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는 역사 상 전례가 없는 전세계적 사건이 아닐까 싶어요. 당시 해외 뉴스로 접했던 중국에서 발생한 이상한 독감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지고, 무려 3년이나 위세를 떨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COVID19로 인해 많은 비즈니스가 타격을 받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분야는 바로 여행업일 것입니다. 특히 COVID19 직전은 Airbnb와 같은 스타트업 유니콘을 본보기로 너도 나도 OTA 시장에 뛰어들고, 투자금도 몰렸던지라 COVID19 전과 후가 대비되어 더욱 암울해 보였던 것 같아요. 이제 엔데믹이 되면서 여행업이 기지개를 펴고 있는데요, 각종 OTA브랜드가 어떻게 이 암울한 터널을 버텨내고 변신을 꾀하고 있는지 리브랜딩 사례를 통해 살펴보기로 해요.
잠깐, 용어 먼저 설명하고 갈께요.
OTA : Online Travel Agency의 줄임말로 온라인으로 숙소, 항공권 등 여행과 관련된 서비스를 예약해 주는 여행사를 뜻합니다.
1. COVID19로 인한 전통적 여행사 브랜드의 변화
OTA에 관한 글이지만, 전통적 여행사의 리브랜딩도 잠깐 살펴보기로 해요. 그만큼 COVID19의 충격이 컸다는 반증이거든요.
우리나라 전통적 여행사의 대명사, 하나투어가 2021년 리브랜딩을 했습니다. 네, 모두 알다시피 주인이 바뀌었거든요. 국내 2위인 모두투어 역시 최근 인수합병설이 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COVID19 기간 동안 또는 이후에, 전통적 여행사 중 주인이 바뀌지 않은 여행사를 찾아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KRT 여행사 역시 교원그룹에 인수되면서 2022년 여행이지 라는 브랜드로 변경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브랜드가 사라지게 되어 아쉽습니다만, 브랜드를 유지할 만큼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쌓지 못한 것이 원인인 것 같아요.
2. 종합 OTA 브랜드의 변화
사실 인터파크는 OTA를 포함한 온라인 커머스 브랜드였는데요, 최근 여행업 및 티켓 부문이 야놀자에 인수되면서 OTA 브랜드로서 리포지셔닝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사업 부문 역시 현재까지 인터파크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어 아직은 좀 혼란스러운 모양새입니다. 기업 브랜드는 인터파크와 트리플을 합병시키며 인터파크 트리플로 재탄생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전반적인 리브랜딩이 좀 어수선하고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상세한 브랜딩 케이스스터디를 찾지 못해서 섣부른 판단은 보류할께요.
마이리얼트립은 현지 가이드 중개 서비스로 시작한 여행 스타트업인데요, 최근 종합 OTA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리브랜딩은 'My'를 고유의 브랜드 자산으로 가져가려는 시도가 보이는데요, 제가 느끼기에는 기존 마이리얼트립이라는 브랜드 핵심 키워드는 'Real'이었기에 조금 의아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종합 OTA로서 포괄성 및 확장성을 갖기엔 'My'를 활용하는 것이 쉬운 길이긴 합니다.
3. 숙박 OTA의 변화
호텔엔조이 역시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브랜드인데요, 이 또한 COVID19로 주인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심볼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옛 Hotels.com과 야놀자를 섞은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리브랜딩으로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최근 조용히 리브랜딩을 한 Hotels.com입니다. 원래 해외 유명 브랜드들은 리브랜딩을 하면 각종 사이트에서 회자되는데요, 이상하게도 이 Hotels.com은 그 어디에서도 언급이 없었어요. 우연히 사이트를 방문했다가 리브랜딩을 알아채렸답니다. 새로운 로고가 다소 평이한 디자인이라 언급할 가치가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브랜드 파워가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최근 순손실에서 순이익으로 전환했다고 하니, 당분간 브랜드가 사라질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Trivago는 독일의 숙박 OTA로, 익스피디아의 계열사이기도 합니다. COVID19 이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한 광고를 했었는데요, 3년 간 단절되다 보니 제 머리 속에서는 까맣게 잊혀지고 말았지 뭐예요. (노화 때문이라고만은 하지 말아주세요.) 이번에 글로벌 브랜딩 에이전시 DesignStudio에서 리브랜딩을 공개했을 때도, 순간 숙박 검색인지 항공권 검색인지 헷갈렸어요. 하지만 DesignStudio에 리브랜딩을 의뢰할 정도면 자금력이 상당히 탄탄한 듯 합니다. 아니면 지금이 OTA 시장을 선점할 최적기라 판단하고 브랜딩에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일까요?
우리나라에는 다소 생소한 영국의 OTA, First Choice입니다. 사실 종합 OTA로 볼지, 숙박 OTA로 볼지 잠깐 고민했었는데요, 살펴보니 숙박이 메인인 것 같아 이쪽으로 분류했습니다. First Choice의 리브랜딩은 브랜드비 뉴스레터에서도 소개한 바 있듯이, 단순 가격 비교가 아닌 테마 중심으로 분류한 것이 특징입니다. 여행을 선택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요.
Dayuse는 Microstay에 특화된 프랑스의 OTA입니다. 우리나라의 모텔 단기 숙박과 비슷한 개념인데요, 모텔이라는 숙박형태가 없는 해외에서는 새로운 틈새시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Dayuse는 COVID19 이전에 엄청난 투자를 받아서 리브랜딩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글의 주제와 약간 벗어나긴 하지만 흥미로운 브랜드이기에 소개합니다.
