환경오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리처드 브랜슨이나 일론 머스크 등 유명 인사가 우주관광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때만해도, 저의 SF에 대한 옛날의 열정은 간데 없었고 그저 마케팅성 이슈라고만 흘려들었었어요. 그런데 심각한 기후 위기를 체험하고 있는 요즘, 옛날 기억과 함께 '우주 진출'의 필요성과 절박함을 느끼게 되었어요. 또, 이와 함께 최근 우주와 관련된 브랜딩 사례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더라고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현재의 저는 과학과 동떨어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업무와 관련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과학 관련 기사나 책을 거의 읽지 않고 있어요. 따라서 우주에 대한 지식도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되고, 우주 관련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요. 제가 소개드리는 브랜드들은 브랜드비를 운영하면서 업데이트한, 기억에 남는 사례 위주로 선정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주 산업에 대한 가벼운 접근으로 이해해주시고, 다양한 우주 관련 프로젝트들과 그를 표현하기 위한 브랜딩 전문가들의 관점을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1. 현재 가장 유명한 우주 브랜드, 민간 우주 기업들
최근 뉴스에 가장 자주, 많이 등장하는 브랜드들은 민간 우주 기업들입니다. 과거 국가 주도 우주 산업에서 민간 주도로 변화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사실 가장 유명한 기업은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일 것입니다.
버진 갤럭틱은 얼마 전 최초로 민간인 우주 관광 비행을 성공시켰는데요, 첫 티켓 판매는 무려 2005년도이고, 당시 티켓 한 장의 가격이 약 2억 6천만원이었다고 합니다. 이번 탑승객이 최초 구매자 중 하나라고 하네요. 현재 티켓 가격은 약 5억 9천만원이라고 하니, 이건 '우테크'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죠?
창업자인 리처드 브랜슨은 브랜딩 업계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왜냐구요? 브랜딩 성공 사례에 그가 설립한 '버진 그룹'이 단골 소재로 등장하거든요. 토종 한국인인 저는 '버진' 브랜드를 한 번도 직접 접한 적이 없는데요, 브랜딩 책에서 자주 보아서인지 왠지 친숙한 느낌입니다.
위 로고는 2022년 Pentagram에서 디자인했는데요, 이전 로고인 눈동자 심볼 대비 직관적으로 우주 브랜드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왠지 저는 추억의 게임 '갤러그'가 연상이 되더라고요. (라떼들만 공감할 수 있을 것이예요.)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우주 기업입니다. 브랜드 네임에서 일론 머스크의 일관성 있는 'X 사랑'을 알 수 있어요. 사람 취향 참 안 변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또다른 사례입니다. 같은 우주기업이지만 스페이스X는 달&화성 탐사에 주력하고 있어요. 또 인공위성으로 전 지구를 연결시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 '스타링크'로 유명하죠.
몰랐는데, 이 스페이스X는 꽤 흑자를 내고 있더라고요. 민간 우주 발사체 분야에서 꽉 잡고 있다고 합니다. 즉, 기술이 없는 기업이나 국가에 돈을 받고 대신 인공위성을 쏘아주는 것이죠.
스페이스X의 로고는 2002년에 디자인되었는데요, Prado Studio와 RO Studio가 함께 개발했다고 합니다. 두 에이전시는 테슬라 로고도 개발했어요. (안타깝게도 이 외에는 주목할만한 브랜딩 사례가 없어서 브랜드비의 에이전시 디렉토리에는 업데이트하지 않았습니다.)
위 두 기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지만, 그래도 드문 민간 우주 기업으로서 일본의 아이스페이스를 소개합니다. 도쿄 증시에도 상장한 기업으로, 최근 달 착륙선이 실패한 후 기업가치 절반이 증발해버렸다고 합니다. 실패는 안타깝지만, 상장할 정도로 기술력을 갖춘 우주 기업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것 같아요.
2. 국가 산업으로서 우주 브랜드
그동안 우리가 익히 접한 우주 관련 브랜드는 대부분 국가 주도 프로젝트였어요. 따라서 브랜드라기보다는 공공기관의 명칭이나 다름 없었는데요, 우주 산업이 부각되면서 브랜드화 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설립 당시의 로고를 사용하고 있어 요즘 감각으로 보면 조금 촌스러운 느낌이 있습니다. 우주산업의 위상이 점점 커짐에 따라 향후 리브랜딩을 하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우주 기구는 미국의 NASA일 것입니다. 특이하게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한 브랜드이기도 한데요, 우주로 진출하기 위해 연구한 수많은 기술들이 생활용품에 활용되었고, 각 제품들이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해 NASA 로고를 인증마크처럼 사용했기 때문이죠. 사실 우리에게 보다 친숙한 로고는 위 엠블렘보다 아래의 로고입니다.
1975년에 디자인된 로고인데요, 레트로 열풍과 함께 화제가 되었었죠. 그 때문일까요? 2020년 부터 공식 엠블렘과 병행하여 다시 사용되고 있습니다.
위 로고는 러시아연방 우주기구의 로고입니다. 영문 명칭은 Roscosmos인데요, 로고에 표기된 네임은 러시아어입니다. 러시아(구소련)는 미국과 함께 양대 우주 강국이었는데요, 최근 달 착륙선 '루나25'가 실패했다고 합니다. 이는 러시아의 우주 기술이 쇠퇴했음을 보여준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그래도 꾸준히 우주 정거장에 우주인을 보낼 수 있는 몇 안되는 국가입니다. 우리나라 우주인도 러시아의 우주선으로 우주 정거장을 다녀왔죠.
