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리뷰 세 번째, 국내 로고 디자인 편입니다.
archiveB를 업데이트하면서 눈에 띄었던 유형들을 모아보았어요. 매년 리뷰를 할 때마다 고민이, '이것을 과연 최근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불확실성인데요, 100% 수동으로 수집하다보니 주관적 해석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올해는 3년간 아카이빙한 업력을 토대로 감히 트렌드라고 말씀드려봅니다.
그런데, 이 리뷰를 보고 있는 지금 무조건적으로 트렌드를 따라한다면 발표 시점에서는 한 발 뒤쳐진 느낌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예요. 위험을 무릅쓰고 색다른 디자인을 시도하느냐, 안전하게 이미 검증된(?) 디자인을 적용하느냐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하지만 최고의 디자인은 항상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1. 디지털 전환의 시대, 로고 디자인도 디지털 느낌을
디지털의 상징, 픽셀 (Pixel)을 표현한 디자인이 유난히 많이 보였어요. 다만 Negative 처리한 픽셀은 자칫 이 빠진 느낌을 줄 수도 있으니 시각적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 옛 디지털 액정 시대를 연상케하는 서체도 눈에 띄었는데요, 획이 끊어지지 않고 연결된 점이 레트로가 아닌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또 곡선 없이 직선으로만 구성하여 디지털 느낌을 극대화한 로고 디자인도 디지털 로고로 묶어 보았습니다.
2. 빛나는 별이 되어라, 별 모티브
2024년은 유난히 별을 컨셉으로 한 로고 디자인이 많았어요. 공통적으로 별이라고 유추할 수 있지만, 각각 다양한 형태, 다양한 의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비는 직업병 상 "왜 하필이면 별일까?" 라는 궁금증을 갖게 되었는데요, 조심스럽게 구글 Gemini를 필두로 한 AI의 이미지, 모션 그래픽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Eurostar의 새로운 로고 디자인의 영향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물론 '별'은 그 자체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그 어떤 브랜드가 빛나는 별이 되고 싶지 않겠어요?
3. 날카로운 한 끗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첨단尖端'이라는 단어를 영어로 표현하면 Cutting Edge입니다. 그래서일까요? Edge를 강조한 로고 디자인은 꾸준히 인기가 있어왔어요. 사실 2024년만의 트렌드라기보다는, 보편적인 유형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특히 IT나 스포츠 분야에서 환영받는 컨셉입니다. 다만 첨단공포증이 있는 분들에게는 무조건적으로 불호(不好)가 될 수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어요.
4. 브랜드비가 사랑하는 한글 로고
네, 그렇습니다. 브랜드비는 한글 네임에 이어 한글 로고 디자인도 매우 좋아합니다. 라떼 시절 이야기를 꺼내보자면, 예전에는 한글 로고가 영문 로고의 덤으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디자인의 완성도도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었고요. 하지만 최근에는 한글 로고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또 한글의 아름다움을 잘 살린 디자인이 많아서 보는 눈이 즐거워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다양한 한글 디자인을 보고 싶네요.
5. San-Serif는 여전히 대세이지만 개성있는 서체가 증가
로고타입에 사용된 서체의 유형은 여전히 San-Serif가 대세입니다. 하지만 2023년과 비교해보면 84%에서 77%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어요. Geometric Sans의 유행은 이제 끝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이긴 합니다.
2024년에는 ETC (Script, Display, Mix 등 개성이 강한 서체들을 한데 모았습니다.)의 비중이 9%에서 13%로 증가했어요. 국내 디자인도 다양성과 차별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6. 모든 것을 다 담은 무채색, 블랙이 대세
색상에 있어서는 상위권 색상들이 동일한 순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블랙의 비중이 25%에서 29%로 더욱 높아졌어요.
유채색에서는 Purple의 비중이 약간 줄어들었는데요, 대신 Pink가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7. 브랜드비가 선정한 Best 로고 디자인
역시 너무나 고르기 힘들었던... 브랜드비 개인의 취향과 생각이 반영된 국내 로고 디자인 세 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참고로 부연설명드리자면, 유명한 브랜드들은 브랜드비가 칭찬 한 마디 얹어도 전혀 개의치 않을 것 같아 의도적으로 덜 알려진 브랜드 위주로 선정한 점도 있음을 참고해 주세요. 브랜드비는 브랜드나 에이전시의 유명세를 떠나 결과물의 퀄리티 중심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너 소사이어티 오플러스는 사랑의열매의 초고액 기부자 모임입니다. 처음 보았을 때 사랑의열매스럽지 않아서 놀랐고, 그래서 더 좋았던 디자인입니다.
사실 공익적 성격이 강한 브랜드는 디자인에 신경쓰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요, 아직까지도 "디자인은 겉치례다" "디자인에 쓸 돈으로 기부를 더 해라"라는 옛 사고방식이 만연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낀다고 구닥다리 디자인을 유지하는 것보다, 좋은 디자인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기꺼이 기부에 동참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브랜딩이 아닐까요?
마메이타는 일본의 브러시 브랜드로, 한국 시장 진출에 맞춰 한글 로고를 개발했어요. 그런데 굴림체를 선택한 것이 신의 한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샌가 굴림체가 '극혐' 폰트로 취급되고, 굴림체로 디자인하면 '성의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죠. 굴림체 자체는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브랜드비 역시 이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던 사람으로서, 마메이타의 로고 디자인을 보고 "굴림체도 예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어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시도와 설득력 있는 훌륭한 완성도를 칭찬하고 싶어요.
신세계 남산은 신세계 그룹의 도심 연수원입니다. 영문 서체와 한자 서체가 완벽하게 어울려서 감탄했고, 이를 개발한 것이 해외 에이전시여서 다시 놀랐어요. 비록 에이전시는 뉴욕에 있지만, 실제로는 동양과 서양 디자이너들의 면밀한 협업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여기에 한글 로고까지 추가되었다면 금상첨화일까요, 사족일까요?
브랜드비가 지향하는 언어와 국적, 문화를 넘나드는 협업의 사례로 추천합니다.
2024년 리뷰는 다음 주에도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