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네이밍에 있어 특정 트렌드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어요. 대신 비교적 눈에 띈 사례들을 유형 별, 분야 별 모아 보았습니다.
또 Special Feature에서도 일부 네이밍 사례들을 다뤘었기에 중복되는 내용들은 생략했어요. 그리고 브랜드비 개인적으로 꼽은 Best 네이밍도 정리했으니 끝까지 읽어주세요.
1. 한국 기업의 이니셜 네임 사랑은 계속된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한국 기업은 유난히 영어 이니셜 네임을 선호합니다. 이제는 중복되지 않는 이니셜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이미 수많은 기업들이 두 글자 이니셜 네임으로 변경했죠. 그래서 대안으로 이니셜과 국문을 함께 쓰는 네이밍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요. (bB Special Feature : 영문 이니셜 사명 변경 전략 읽어보기)
2024년에는 기업 뿐 아니라 소비재 브랜드도 이니셜 브랜드로 변경한 사례가 눈에 띄었는데요, 아직은 많이 낯설고 적응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2. 한국 브랜드의 글로벌화 전략
모든 브랜드가 성공적 론칭 및 로컬 시장 안착 후 지속적 성장 및 확장을 위해 검토하는 것이 바로 글로벌 시장 진출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내수 시장이 작은 나라일수록 글로벌 진출은 필수라고 할 수 밖에 없는데요, 이에 따라 브랜드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위의 세 가지 사례는 각각 다른 글로벌 브랜딩 전략을 보여주고 있어요. 획일화된 정답은 없습니다. 항상 말씀드렸다시피 브랜드의 정체성과 환경을 고려한 의사 결정이 필요합니다.
3. 브랜드비가 사랑하는 한글 브랜드 네임
개인적으로 한글 네임을 사랑합니다. 한국인에게는 가장 쉽게, 직관적으로 의미 전달이 가능한 네임이기 때문이죠. 또 영어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미묘한 뉘앙스를 담을 수 있어요.
2024년에 눈에 띈 한글 네임들을 모아봤습니다. 특히 해외에서도 한글을 그대로 영어로 표기한 네임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컬처의 반영이 아닐까 싶어요.
4. 닷컴을 잇는 AI 시대
2000년 대 초반, 닷컴 열풍이 일었을 때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네임 뒤에 닷컴을 붙였었어요. 지금은 대부분 떼어버렸지만요.
그런데 최근 이 닷컴 열풍을 잇는 키워드가 바로 AI가 아닐까 싶습니다. 업종을 불문하고 수많은 브랜드들이 AI를 붙이거나 넣어서 네임 개발을 하고 있어요.
함께 유행했던 메타버스 키워드는 단명했습니다만, AI는 더욱 화력을 높여 확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언제까지 사용될 수 있을까요?
5. ETF 리브랜딩
투자업계에서 ETF 리브랜딩 열풍은 여러 기사로도 접할 수 있었는데요, 그 효시는 2022년 KINDEX에서 ACE로 변경한 한국투자신탁운용입니다. 리브랜딩 후 점유율이 급상승했고, 이는 동종업계의 리브랜딩 열풍을 불러 일으켰죠. 하지만 "리브랜딩=성공"이라는 무조건적인 공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일부 브랜드는 리브랜딩 후 점유율이 하락하기도 했어요. 단순히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따라하는 "브랜딩을 위한 브랜딩"이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6. 아파트 브랜드 변경
최근 몇 년간 아파트 브랜드들의 BI 리뉴얼이 꾸준히 있어왔는데요, 2024년에는 아예 브랜드를 변경하거나 새롭게 런칭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았어요.
2024년에 발표된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 네임들을 모아봤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세 글자, 그리고 강한 이미지의 파열음의 'ㅋㅌㅍ'를 활용한 네임들이네요. 또 공통적으로 네이밍을 하는 저조차도 의미 유추가 어려운 이미지로서 소구하는 네임들이었어요. 사실 네임만 봐서는 어느 건설사의 브랜드인지 구분이 잘 안 갈 정도예요.
이 신생 브랜드들이 건설업 불경기를 버티고 생존할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보아요.
7. 브랜드비가 선정한 Best 네이밍
사실 네이밍을 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브랜드 네임이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고, 또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선정하기 무척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를 꼽아 보았습니다.
브랜드비 개인의 취향과 생각이 반영되었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며, 단순 참고만 하시고 여러분만의 Best 네이밍을 선정해 보시길 권장드립니다.
디오니소스는 팔도의 새로운 소스 제품군 브랜드입니다. 사실 아이디어 자체는 네이밍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을 법한 것인데요, 약간은 장난스럽고, 거하기도 한 이 네임을 최종 선택한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지하철 노선의 이름이 숫자로 매겨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이전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프로젝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런던의 지상철(Overground) 네임입니다만, 지상과 지하의 구분이 없는 우리나라의 문화에 맞춰 지하철로 설명했어요. 공공 브랜드 네이밍으로서 다수의 의견을 수집하고 반영하는 과정의 어려움, 그리고 결과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사례입니다.
사실 이 네임을 선정한 데에는 로고 디자인의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브랜드 네임과 디자인이 서로 시너지를 내는 훌륭한 사례라고 생각해서 선정했어요. 일반적으로 네이밍과 디자인은 별개의 프로세스로 진행되어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아요. 하나의 에이전시에서 함께 개발하는 경우에도 말이죠! 앞으로 같은 브랜딩 업계에서 진정한 "협업"이 활발하게, 또 성공적으로 이뤄지길 기원하며 선정했습니다.
2024년 리뷰는 다음주에도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