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반 년 전에 브랜딩 관련 컨퍼런스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어요. (링크 클릭!)

공교롭게도 내용을 정리하는 중에 새롭게 오픈한 브랜딩 컨퍼런스가 바로 POV - Point of View였어요. 이것은 운명? 올해 처음 열리는 행사였지만 라인업이 굉장히 빵빵해서 너무 참관해보고 싶더라고요. 5명 이상 티켓 구매 시 10%할인이라는 문구에, 당시 공동구매를 진행해볼까 생각하기도 했었는데요, 행사 날짜를 보고 생각을 바로 접었습니다. 네, 행사 날짜가 바로 추석연휴 다음날이었던 것이죠. 고민 끝에 혼자라도 가보자! 라고 결심했습니다. "처음"이라는 프리미엄은 올 해 아니면 누려볼 수 없으니까요.


그리하여, 행사가 끝난 지금 직접 참관한 따끈따끈한 후기를 부다페스트의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먼저 컨퍼런스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알려드릴께요.




행사명 : POV - Point of View

개최년도 및 일자 : 2024년 9월 19일-20일

개최지 : 헝가리 부다페스트


현장 티켓 : 얼리버드 239유로(약 35만원) / 레이트버드 409유로(약 61만원)

온라인 티켓 : 75유로 (약 11만원)


+ 참고용 항공권 정보 : 대한항공 직항 약 150만원 (다만 출발일자 기준 3개월 전 약 130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눈물...) / 중국 경유 항공권 70~80만원

+ 참고용 숙소 정보 : 이동의 편의를 위해 행사장에서 도보 10분 거리 에어비앤비로 선택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호텔은 도보로 약20~30분 거리입니다.





행사일 약 두 달 전에 전 세계 참관객 분포도가 발표되었는데요, 동쪽에 위치한 작은 점 하나를 본 순간 바로 저임을 직감했습니다. 인스타그램 DM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브랜드비 계정은 DM을 보낼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제 직감은 현장에서 사실로 입증되었습니다.

그런데 발표자들은 참관객들이 대부분 헝가리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나봐요. 다들 생소한 헝가리어 인사로 발표를 시작했는데요, 한 발표자가 중간에 "헝가리가 아닌 나라에서 오신 분 손 들어보세요"라고 간이 설문조사를 했더니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손을 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더라고요. 비록 장소의 특성 상 유럽의 참관객이 많았지만, 그들도 이렇게 다국적 참관객이 모인 디자인 컨퍼런스는 처음인 것 같아 보였어요. 또 유럽인의 성향인지, 아니면 디자이너의 성향인지 모르겠는데,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우연한 만남과 스몰톡 따위는 없었습니다. 제가 대문자 I여서 더 그랬는지도 몰라요.





행사장의 모습은 대략 이러했습니다. 주최자가 헝가리의 디자인 에이전시인만큼 감각적인 아이덴티티가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관광도시 부다페스트의 물가를 반영한 현장의 F&B는 개인적으로 아쉬웠네요. (핫도그 하나가 1만2천원이라니 말이 되나요!)





모든 참관객에는 에코백과 소소한 기념품을 나눠주었는데요, 특별히 제작한 부다페스트 관광지도와 행사 후 커넥팅 파티를 위한 무료 음료 쿠폰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록 무료 음료 쿠폰은 사용하지 못했지만요.





이틀간 행사는 모두 오후 2시부터 시작했는데요, 아마 글로벌 온라인 참관객을 위한 시간 셋팅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극동 아시아 지역은 고려 안한 것 같지만요.

하루에 총 8개의 세션, 각 세션당 45분이라는 빡빡한 스케쥴이었는데요, 처음에는 티켓 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알찬 구성이라고 좋아했으나... 실제 겪어보니 엄청난 하드코어 스케쥴이더군요. 저는 발표 종류 후 커넥팅 파티 및 애프터파티 참석은 엄두도 못 냈어요. (참고로 둘째날 애프터파티 시간을 주목하세요!) 서양 디자이너들은 강철 체력인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첫째날 발표를 먼저 다루고, 둘째날 내용 및 전체적인 참관평은 후속글에서 잇도록 하겠습니다.






Koto: Embracing Bravery in Design


행사의 처음은 저의 페이보릿 중 하나인 영국의 에이전시 Koto가 열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Arthur Foliard가 영어 한 마디도 못하는 채로 미국에 가서 디자인을 하게 된 개인사와 함께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을 소개했어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용감하게 디자인하라. 비록 결과물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진정성을 가질 수 있고, 그게 바로 비슷비슷한 브랜드의 바다 속에서 차별화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메세지를 이야기했습니다.







Snøhetta: Crafting Unique Narratives in Architecture and Design


Snohetta는 북유럽의 건축디자인 사무소인데요, 전세계 10개의 스튜디오, 400여명의 직원이 있지만 브랜딩 팀은 1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소개 사례가 건축물 및 공간 디자인이었습니다. 놀라웠던 점은 제가 개인적으로 여행을 했을 때 큰 인상을 남겼던 건축물 2개가 바로 Snohetta의 작품이었던 것이예요. 몰라봐서 미안합니다.

