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이니셜 심볼 중 하나인 K 심볼에 대해 다뤄봤어요. (읽어보기)
그런데 또 K 심볼 못지 않게 자주 사용되는 이니셜 심볼이 있습니다. 바로 '한'의 이니셜인 H 심볼이죠. '한'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면서도 의미적으로 '하나의' '큰' 이라는 뜻을 함께 갖고 있어서 기업 및 브랜드 네임에서 사랑받는 단어입니다. 그렇기에 H 이니셜이 비례해서 증가할 수 밖에 없고, 차별화하기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죠. 또 H 이니셜의 기본 형태가 수평, 수직의 직선으로 구성되다 보니 형태적으로 개성을 불어넣기가 쉽지 않습니다.
브랜드비가 유사한 H 심볼을 피해가기 위해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만, 이 글을 쓰기 위해 살펴보니 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탄생한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시각적 아이덴티티가 적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브랜드비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H 심볼 디자인을 엄선하여 소개합니다.
소개 순서는 랜덤입니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금융 시장의 길잡이별, HaysMac by SomeOne
HaysMac은 영국의 회계 컨설팅 기업입니다. 사실 H 이니셜 중간에 별, 동그라미, 다이아몬드 등 상징적 그래픽 요소가 결합된 심볼은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aysMac의 심볼이 기억에 남은 이유는 바로 로고 디자인과의 연계성 때문이예요. HaysMac이라는 이름이 쓰여있지 않아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와 기술의 교차점, Holte Consulting by Anti
Holte Consulting은 노르웨이의 건설 분야 전문 컨설팅 기업입니다. H가 중첩된 심볼이 무척 독특한데요, 디자인 시스템으로 확장된 활용 방법이 더욱 매력적입니다.
새로운 챕터를 열다 Hay Festival Global by Edit
처음 이 H 심볼을 봤을 때, 이 디자인은 절대 유사성 논란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하지만 명확하게 책과 연관된 페스티벌임을 표현하고 있죠.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심볼을 구성하고 있는 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있더라고요. 3개 나라에서 열리는 하위 페스티벌의 심볼과 색상이 랜덤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심볼과 하위 로고 디자인 체계를 관통하는 규칙을 살펴 보세요.
전기 케이블을 담은 아이덴티티 Helectic by Brand Brothers
Helectic은 프랑스의 전기 장비 및 용품 유통기업입니다. 이 신규 사명은 Hectic과 Electic의 조합어인데요, H심볼에 개성을 불어넣은 그래픽 표현은 꺽인 고무 케이블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은은한 미소와 호기심 넘치는 눈동자, Happy Socks by Yorgo&Co.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요? Happy Socks의 새로운 심볼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은은한 미소(설명글을 읽기 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어요!)와 호기심 넘치는 눈동자를 지닌 심볼이자 마스코트는 창조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양말 브랜드의 정체성을 상징합니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힘, Horse by 4uatre
Horse는 르노 자동차의 차세대 엔진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네임은 자동차의 엔진 성능을 나타내는 마력(馬力)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단순 Horse만 표기했다면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로고타입에 4개의 바퀴를 추가함으로써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는 새로운 H심볼을 만들어냈습니다.
앞으로 전진하는 H, Biti's Hunter by M-N Associates
Biti's Hunter는 베트남의 프리미엄 운동화 브랜드입니다. 이미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가 마켓 쉐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운동화 시장에서 차별화된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Biti's Hunter는 운동화의 다이나믹한 이미지를 가지면서도 독특하고 매력적인 심볼을 성공적으로 창조했습니다.
역동적인, 때론 혼란스러운 주방을 표현한 H, Holcomb by Parker
Holcomb은 주방용품 브랜드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워드마크 로고와 심볼 디자인의 스타일이 전혀 달라 이질감을 느꼈는데요, 하지만 이 독특한 심볼이 없었더라면 깔끔하긴 하지만 밋밋한 주방용품 브랜드들 중 하나로 인식했을 것이예요. 특히 직접 요리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이 "역동적이면서도 혼란스러운" 심볼이 표현하고 있는 주방의 리얼리티를 절실히 느낄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H 심볼은 너무나도 단순한 기본 구조 때문에 차별화된 디자인을 개발하기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우면서도 독특하고 매력적인 H 심볼을 발견할 때마다,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브에 감탄하게 됩니다. 이런 디자인이야 말로 생성형 AI가 따라할래야 따라할 수 없는 영역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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