Kindred는 Airbnb와 유사한 공유숙박 플랫폼입니다. 다만 Airbnb와의 차별점은 반드시 자신의 공간을 공유해야 다른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네요. 여행업에 커뮤니티 개념을 결합한 모델인 것 같아요. 독특하게도 Kindred는 COVID19를 겪으며 탄생한 브랜드입니다. 위기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트립비토즈는 역시 COVID19 때 오히려 화제가 된 OTA 브랜드입니다. '온택트'라는 유행 키워드에 맞게 동영상 리뷰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어요. 브랜드 네임은 여행의 B부터 Z까지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고 합니다. (잠깐, A는 어디갔냐고요? A는 소비자의 선택이라고 하네요.) 스타트업이라 그런지 리브랜딩을 자주 진행했는데요, 차별화를 위해 선택한 여우 심볼은 독특하고 귀여웠지만 서비스의 특징을 전달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2년만에 다시 리브랜딩을 했는데요, 의도는 알겠지만 오늘의집을 연상시켜는 심볼이 과연 최선인가 라는 의구심이 드네요. 엔데믹으로 전환된 지금, 동영상 리뷰가 얼마나 투자자와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4. 항공 OTA의 변화
사실 Expedia는 항공권 뿐 아니라 호텔, 렌터카 등도 함께 제공하여 종합 OTA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지만, 기존 심볼이 비행기여서 일단 항공 OTA로 넣었습니다. 그런데 고객들이 저와 같은 오해를 하는 것이 싫었던 것일까요? 최근 비행기에서 화살표 심볼로 리브랜딩을 단행했습니다. 2021년 리뉴얼은 서체 변경과 함께 비행기의 각도를 미세하게 변경하는 수준이었는데요, 이번에는 수십 년간 유지해온 비행기 심볼을 버릴 만큼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어떤 기사에서는 비행기가 탄소중립에 반하는 상징물이기 때문에 바꿨다는 이야기도 있네요.
참고로, 위의 Hotels.com의 심볼과 Look&Feel을 맞춘 것을 보면 Expedia의 큰 그림이 숨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항공권 검색은 레드 오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COVID19에도 팔리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과감히 이름을 변경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Scott's Cheap Flights는 저렴한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는데요, 역시나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직관적인 이름에서 포괄적 이름으로 변경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이름을 개발할 때, Travel이나 Flights 같은 단어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요청했다고 하네요.
반면 Alternative Airlines은 기존 제공하던 서비스를 보다 명확하고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리브랜딩을 했습니다. 서비스의 특장점도 쉽고 직관적인 검색 및 예약 프로세스라고 합니다.
5. 자유여행 액티비티 OTA의 변화
여행 액티비티 분야는 초기에는 기존 패키지 여행과의 차별성으로 투자를 받으며 급성장했는데요, 최근에는 대부분의 OTA가 연계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어서 B2C 브랜드로서의 가치가 희석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COVID19 기간에는 해외가 아닌 국내 액티비티 예약으로 명맥을 이어왔는데요, 엔데믹 이후에는 종합 OTA와 경쟁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네요.
와그는 토종 액티비티 OTA 스타트업인데요, 독특한 이름은 Where Are U Going에서 앞글자를 따왔다고 합니다. 기존의 난해한 이름과 디자인은 스타트업 특유의 자의적 브랜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이번 리브랜딩은 이도저도 아닌 평이한 디자인으로 변해서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KLOOK(이하 클룩)은 홍콩의 여행 액티비티 OTA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네임은 Keep Looking (계속 찾아본다)의 약칭이라고 하네요. 와그와 마찬가지로 굉장히 자의적인 브랜딩입니다. 역시 COVID19 기간에 어려움을 겪고 리브랜딩을 했습니다. 새로운 심볼은 여행 액티비티의 다양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네요.
Go City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의 여행 액티비티 OTA 브랜드입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도 '서울패스'를 출시하며 진출했어요. 2022년 리브랜딩은 무난하고 평이했던 기존 로고에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시도가 보입니다. 브랜드 네임은 도시별로 패스(여러개의 입장권을 묶어서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를 제공하는 서비스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나타내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와그나 클룩 역시 Go City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메인으로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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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여기까지 따라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최근 3년 간 리브랜딩을 한 사례 위주로 구성했는데요, 워낙 여행업 자체의 변화가 커서 리브랜딩 사례도 많고, 또 COVID19라는 큰 어려움을 겪고 난립했던 브랜드들이 정리되어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브랜딩을 통해 살아남을, 또 더 성장할 브랜드는 과연 누가 될까요?
개인적으로 여행을 너무 좋아하기에 더욱 관심이 많은 분야인데요, 브랜드비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여행업 관련 브랜드를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또 그래서인지 개인적 의견이 많이 들어가게 된 것 같습니다.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하지만 피치 못하게 주관적이게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항상 말씀드리지만, 각 브랜드의 리브랜딩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관점과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이 글에 담긴 제 의견은 참고만 해주세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OTA 또는 여행업 브랜드의 미래는 어떠할까요?
archiveB에 등록된 브랜드들과 케이스스터디를 살펴보면서 여러분만의 인사이트를 얻으시길 희망합니다.
PS I. Search > 브랜드 검색 에서 'Travel'로 필터링해서 브랜드들을 살펴보세요. 더 많은 여행 관련 브랜드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PS II. 트렌드 키워드는 사이트 정비 이후에 등록할 예정입니다. 별도 태그 검색 기능도 개발하고 있어요.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