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돌아온 에이전시 소개 글입니다. 저도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곧바로 그 매력에 푹 빠져버린 에이전시인데요, 최근 활발한 활동으로 FastCompany가 선정한 "The most innovative design companies of 2024"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디자인 에이전시의 실력은 유명세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 알고 계시죠? 이 에이전시의 어떤 점이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 회사"로 손꼽히게 만들었을까요?
1. 흘깃 바라보다, Take a Gander
본격적인 에이전시 소개 전에 영어 공부 잠깐 하고 갈께요. 처음에 Gander라는 이름을 봤을 때, 다소 생소한 단어였기에 당연히 사람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창업자의 이름을 보니 아니더군요!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았죠. (네이밍을 하는 사람의 직업병입니다.) Gander의 사전적 의미는 '숫거위'인데요, 이 숫거위가 목을 빼고 무언가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Take a gander'라는 표현이 '무언가를 흘깃 바라보다'라는 의미가 되었다고 해요. 여기에서 Gander의 심볼이 왜 g를 옆으로 뉘인 모습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고마워요, Gander! 덕분에 영어 숙어를 하나 알게 되었어요.)
에이전시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Gander는 잠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어요. 그만큼 시각적 임팩트가 강렬한 브랜딩 사례가 많은데요, 10년이라는 다소 짧은 시간과 10명이 채 안되는 작은 규모임에도 지금의 유명세를 얻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2. Gander의 대표 브랜딩 프로젝트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Gander의 브랜딩 프로젝트를 5개 뽑아보았습니다. 선정하다보니 모든 브랜딩 프로젝트에 Gander만의 스타일이 녹아들여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특히 최근 프로젝트들에서 Gander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 느껴보시는 것을 추천드릴께요.
Gotham Greens 2020
제가 Gander를 알게 된 브랜딩 프로젝트라 첫 순위로 꼽아보았습니다.
Gotham Greens는 스마트팜 브랜드인데요, 다양한 잎채소의 모양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패키지 디자인이 너무 매력적이라 기억에 남았어요. 사실 아이디어는 굉장히 단순한데, 이렇게 직관적이면서 또 아름답게 표현하기 쉽지 않거든요.
Graza 2022
사실 Gander의 대표 프로젝트는 두말 할 것 없이 Graza입니다. 각종 디자인 상을 휩쓸었고, 또 가장 중요한 제품 판매에서도 폭발적 반응을 얻었으니까요.
독특한 용기 디자인에서부터 브랜드 로고 디자인, 제품 네이밍, 일러스트, 그리고 포토그래피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Gander를 소개하는 문구를 요즘 유행하는 "귀엽고 멋지고 다 하는"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Magic Spoon 2019
Magic Spoon은 최근 유행하는 키토(저탄수화물 고단백질) 시리얼인데요, 사실 설명만 들으면 건강을 생각하는 식품 특유의 이미지 - 몸에는 좋겠지만 맛은 없을 것 같은- 를 연상하게 될 것이예요. 그런데 Magic Spoon이라는 유머러스한 네임도 독특하고, 또 이를 일러스트로 표현한 패키지 디자인이 건강 시리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호기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Magic Spoon 브랜드 컨셉이 바로 성인들도 어린 시절 좋아했던 시리얼을 건강 걱정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해요. 이런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디자인만으로 제 마음을 움직였으니, 완전 성공적인 브랜딩 아닐까요?
Yellow Bird 2023
Yellow Bird 역시 너무나 깜찍한 디자인으로 제 마음을 사로잡은 브랜드예요. 특히 Before 디자인과 비교해 보면 이 디자인이 왜 훌륭한지 더 잘 알 수 있어요.
핫소스는 무조건 빨간색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매대에서 제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노란색을 채택한 과감한 전략이 인상적입니다.
PopUp Grocer 2022
레트로 유행을 적극 반영한, 하지만 현대적 감각으로 세련되게 풀어낸 디자인입니다. PopUp Grocer는 엄선한 소수의 제품만 전시하여 판매하는 독특한 컨셉의 식료품 매장인데요, Gander의 리브랜딩을 통해 그 특장점이 더욱 돋보이게 변화했습니다.
3. Gander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최근 글로벌 브랜딩 에이전시들이 서로 연합하고 연계하며 점점 규모와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Gander처럼 식품 분야에 특화된 작은 부티크 에이전시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을 보면 참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어요.
사실 많은 에이전시들이 "우리는 다양한 스타일의 디자인을 할 수 있어요"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스스로는 "다르다"라고 말해도 외부에서 보면 특유의 스타일이 항상 유지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이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이 창작해내는 디자인은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슈퍼 디자이너가 에이전시를 떠나면 에이전시의 스타일이 완전히 변하는 일도 많고요. Gander는 특유의 디자인 스타일을 장점으로 끌어올린 훌륭한 사례가 아닐까 싶어요.
위 이미지는 Gander의 웹사이트에 있는 멤버 소개 페이지예요. 흔히 보는 프로필 사진인데도, 한 끗이 다르지 않나요?
브랜딩 에이전시에 있어서도 고유한 개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로 2018년 Gander의 창립자들이 The Design Kids라는 웹사이트와 진행한 인터뷰를 링크합니다.
디자이너로서 일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가 주인데,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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