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리뷰의 마지막은 해외 로고 디자인 편입니다.
해외 디자인은 워낙 브랜드가 많고 다양하다보니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다양성은 항상 추구되어야 할 목표이지만, 리뷰하는 입장에서는 특정 패턴이 발견되었으면 하는 모순적인 희망사항을 갖고 있어요. 특히 요약정리를 좋아하는 한국사람으로서 더욱 말이죠.
그래서 해외 로고 디자인 리뷰 편은 브랜드비의 주관이 많이 들어가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항상 말씀드리다시피 "이런 관점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1. 해외에서도 별 모티브가 인기
국내 로고 디자인 리뷰에서도 언급한 별 모티브가 해외 로고 디자인에서도 많이 눈에 띄었어요. 위의 로고 모음보다 훨씬 더 많았어요.
이쯤되면 브랜드비의 Trend Keywords에 별 모티브를 추가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은데요, 너무 많으니까 향후 천천히 추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 미니멀 심볼 디자인의 끝은?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이 있죠. 이를 로고 디자인에 반영하면 이런 디자인이 될까요?
그런데 잠깐, 이걸 심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독립적인 사용이 거의 불가능한데 말이죠. 일단 심볼 디자인 단독으로 상표 등록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하고요, 브랜드 네임과 함께 사용되어야만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자칫하면 일반인에게 "이걸 그 돈 주고 개발했어?"라는 평을 듣기 쉽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미니멀 디자인을 채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장점은 활용성과 확장성일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고 매력적으로 어필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한 끗, 정교한 디자인 시스템 개발이 필요해요.
3. 글자체로 표현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브랜드와 연계성이 있는 컨셉을 담아 개성있는 서체로 표현한 워드마크 디자인들을 모아봤습니다. 개성이 강할 수록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항상 이와 함께 가독성 이슈가 발생하곤 해요. 하지만 가독성은 브랜드에 익숙해지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4.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심볼 디자인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클라이언트의 십중팔구는 차별화된 고유한 브랜드 심볼을 갖고 싶어해요. 하지만 복잡한 심볼 디자인은 썩 좋아하지 않고, 또 단순화하면 "어디서 본 것 같다" 내지 "어디엔가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죠. 그러다가 단순 차별화만을 목적으로 하는 요상한 브랜드 심볼 디자인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세상에 없는 심볼 디자인이 있다면, 바로 예쁘지 않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브랜드비는 간결하면서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심볼 디자인 개발의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거기다 조형적으로 아름답기까지 하다면 베스트!!
이런 디자인은 결과물만 보면 쉬워보이지만 실제 개발을 해보면 정말 어려워요. 몇 만원짜리 저가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내부 디자이너를 시켜 개발하는 것이 아닌, 훨씬 많은 비용을 들여 브랜딩 에이전시의 의뢰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5. 해외도 여전히 San-Serif가 대세
각 서체 유형 별 비중이 2023년과 거의 동일합니다. 오른쪽 상단의 국내와 비교하면 San-Serif의 비중이 아주 약간 적은 편이긴 하구요.
모든 것이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 이뤄지는 모바일 퍼스트 시대에 San-Serif를 사용하지 않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Serif를 사용한 로고 디자인 중에서는 브랜드비가 Special Feature로 다룬 Flared Serif가 단연코 많았어요. (읽어보기)
6. 2023년과 거의 동일하지만 좀 더 다양해진 색상
해외 로고 디자인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Black이 단연코 많습니다. 하지만 그 비중이 2023년 대비 조금 줄었어요.
Green도 여전히 대세이지만 역시 조금 비중이 줄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색상 사용이 좀 더 다양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7. 브랜드비가 선정한 Best 로고 디자인
해외 로고 디자인은 훌륭한 디자인이 너무 많아서 국내보다 고르기가 더 힘들었습니다. 브랜드비가 갖고 있는 '디자인 사대주의'를 감안하더라도, 일단 기본 후보안 숫자 자체가 월등히 많으니까요. 그래서 국내의 2배로 골라보았습니다.
선택의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임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리며, 브랜딩 기획자로서 바라보는 프로젝트 난이도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음을 설명드립니다.
