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비는 국내외 수백개의 브랜딩 에이전시들을 팔로우하고 있는데요, 그 중 이름이 비슷한 에이전시들이 꽤 있습니다. 특히 의미를 알 수 없는 짧은 이름의 에이전시들은 더욱 혼선을 불러일으키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KOTO, TOKO, OKTO 이 세 개의 에이전시가 그러한데요, 종종 타이핑 실수가 발생합니다. (혹시 브랜드비의 아카이브 중 정보가 잘못 기입된 것을 발견하면 바로 정정 제보주세요.)


이번에 소개드릴 KOTO는 비슷한 이름의 에이전시들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에이전시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글로벌 브랜드의 리브랜딩 프로젝트에 종종 등장하고 있고요, 특히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브랜딩 케이스스터디를 업데이트하여 개인적으로 너무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케이스 스터디 내용도 알차서 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10년이 채 안되는 짧은 역사를 가진 에이전시에 어떻게 단기간에 글로벌하게 핫한 에이전시로 떠올랐는지 그 이유를 함께 살펴보아요.






1. 일본어에서 따온 이름을 가진 런던의 에이전시, Koto


Koto는 2014년 런던에서 3명이 설립한 에이전시입니다.

아래 이미지의 왼쪽부터 Jowey Roden, James Greenfield, Caroline Matthews가 바로 공동 창립자들이예요.



이중 Jowey와 James가 Creative Director이고, Caroline은 Managing Director입니다. Koto와 관련한 기사를 찾아보니 주로 James가 대외 인터뷰를 담당했더라고요. 그래서 James의 이름이 상대적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James와 Jowey는 Design Studio (엄청 유명한 글로벌 에이전시죠. 궁금하시면 관련 글 클릭!) 출신으로, Airbnb의 리브랜딩(2014년 발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창업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해요. 당시 Airbnb와 같은 수많은 테크 기반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또 유명세를 얻고 있었지만 '브랜딩'과는 동떨어져 있었죠. 그도 그럴 것이 전통의 브랜딩은 사이니지, 브로셔, 리플렛 등 오프라인 및 인쇄기반의 환경을 전제로 개발되었거든요. 오프라인 매장이나 제품 없이 웹과 App을 메인으로 하는 테크 스타트업을 위한 브랜딩은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해요. 다만 당시는 너무 빠른 기술과 산업의 변화로 브랜딩 에이전시들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아요. 브랜드의 소유자인 테크 기업들 역시 브랜딩을 어떻게 해양할지 모르기는 마찬가지였죠. 참고로, James가 인터뷰에서 말한 '제품'은 App과 같은 디지털 기반의 제작물을 뜻합니다.



당시 James는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 'Hara Kenya'의 인터뷰를 읽다가 일본의 Koto와 Mono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Koto는 한자로 事, 즉 '일, 것'을 뜻하는데요, 심오한 내용은 일본어 및 일본 문화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넘어가도록 하고, Koto가 어떻게 이해했는지는 위 인터뷰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어요.

Koto는 '브랜드의 아름다움'보다 '브랜드의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이 역시 창업의 계기가 된 생각 - 브랜드와 제품을 연결하는 것과 이어진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App과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는 시선을 끄는 아름다움보다 사용성과 편리함이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니까요. 요즘이야 보편화된 개념이지만 2014년 당시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죠. 신기술을 받아들이고 적응하기에 급급했으니까요. 역시 잘 나가는 에이전시는 선구자적인 혜안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Koto는 전 세계에 5개 오피스를 둔 1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채 10년이 안되는 기간동안 3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난 것은 엄청나죠!

개인적으로 무척 부러웠던 점 중 하나가 바로 주4일 근무제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브랜딩 프로젝트 진행과 거의 실시간 케이스스터디 업데이트를 하는 것을 보면, 효율적인 에이전시의 운영 방법이란 무엇인지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우리나라 브랜딩 에이전시의 고질병 중 하나인 야근, 철야, 주말근무의 이유가 과연 무엇 때문일까요?


아래는 제가 생각하는 Koto의 대표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골랐으니 더 많은 프로젝트는 Koto의 웹사이트를 방문하세요.






2. 처음 유명세를 얻은 프로젝트, Fanta



아이러니하게도 Koto의 초창기 유명 프로젝트는 전통적 산업이자 제품인, 청량음료 Fanta의 리브랜딩이었습니다. Fanta는 최근 다시 리브랜딩을 했는데요, 이전 로고가 바로 Koto의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당시 신생 에이전시인 Koto가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었는지 무척 궁금합니다만, 코카콜라 사가 Koto를 선정한 이유는 바로 브랜딩을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Koto는 Fanta의 리브랜딩을 위해 무려 전세계 190개국에 판매되는 버전을 디자인했다고 하는데요, 여행이나 출장으로 여러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그 지역의 Fanta를 수집한다고 합니다.






3. Koto의 가장 큰 장점, 디지털 환경을 고려한 디자인 시스템 개발


Koto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테크 스타트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물론 Koto는 특정 분야에 제한하지 않고 모든 분야에 전천후로 일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역시나 역량을 발휘하는 분야는 IT 분야인 것 같습니다.

Koto는 미디어 및 UIUX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디자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저도 최근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인데요, 여전히 많은 브랜딩 에이전시들이 브랜딩과 UIUX를 별개 프로젝트로 바라보고 있어요. 물론 두 분야가 전문성이 다른 것은 명확합니다. 하지만 개발한 로고와 디자인 시스템이 미디어나 App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고 표현되는지까지 고려해야 진정한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쁘게 디자인해놨는데, 개발에서 실제 적용을 못하더라' 라는 얘기와 '바뀐 디자인을 App에 적용하려니 문제가 많더라'라는 얘기를 양쪽에서 듣곤 하는데요, 과연 서로의 책임전가, 면피성 의견으로만 치부해야 할까요?


<로고 변화 없이 디자인 시스템을 정립한 Netflix 프로젝트>




<로고 변화 없이 디자인 시스템을 정립한 Whatsapp 프로젝트>




기존 리브랜딩 프로젝트가 단순히 브랜드 로고 디자인을 바꾸고 제작물에 로고 갈아끼우기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로고 외 요소인 서체, 색상, 구성, UIUX 등을 통한 종합적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로고 하나만으로 브랜딩을 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 Koto는 선견지명이 있었고, 또 이를 위한 실력을 키워왔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4. Koto의 두 번째 장점, 다양한 일러스트 활용


개인적으로 Koto의 포트폴리오를 좋아하는데요, 귀엽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브랜딩 프로젝트들이 많아요. 물론 귀여움이 필수인 어린이나 캐릭터 브랜딩이 아닙니다. 요즘 트렌드 중 하나인 보조적인 일러스트 사용으로 (이전에 관련 글을 썼었죠. 궁금하시면 클릭!) 차갑고 딱딱한 디지털 테크 브랜딩에 감성과 친근함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죠.

이 역시 당연한 흐름으로 보입니다. 작은 화면의 스마트폰 환경에서 사용성을 고려하다보면 디자인이 미니멀해질 수 밖에 없는데요, 미니멀해질 수록 서로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이를 보완하는 요소 중 하나로서 일러스트 사용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 일러스트를 통해 활기와 풍성함을 더한, 모바일 결제 플랫폼 Venmo 프로젝트>




< 한쪽 양말을 신은 귀여운 마스코트를 도입한, 가상화폐 거래소 브랜드 Sock 프로젝트>




< 귀여운 일러스트 스탬프를 도입한, 리퍼비시 마켓 플레이스 BackMarket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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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2023 J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