ESA는 유럽 우주 기국입니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찾아봤을 정도니까요. 최근 눈에 띄는 활동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위의 모던한 로고가 무려 1975년 창립 당시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니 놀랍습니다. 옛날 디자인이라고 해서 결코 촌스럽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찬드라얀3호'가 달 착륙에 성공하면서 인도는 새로운 우주 강국으로 급 부상했습니다. 영문 네임은 ISRO (Indian Space Research Organisation) 라고 하네요.
또 다른 신흥 우주 강국, 중국을 빼 놓을 수 없죠?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달 착륙 뿐 아니라 화성 착륙까지 성공시킨 업적을 자랑합니다. 개인적으로 로고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데요, 워낙 독보적 기술력이 있어서인지 로고 디자인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 같긴 합니다.
앞에 설명드린 '아이스페이스'를 찾아보면서 일본 우주기구 로고 역시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왠지 닌자가 칼로 난도질 한듯한 로고 디자인입니다. 보기만 해도 따가운 것은 왜일까요? 일본의 우주 기구는 JAXA (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라고 합니다. JAXA 역시 최근 달 착륙선을 발사할 예정이었는데요, 기상 악화로 무기한 연기되었어요. 만약 성공한다면 구소련,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5번째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가 된다고 하네요.
캐나다 우주국 CSA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요, 최근에 로고를 리뉴얼해서 찾아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구소련,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위성을 설계하고 건설한 숨은 강자더라고요. LG2에서 리뉴얼한 새로운 로고는 제 심미안에 쏙 들어온 디자인입니다.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해도 잘 팔릴 것 같지 않나요?
대만 우주국 역시, 최근 리브랜딩을 통해 그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TASA(Taiwan Space Agency)는 대만의 NASA를 표방하고 있는데요, 이전 명칭인 NSPO(National Space Organization)에서 좀 더 직관적으로 우주 기구임을 알 수 있는 명칭으로 변경했습니다. 대만의 에이전시 Local Remote가 디자인한 심볼이 매력적입니다.
우리나라도 빼 놓을 수 없겠죠? 최근 우리나라도 항공우주청을 설립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겠습니다. 정부가 과학기술 R&D 예산을 대폭 삭감해놓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항공우주청 설립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우주 관련 프로젝트에는 '항우연' KARI와 거의 공기업에 가까운 민간 기업인 KAI가 종종 함께 언급되고 있어요.
3. 우주 산업 발전과 더불어 등장한 새로운 기업과 브랜드들
우주 산업은 엄청난 첨단 기술의 복합체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국가주도로 이뤄졌고 기밀로 취급되어왔었는데요, 버진 갤럭틱, 스페이스X 등 민간 우주 기업이 등장하고 산업을 주도하면서 다양한 부가 산업 및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어죠.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은 문외한인 저로서는 파악이 어렵고, 최근 브랜딩 사례 3가지만 소개드릴까 합니다.
이미 IT 쪽에서는 오픈소스 생태계가 활성화되어있는데요, '오픈갤럭틱'은 우주 기술 역시 오픈되어야 한다는 개념으로 만들어진 플랫폼입니다.
'트루 어노말리'는 우주산업과 관련된 보안 SW 기술 스타트업입니다. 기업명인 True Anomaly는 천문학 용어로 '진근점이각 眞近點離角'을 의미하는데요, 문외한으로서는 번역한 단어조차 이해할 수 없더라고요. 대충 파악하자면 천체의 움직임과 위치를 나타내는 정보인 것 같습니다. Kontrapunkt에서 디자인한 심볼이 매력적이예요.
'케어인스페이스'는 처음 접했을 때 다소 당황스러웠는데요, 전통의 제약 회사인 '보령'이 우주 산업에 뛰어들면서 만든 브랜드입니다. 처음엔 우주에서의 헬스케어를 표방했었는데요, 최근에는 이를 확대하여 우주에서의 인간 생활을 탐구하는 'Humans In Space'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인류가 우주로 진출할 미래에는 꼭 필요한 분야이긴 합니다만, 아직 인류를 달에 보내는 프로젝트가 성공하지도 않은 지금, 과연 시장 선점의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네요.
4. 인류를 우주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잠깐, 이미 인류는 달에 다녀오지 않았나요?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 달에 착륙했는데요, 그 이후로 반세기 동안 아무도 달에 간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이와 관련하여 현재까지도 사기설, 조작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실여부는 일단 덮어두기로 하고요, 미국이 다시 인류를 달에 보내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이름을 딴 이 프로젝트는 2024년 남녀 우주인 1쌍을 달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약 1년 뒤에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인류가 우주로 진출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예요. (닐 암스트롱이 정말 달에 다녀왔는지가 입증된다면 두 번째가 되겠지만요.)
아르테미스 로고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느껴졌는데요, 유행이 지난 그라데이션 표현이 좀 촌스럽더라고요. (빛의 위치 및 입체감도 전혀 맞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최근 공식 로고와 별개로 전용서체를 개발했어요.
아마 내년에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굉장한 이슈가 될 것이고, 갖가지 연관 마케팅이 등장할 것입니다. 만약 실패한다면... 조용히 묻혀버리고 말곘죠?
1년 뒤의 결과를 함께 지켜보도록 해요. 인류의 우주 진출 원년이 될 2024년이 기대됩니다.
----------
트렌드 키워드 : 우주산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