소개 사례 중 굉장히 독특한 스케치를 가져와 집을 지어달라고 한 아티스트 사례가 재미있었어요. 그런 황당무계한 요구에도 최선을 다해 설계를 해줬더라고요. 다만 안타깝게도 실현화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Studio Herrström: Designing for the Music Industry


Herrstrom은 비엔나의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창립자이자 디자이너인 Erik Herrstrom이 발표를 했는데요, 음악 산업에 특화된 브랜딩 에이전시로서 음악 비즈니스 생태계에 대한 귀한 인사이트를 전달해주었습니다. 과거 브랜드비는 K-pop 팬덤 플랫폼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이번 강연을 듣고 팬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비단 음악 산업 뿐 아니라 모든 브랜드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팬덤이 필요하고, 팬덤을 생성할 수 있는 브랜딩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바로 핀터레스트에서 시작하는 이미지 무드보드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었는데요, 대부분의 클라이언트가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결과물이 기대치와 다르다며 화를 내는 역효과가 난다고 해요. 이미지 무드보드를 만들기보다 문화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Serafim Mendes: The Future of Design


Serafim Mendes는 포르투의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입니다. 어릴적 해적판 포토샵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면서 디자인에 발들이게 되었다고 해요. AR, VR, 3D, AI 등 새로운 첨단 기술과 인터랙션에 관심이 많고, 이를 이용한 독특한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덕분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애플, 펜타그램, &월시 등과 협업을 했습니다. 비록 애플과 어떤 협업을 했는지 기밀유지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했지만요. 그의 작품을 보면서 신기술은 크리에이티브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기 위한 각종 강연과 강좌가 넘쳐나고 있는데요, 다들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인가"에만 포커싱하고 Serafim Mendes처럼 고유한 크리에이티브를 표현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결국 디자인의 본질은 크리에이티브임을 새삼 느꼈습니다.






Buck: Creative Problem Solvers


Buck은 네덜란드 기반의 애니메이션 및 모션 그래픽 스튜디오입니다. 대부분 프로젝트가 브랜드 필름 제작에서 출발하고, 완성된 영상을 바탕으로 또 디자인 시스템이 정립되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저는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Buck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조금 연식이 있는 프로젝트 케이스 스터디이지만 새로웠고 또 재미있게 봤어요.

다만 500장이 넘는 방대한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 때문에 Buck만의 인사이트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Wise + Ragged Edge : Redefining Financial Design


이번 컨퍼런스에서 유일했던 클라이언트 발표자였습니다. 인하우스 디자인 팀과 에이전시가 어떻게 협업하고 디자인 시스템을 정립하는지를 보여줬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점은 디자인 시안 프리젠테이션 후 바로 피그마를 열어 협업을 시작했다는 것이었는데요, 방대한 페이지 수(무려 7백만 페이지라고 합니다.)를 자랑하는 핀테크 서비스로서 당연한 프로세스였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에이전시 쪽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프로젝트였겠다 싶더라고요.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런 프로세스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에이전시가 있을까요? 효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한 인하우스 팀도 대단했습니다.






Pentagram: Conflict as Creative Fuel


펜타그램은 가장 기대했던 강연 중 하나였는데요, 발표자인 Andrea Trabucco-Campos가 최근 리뉴얼한 PayPal 프로젝트를 담당했기에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다만 아쉽게도 간략한 소개에 그쳤습니다. 대신 펜타그램의 독특한 시스템을 살짝 엿볼 수 있었고 그의 디자인 원칙을 들 수 있었습니다.

또 발표시간이 한국 시간으로 새벽 2시 였던지라 시차에 적응하지 못하고 쏟아지던 졸음 때문에 강연에 100%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되게 많은 내용을 들었는데 나중에 떠올려보니 잘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요. (눈물...)







Porto Rocha: Embracing Change in Design


펜타그램의 발표 때 쏟아지던 졸음을 떨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는데요, Porto Rocha의 감각적 포트폴리오 동영상 덕분에 잠이 확 깨었습니다. 영상도 영상인데, 음악 선택이 탁월하더라고요. '아, 이 동영상 하나만으로도 프로젝트 수주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두 창립자가 최근 트렌드 변화에 대한 인사이트에서부터, Porto Rocha 창립 스토리, 그리고 프로젝트 소개에 이르기까지 "변화Change"라는 주제로 이야기 했는데요, 왜 Porto Rocha가 설립한지 5년밖에 안되는데도 이렇게 잘 나가는 "핫"한 에이전시가 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첫째 날은 강연 종료 후 커넥팅 파티가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굿즈에 들어있던 무료 음료 쿠폰은 이 때 사용할 수 있었는데요, 저는 체력의 한계로 바로 숙소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어요. 엄청나게 졸리기도 했고 다음날 일정을 생각하면 체력 보존 및 비축이 너무나도 중요했거든요.


첫째 날 강연의 개인적 선호도 탑3를 꼽아보자면 Wise, Porto Rocha, Koto 였습니다.

물론 나머지 강연이 별로였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개인적 취향과 성향이 반영된 의견임을 말씀드립니다.

너무나 알찼던 8시간이었고, 정보량이 너무 많아 두뇌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어요. 강연을 동영상으로 제공해줬으면 다시 돌려보기라도 할 수 있을 텐데요, 하지만 그러기엔 저작권 등 복잡한 이슈가 있겠죠.



둘째 날 후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 참고 웹사이트 : POV Design Conference 2024: day 1 highlights by Fluffys

2024 S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