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 이니셜 심볼은 예로부터 많이 사용되어 오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지금, 이니셜 심볼 디자인을 차별성있게 개발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죠.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이니셜 심볼 중 하나인 K는 아무리 아이디어를 쥐어짜 내어봐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라던가 "어디선가 사용하고 있을 것 같은데?" 느낌을 배제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최근 케이뱅크가 무려 10개나 되는 K 심볼 디자인을 상표출원했다는 기사를 보고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됐어요.
<케이뱅크가 상표출원한 K 심볼 디자인 모음>
추측건대 케이뱅크는 상표 상으로 '안전한' 심볼 디자인을 선택하기 위해 이런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케이뱅크가 추구하는 정체성은 무엇이며, 이를 시각화하는 크리에이티브 전략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지만요. 조금 비판적인 글이 될까봐 케이뱅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브랜드의 이니셜 심볼 디자인을 개발 할 때, 디자이너는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독특한 형태를 창조해낼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그리고 기획자는 어떻게 하면 동종 또는 유관 업계에서 유사한 심볼 디자인을 발견하여 피해갈 수 있을까 내지 방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요(제일 두려운 클라이언트의 멘트가 바로 "비슷한 것 봤어요"입니다), 비록 요즘 기술의 발전으로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과거에 비하면 쉽게 검색할 수 있다고 하지만 너무 많기에 오히려 걸러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지난 3년간 브랜드비가 수집한 K심볼을 유형별로 분류해 보았어요.
유사성 이슈는 관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니 일단 접어두고요, 유사성 속에서 무엇이 고유성과 차별성을 만들어내는지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1. 전형적 K의 형태를 벗어나기
아시다시피 K는 직선으로만 구성된 알파벳이예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딱딱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요, 일부 획을 곡선처리하여 조금 더 부드럽고 유연한 이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2. 선의 반복을 통해 K 표현하기
상대적으로 조금 복잡하여 적용 환경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디자인입니다. 하지만 모션 그래픽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어요.
3. 구성 요소를 분리 후 중첩한 K
K를 직선의 조합이 아닌 직사각형과 꺽쇠, 또는 하트의 구성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입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봤을 때 아이디어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는데, 후에 유사한 형태의 심볼 디자인을 자주 보게 되니까 처음의 감동이 희석되더라고요. 결국은 브랜드와의 적합성, 그리고 디자인적 완성도가 승패를 좌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4. 분절된 K
디지털 전환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K 심볼입니다. 안그래도 날카로운 K에 날카로움(Edge)를 더했다고 할까요?
5. 분할된 K
K를 선이 아닌 면의 구성요소로 분할한 디자인입니다. 디테일 처리에 따라 이미지가 많이 달라질 수 있어요. 또 글자로 읽히기보다는 이미지로 보여지는 심볼입니다.
6. 면분할로 표현한 K
직선으로 구성된 K의 특징을 Background 처리된 면을 분할하는 선으로 표현한 디자인입니다. 역시 글자로 읽히기 보다는 이미지로 보여지는 디자인이예요.
7. Negative Space로 표현한 K
사람에 따라 인지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는 K심볼 디자인입니다. 아마 브랜드 네임 없이 심볼만 봤을 때 대부분 K라고 인지하지 못할 것이예요.
8. K의 반복 및 대칭
꼭 브랜드가 두개의 K이니셜을 갖고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은 아닙니다. 원래 글을 쓸 때도 강조하기 위해서 단어를 두번씩 반복하곤 하잖아요?
반복과 대칭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엠블렘이나 패턴으로 활용하기 좋은 디자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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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다양한 유형의 K 심볼 디자인을 살펴봤어요. 글머리에서 언급한 케이뱅크의 심볼들이 각각 해당하는 분류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제가 다양한 K심볼들을 보면 새삼 느낀 것은 형태의 유사성에 집착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담긴 의도와 의미가 브랜드의 정체성에 어울리느냐를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예요.
물론 조형적인 아름다움은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프로페셔널이니까요!)
여러분이 만약 K심볼을 디자인하게 되었을 때, 아이디어가 꽉 막히거나 한계를 느낀다면 브랜드비가 수집한 K심볼들을 둘러보시면서 영감을 얻어보세요. (다른 알파벳들도 조금씩 모으고 있습니다. :)
PS. 사실 제가 非디자이너여서 K심볼을 형태적으로 분류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표현 단어나 용어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고요(오류가 있다면 친절히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 관점에 따라 분류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저 이런 생각도 있구나 정도로 받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