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커피중독자인 저는 말차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어요. 잎을 걸러내고 마셔야 하는 녹차도 번거로운데, 별도의 거품기를 준비해야 하는 말차는 접근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archiveB를 업데이트하면서 접하게 된 말차 브랜딩 사례들이 유독 인상깊었고, 공교롭게도 제가 모두 Remarkable 표시를 해놨더라고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절대 말차 애호가가 아닙니다. 어찌보면 불호(不好)에 더 가까운데요, 그런 제가 흥미롭다고 생각한 것을 보면 브랜딩을 참 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각양각색의 매력을 지닌 5개의 말차 브랜딩 사례를 함께 살펴보기 전에, 먼저 말차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볼께요.
Chat GPT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말차(Matcha)란?
- 일본에서 유래한 가루 형태의 녹차입니다. 한자로는 '비비다, 가루로 만들다'를 뜻하는 말(抹)을 사용하고 있으며, 영문 명칭은 일본어에서 유래했습니다.
- 일반적으로 차잎을 재배할 때 햇빛을 차단하고, 수확 후 찻잎을 증기로 찐 뒤 완전히 말려서 가루로 만듭니다. 이 과정을 통해 말차는 일반적인 녹차보다 더 농축된 맛과 영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 말차는 주로 차를 우려내는 것이 아니라, 가루를 그대로 물이나 우유에 섞어 마시는 방식으로 소비됩니다. 이때, 말차의 항산화 성분, 카페인, 아미노산, 비타민 등의 영양소를 그대로 섭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집중력 향상, 에너지 증진, 그리고 몸의 해독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말차는 일본 전통 차 의식인 다도(茶道)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최근에는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의 재료로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1. Ceremony Matcha by Alphabet
Ceremony Matcha는 창립자인 Carolin이 커피의 대안을 찾다가 말차의 매력에 빠져 만든 브랜드입니다. 일본에서 수입한 유기농 말차를 사용하며 말차 외에도 일본 다도 용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어요. Ceremony라는 브랜드 네임은 일본 다도 문화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아닐까 해요. 또 참고로 설명드리자면, Ceremonial은 말차의 최고 등급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창립자가 여성이라서 선택한 색상일까요? 아니면 일본의 벚꽃을 상징하는 색상일까요? 처음 이 브랜드를 보았을 때 독특한 핑크 색상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존 녹차나 말차 카테고리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색상이었기 때문이죠.
또한 일본에서 생산된 말차를 사용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패키지에 일본어를 함께 표기했어요. (참고! Ceremony는 스위스 및 유럽 시장을 메인으로 합니다)
패키지 그래픽은 일본의 다다미 문화를 연상케 하네요.
일러스트 역시 일본 만화 스타일이죠? 어떻게 보면 요즘 유행하는 리추얼(Ritual)과도 연계되는 말차를 통한 명상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인센스 스틱을 출시하기도 했는데요, 음료 브랜드에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Matchamor by Invade
Matchamor는 콜롬비아의 차 및 허브 브랜드입니다. 비록 네임에 Matcha가 들어있지만, 말차에 한정된 것은 아니예요. (개인적으로는 말차가 서양 문화권에서 동양의 차 문화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인지되는 것 같아 조금 씁쓸했네요.) 말차 외에도 다양한 음료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이를 통한 웰빙을 강조하고 있어요. 그래서 리브랜딩도 브랜드 네임 중 Matcha보다는 Amor(사랑)에 포커싱한 것으로 보입니다.
패키지 디자인에서도 제품명 보다는 라이프스타일과 목적으로 구분하고 있어요.
위의 제품 사진에서 좌측 하단의 작은 제품 패키지를 주목해 주세요.
무려 제주산 말차입니다! 콜롬비아에서 판매되는 말차 브랜드에서 "제주"를 만나게 되다니 느낌이 묘하더라고요. 국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프리미엄 제품으로 판매되어 조금(많이) 만족스러웠습니다.
