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비를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일 중 하나가 바로 미처 몰랐던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인데요, 오늘 다룰 주제인 Flared Serif가 그 중 하나입니다.
제가 ArchiveB를 운영하면서 최근 눈에 띄는 서체 유형이 있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 서체 유형을 정확하게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잘 몰랐어요. 제가 읽었던 타이포그래피 책은 전통적인 서체 분류인지라 요즘의 디지털 환경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서체를 커버하고 있지는 못했거든요. (관련 글 읽어보기) 그런데 브랜드비 단톡방에서 회원님이 언급을 해주셔서, 그것을 힌트로 찾아보고 공부하게 되었답니다. (다시 한번 익명의 회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알게된 지식을 간단하게 정리하여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다만, 제가 서체 전문가는 아니기에 잘못 이해했거나 오류가 있을 수도 있어요. 발견하시는 분은 정정 요청 해주세요. (미리 감사드립니다. 꾸벅!)
1. Flared Serif 란?
Flared는 영어로 '나팔 모양의'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팔 바지를 떠올리시면 바로 이해가 되실 것 같아요. 나팔 청바지를 영어로 Flared Jean이라고 합니다. 또 치마의 형태 중에 플레어 스커트가 있는데, 이 역시 영어로 Flare Skirt 또는 Flared Skirt라고 해요.
먼저 Flared Serif를 설명하기 전에 Serif 서체의 구조를 살펴볼께요.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Fillet 입니다. 이 Fillet의 형태가 나팔 모양으로 곡선을 이루면 바로 Flared Serif가 되는 것이죠. 다만 위쪽 Head Serif의 길이에 따라 Bracked Serif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찾아본 자료 중에 가장 세분화되어 있고 비교해서 이해하기 쉬운 이미지를 편집해서 보여드립니다. (원본은 링크 클릭)
Flared Serif의 끝부분을 보시면 나팔바지의 아랫단, 또는 플레어 스커트를 거꾸로 한 모습이죠? 이 기준으로 판단하시면 좀 더 편할 것 같아요.
참고로 옆에 있는 Tapered Serif는 청바지의 종류인 테이퍼드 진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쉬울 것이예요. 다만, 개인적으로 전혀 Serif라고 생각하지 못했기에 깜짝 놀랐던 분류입니다. 지금까지 San-serif로 분류해왔거든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아무튼 이번 글에서는 Flared Serif 만 다루기로 했으니까 일단 미뤄둘께요.
2. Flared Serif를 사용한 브랜드 로고들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Flared Serif를 사용한 디자인은 최근 발표된 로고들 중 유난히 많아서 눈에 띄었어요. 모두 설명하자니 스크롤이 너무 길어지니까 카테고리 별 유명한 브랜드 위주로 엄선(이라 쓰고 주관적으로 라고 읽습니다)했습니다.
Gobi : 몽골을 대표하는 캐시미어 브랜드
오브제 : 한섬의 여성 패션 브랜드
Vocation Brewery : 영국의 수제 맥주 브랜드
칠성 사이다 : 75세를 바라보는 대한민국 대표 장수 브랜드
Marina Bay Sands :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건축물이자 호텔 브랜드
Durango : 라스베가스에 새롭게 론칭한 카지노&호텔 브랜드
Bombardier : 항공기 제조 기업
Clios : 창립 65주년을 맞은 글로벌 광고제
Remarkable : 종이의 필기감을 살린 디지털 노트 기기
Lloyds : 수백년 역사의 영국 은행 브랜드
New York Botanical Garden : 뉴욕 브롱크스에 위치한 식물원
Chatsworth : 영국의 유서깊은 장원
3. Flared Serif를 채택한 이유는?
위의 Flared Serif를 사용한 로고들을 보면 특정 분야에 제한되지 않고 사용됨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전체적인 분포 숫자로 보면 패션 및 식품 분야에서 좀 더 많이 채택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또 위 로고들이 지닌 공통적인 이미지를 살펴 보면 고전적(Classic)이고 우아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들이 많은데요,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면서도 너무 구시대적인 느낌은 탈피하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 바로 Flared Serif가 아닐까 해요.
또 구글에서 찾아본 글에 의하면 Flared Serif는 70년대 복고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근 대표 트렌드 중 하나인 뉴트로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San-serif 획일화에 지친 디자이너들이 대안으로 선택하기에 가장 적합한 서체라고 생각해요. 차별화를 위해 전통적 Serif를 선택하자니 작은 화면의 모바일 환경에서 적용하기에 어려움도 있고, Serif 서체가 가진 옛날 아날로그 이미지가 너무 강하니까요. San-serif와 Serif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서체가 바로 Flared Serif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최근 너도나도 Flared Serif를 사용하다보니 예민하신 분들은 "벌써부터 질린 느낌이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하는데요, 앞으로 이 Flared Serif가 메가 트렌드로서 계속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유형의 서체가 대체제로 떠오를지 궁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