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해외에는 수천 개의 브랜딩 에이전시가 있습니다. 수백명 규모의 대형 에이전시들도 존재하죠. 그런데 만약 브랜드비에게 브랜딩 에이전시를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의외로 선뜻 제안할만한 에이전시는 의외로 많지 않았어요.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요, 수천 개 에이전시 모두 이름을 걸고 브랜딩 일을 하는 프로인만큼 기본 실력은 다들 갖추고 있고 완성도 높은 훌륭한 브랜딩 프로젝트들도 많아요. 그렇다 보니 추천의 기준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취향과 일하는 방식, 업무 분야에 맞출 수 밖에 없죠. 취향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에 불특정 클라이언트에 맞추기란 불가능하고, 일하는 방식 역시 직접 일해보지 않은 이상 선뜻 추천하기 어려워요. 결국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업무 분야 및 디자인 스타일을 기준으로 추천할 수 밖에 없는데요, 워낙 다들 실력이 출중하고 다방면으로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고 있기에 추려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몇 에이전시는 브랜드비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요, 이번에 소개드릴 Brand Brothers가 바로 그 중 하나입니다. 브랜드비의 개인적 취향을 떠나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여러분 중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영문 워드마크 디자인 개발을 원하고 있다면, Brand Brothers를 벤치마킹하거나 협업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1. 2010년 두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설립한 에이전시



에이전시 이름이 Brand Brothers여서 혹시 두 형제가 설립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우아한형제들이 형제가 설립한 회사가 아니듯이, Brand Brothers 역시 다른 성을 가진 두 사람이 설립했습니다. 위 이미지의 왼쪽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Johan Debit이고, 오른쪽이 전략 디렉터인 Jean-Remi Massery입니다. 최근 웹사이트를 방문해보니 디자이너가 한 명 더 늘었더라고요. 에이전시 규모를 조금씩 확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2. Brand Brothers만의 실험적 타이포그래피



브랜드비가 처음 Brand Brothers를 알게 된 것은 컨테이너를 재활용하여 생활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회사 Contigo의 아이덴티티 프로젝트였어요. 위 이미지가 바로 Contigo를 위해 만든 전용 서체인데요, 물론 비영어문화권인 한국 사람이 보기에는 가독성에 큰 문제가 있지만, 컨테이너라는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보수적인 한국 기업은 절대 선택하지 않을 디자인이라고 생각한 반면, 아주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에 남았어요. 기존에 보아왔던 로고 디자인과 확실히 달랐거든요.

사실 저는 타이포그래피 전문가는 아니기에,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Brand Brothers를 표현하기에 더 좋은 표현을 찾지 못했기에, 감히 "실험적 타이포그래피가 인상적인 브랜딩 에이전시"라고 부제를 붙여봅니다.


아래는 Brand Brothers의 브랜딩 작품들 중, 비교적 가독성을 확보하면서도 고유한 개성을 잃지 않은 사례들을 7개 골라봤어요.






3. 브랜드비가 선정한 7개의 케이스 스터디



Aktuel 2018


Aktuel은 전시회 및 박람회와 같은 이벤트 전문 가구 및 장비 렌털 B2B기업입니다. 역시 고유한 전용서체를 개발했고, 다채로운 컬러의 그래픽 요소와 조합을 통해 생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비록 일반인은 Aktuel 브랜드를 접하기 쉽지 않지만, 지나가는 트럭 등에서 로고 디자인을 본다면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또 최근 리브랜딩한 중국의 한 가구 브랜드 로고가 조금 비슷한 구성을 띄고 있는데요, 로고타입의 임팩트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브랜드비가 어느새 Brand Brothers에 물들어버린 것일까요?)





BOM BOM BOM 2022


아니, 이게 어디가 가독성을 확보했다는 거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가독성은 없어요. 하지만 너무 매력적인 브랜딩 사례이기에 "비교적"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소개 리스트에 넣었습니다. 일단 너무 귀엽고요, 또 귀엽습니다. 이런 매력적인 로고를 가진 멋진 음악이 흘러나오는 바Bar가 있는데 어떻게 들어가지 않고 지나쳐버릴 수 있을까요?





LOSANJE 2022


작년 국내 브랜드 디자인 리뷰를 하면서 대소문자를 섞어쓴 로고가 많이 눈에 띄었다고 말씀드린 적 있는데요, LOSANJE는 대소문자의 밸런스를 절묘하게 맞춘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요즘 너무 많이 봐왔기에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Gemetric Sans를 사용하면서도 개성을 잃지 않은 점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Mozoo 2023


Mozoo는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입니다. 알파벳 3 글자로만 구성된 네임은 워드마크로 표현하기엔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어려울 수 있어요. 특히 M과 Z는 직선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O는 완전한 곡선이기 때문이죠. 아마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이 모순과 단순함을 해결하기 위해 심볼이라던가, 추가 그래픽 요소라던가 등등 뭔가를 더 추가해서 해결하려 할 것 같은데요, Brand Brothers는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워드마크 디자인을 만들어냈어요. 이런 디자인이 결과물만 보면 쉬워 보이지만, 실제 진행해보면 결코 쉽지 않더라고요.





ium! 2023


독특한 네임을 가진 셔벗 아이스크림 브랜드입니다. 이름에 느낌표가 들어가는 이유를 네이미스트 출신인 저는 너무나 잘 이해하지만, 대부분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개발에 들어가면 이를 생략하거나 재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대칭적인 로고 디자인과 i와 느낌표의 원을 활용한 리드미컬한 그래픽 요소는 제품의 특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인공 착향료가 가득 들어갔을 것만 같은 Before 디자인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환골탈태입니다.





Nown 2023


정교하게 설계된 아름다운 워드마크 디자인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보여주는 디자인입니다. 건축 관련 자재 회사의 아이덴티티답죠?

또한 워드마크 글자의 구성 요소를 활용한 모듈형 그래픽 시스템 디자인도 흥미로워요.





Bel-Air Fine Art 2024


프랑스 현대 미술 갤러리, Bel-Air Fine Art 리브랜딩입니다. 위에 소개한 사례들에 비하면 완전 무난한(이라 쓰고 가독성이 높은이라 읽는)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래도 Brand Brothers만의 한 끗을 잃지 않았어요. 4개의 이니셜을 조합한 엠블렘도 매력적입니다.






4. 독창성이냐 대중성이냐


Brand Brothers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디자인이나 예술, 음악 등 크리에이티브 분야의 클라이언트들이 많아요. 아마도 Brand Brothers의 독특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이 그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상업적, 대중적 브랜드는 조금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기업들은 절대 채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클라이언트 핑게를 대며, 어딘가에 있을 법한 뻔한 디자인을 계속한다면 머지 않아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현재의 실험적인 디자인은 앞으로 미래의 보편적인 디자인이 될 테니까요. 브랜딩 전문가라면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색다른 시도를 해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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