요즘 브랜딩에서도 AI 활용이 단연코 화제입니다. 기술을 따라가기 버거워지는 나이입니다만, 그래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공부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러한 신기술이 브랜딩에 적절하게 활용된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았어요. 특히 로고 디자인에서 말이죠. (AI는 디자인 시스템 측면에서 사용되는 사례가 조금 있어요.)
Deltalight는 조명 브랜드인데요, 빛을 감지하는 센서 기술을 로고 디자인에 반영한 흥미로운 디자인을 보여줬습니다. 너무나 조명 브랜드다운, 그러면서도 너무나 신기했던 디자인입니다.
가변형 서체 역시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해외에서 많이 적용되고 있는데요, 로고 디자인에 직접 반영한 사례는 많지 않기에 Black Bee Honey를 대표 사례로 선정해 보았습니다.
벌꿀이라는 제품의 물성을 서체에 반영한, 흘러내리는듯한 가변형 서체가 매력적입니다.
기존 패키지 디자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더 훌륭한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을까? 지극히 이상적인 목표이지만 실제 디자인 개발을 해보면 굉장히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기존 디자인을 개발한 입장에서는 이미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요(스스로가 구축한 역사를 부정하기란 쉽지 않죠), 새롭게 투입된 경우는 기존의 단점을 부각해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거든요.
Open Water는 기존 패키지 디자인을 계승하면서 로고 디자인 변경을 통해 더 매력적인 패키지 디자인으로 변화한 사례입니다. 개인적으로 "화룡점정"이라는 단어에 딱 들어맞는 사례가 아닐까 해요.
로고 이미지 썸네일의 한계로 하나만 보여드리지만, 실제로는 2개의 브랜드를 개발한 사례입니다. 미국의 명문대학 Berkeley는 Cal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데요, 미국 사람조차 둘이 같은 대학임을 잘 모른다고 해요. 당연히 브랜드 네임을 하나로 통일하면 좋겠지만, 각 네임의 오랜 역사와 인지도를 생각하면 어느 한 쪽을 포기하기란 불가능했죠. Berkeley의 리브랜딩은 이 어려운 과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Danske Bank의 이전 로고 디자인은 클래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옛날부터 꾸준히 등장하는 프레임 형태의 로고 디자인 타입 중 하나였거든요.
그런데 프레임 형태의 로고 디자인은 디지털 시대,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작게 보일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프레임 형태 로고 디자인을 완전히 버리고 워드마크 타입이나 신규 심볼 디자인 개발로 변경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Danske Bank는 프레임 형태와 로고타입을 분리하는 디자인 전략을 통해 기존의 아이덴티티를 계승하면서도 변화된 환경에 스마트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RSPCA는 영국의 동물보호단체입니다. 일단 이름이 너무 어려운데요,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라는 긴 이름의 이니셜 약칭입니다. 오랜 역사를 지녔기에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쉽게 인지할 수 있지만, 저같은 외국인이나 이쪽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완전히 유추가 불가능한 네임이죠. 그렇다고 이를 상징하는 하나의 심볼을 개발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어요. 특히 RSPCA가 보호하는 동물의 범위가 엄청나게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말이죠.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하지만 한편으로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방대한 양의 디자인 시스템이 만들어졌습니다. 브랜드 심볼의 형태와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사례로 추천드려요.
이번 해외 로고 디자인 편을 마지막으로 2024년 리뷰를 마칩니다.
리뷰에 담지 못한 훌륭한 사례들이 너무 많은데요, 지극히 주관적 관점으로 일부만 소개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항상 브랜드비의 부담이자 고민이예요.
세상에는 다양한 브랜드와 그 브랜드가 접한 환경 및 과제들이 존재하고, 이를 위한 브랜딩 솔루션은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유명 브랜드가, 또는 유명 브랜딩 에이전시가 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찬사를 보내며 따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급적이면 선입견 없이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지만, 이 역시도 또다른 바이어스로 작용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특히 브랜드비 웹사이트 방문자와 팔로워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브랜딩을 바라보는 이런 시각도 있구나' 정도로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브랜드를 위한 최적의 브랜딩 전략과 결과물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 브랜딩 전문가들의 숙제이자 역할이며,
브랜드비가 더 나은, 더 좋은 브랜딩 솔루션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