3. Motocycle Matcha by Saint Urbain
Motorcycle Matcha는 창립자 Gaston Becherano가 모터사이클을 타고 일본 전역을 누비며 찾아낸 프리미엄 말차 브랜드입니다. 말차는 기본적으로 섬세하면서도 정적인, 또 자연친화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요, 모터사이클이라는 터프하고 다이나믹하며, 왠지 기름 냄새나는 단어와 만나 언밸런스한 묘한 매력을 만들어냈습니다.
로고 디자인 역시 일견 말차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면서도, 알고 보면 일본 문화의 색을 담았어요. 아래 패키지 디자인을 보면 이해가 빠르실 것입니다.
일본 전통 문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인장 형태의 프레임과 앞서 설명한 Ceremony Matcha에서도 보았던 다다미 컨셉 그래픽이 적용되어 있어요.
전반적인 시각 이미지는 일본의 빈티지 모터사이클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브랜드 네임에 모터사이클이 들어갔다고 해서 제품의 타겟이 "말차를 즐기는 모터사이클족"이라고 절대 오인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모터사이클은 귀한 오리지널 일본 말차를 찾아내기 위한 모험과 그 안에 담긴 각 생산지의 스토리를 상징하는 메타포인 것입니다! 모터사이클과는 백만광년 동떨어진 저조차도 "그래? 얼마나 귀한 말차인지 맛이 좀 궁금한데?" 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4. 슈퍼말차 by 워크룸
슈퍼말차는 2017년부터 시작한 우리나라의 유기농 말차 브랜드입니다. 힛더티의 건강한 삶을 위한 슈퍼푸드 시리즈의 첫 주자였는데요, 후속작으로 슈퍼보리도 런칭했습니다만 슈퍼말차만큼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한 것 같아요. 슈퍼말차는 최근에는 노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음료 외 제품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 슈퍼말차 브랜드를 접했을 때 조금 당황했었어요.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그동안 봐왔던 유기농 식품 브랜드스럽지 않은 패키지 디자인이 많이 생소했거든요.
"인공미 팍팍 나는 이 디자인으로 유기농이라고? 슈퍼푸드라고?"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래서 더 눈에 띄이고, 더 감각적인 브랜드로 각인된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다도 체험을 통해 각잡고 마시는 전통적 말차가 아닌, 도심 속 일상 생활에서 편리하게 또 시크하게 즐기는 현대적 말차 브랜드로서요.
슈퍼말차의 리브랜딩은 기존 워드마크를 더욱 단단하게 정돈하는 과정으로 이뤄졌습니다. 사실 슈퍼말차라는 브랜드 네임이 상표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일반명사인데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차별화된 심볼 디자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등록가능한 심볼 디자인을 무리하게 개발하는 것보다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꾸준히, 일관되게 유지하기란 쉽지 않기에 슈퍼말차의 리브랜딩은 주목할 만 합니다.
5. 12 by Base
12는 최근 뉴욕에 런칭한 따끈따끈한 말차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네임에 대한 별도 설명은 없지만 동양문화를 대표하는 숫자 중 하나인 12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12는 일본의 차 마스터 Haruhide Morita가 블렌딩한 프리미엄 말차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카페라고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네요.)이자 제품이기도 합니다.
말차 가루를 표현한 로고와 그래픽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점묘화 방식이 디지털 환경에서 적용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모션 그래픽을 통해 오히려 말차가 녹아드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더라고요!
이상으로 5가지 독특한 말차 브랜드를 살펴 보았어요. 말차라는 제품을 각각 다른 고유한 개성으로 표현한 브랜딩이 인상적입니다. 제가 왜 모두 Remarkable을 표시했는지 공감되시죠?
브랜딩에 있어 차별화와 고유성은 무엇보다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말차 브랜드가 등장하여, 커피중독자인 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지 기대됩니다.
추후 또 좋은 말차 브랜드를 발견하면 추가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