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원래 제목이'트렌드 리뷰' 였었는데요, 2023년 네이밍 분야는 아무리 봐도 트렌드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 '트렌드'를 빼게 되었습니다. 2022년 글에서도 비슷한 하소연을 했었습니다만, 2023년은 "메타버스" 조차도 없었어요. 트렌드 자체로는 메타버스의 뒤를 이어 AI가 다시 급부상 했습니다만, AI는 기존에 이미 한차례 반영되었고, 이제는 보편화되어 새로운 네이밍에 반영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2023년 리뷰는 속성 별로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1.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포기하고 변화를 시도하다.
너무나 유명하고, 익숙한 브랜드가 네임을 바꾼 사례 중 Top 3를 뽑아보았습니다. 브랜드비 단톡방에서도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는데요, 가장 충격적인 네임 변경으로 많은 분들이 X를 골라 주셨어요. 네, 일론 머스크의 기행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이번 네임 변경은 정말 "X같다"로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름을 바꾼지 반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 내지 (구. 트위터)로 부르고 있는 현실이, 많은 사람들이 이 변화를 납득하지 못함을 증명합니다. 나의 파랑새를 돌려줘!
최근 네임 변경을 시사한(현 시점에서 공식 확정되지는 않았어요.) 아프리카TV 역시 갸우뚱합니다. 물론 아프리카TV라는 네임 자체가 여러 방면에서 단점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써왔고 또 서비스도 안정적으로 운영해 왔었거든요. 네임 변경을 이슈화한 시점 자체도 글로벌 서비스인 트위치가 한국 서비스 종료를 발표한,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순간에 발표한 것이라 더 이해되지 않았어요. 새로운 네임도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아요. 아프리카 대륙에서 작은 숲으로의 변화는 그만큼 줄어든 포부의 크기인 것일까요?
한경협으로 변화한 전경련 역시, 여전히 입에 붙지 않는 네임이네요. 과거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인 경력이 있습니다만, 그것이 네임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또 영문명칭 FKI와 로고는 그대로 유지한 채 네임만 변경한지라 그들의 변화의 의지가 강력하게 와닿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2. 대주주 변경으로 어쩔 수 없이 변화하게 된 사례들
마지막 남은 대우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인수되며 한화오션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또 과거 수 없이 주인이 바뀌면서도 브랜드 네임은 유지했던 쌍용자동차 역시 인수기업인 KG의 이름으로 변경되었구요. 다만 국내사업만 해오던 KG그룹이라 그런지 해외 상표권 이슈를 간과하여 처음 변경한 네임 KG모빌리티를 사용하지 못하고 수개월만에 KGM으로 다시 변경했습니다. 출발부터 다소 불안정한 모양새인데요, 쌍용자동차로 롤백하지 않고 KGM이라는 브랜드를 정립해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건설장비 분야의 강력한 브랜드인 두산 역시 기업이 HD현대에 인수되면서 피치 못하게 두산 브랜드를 변경해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그 대안으로서 이니셜 D를 공유하는 새로운 네임 디벨론(DEVELON)이 선정되었네요. 다만 그동안 판매된 수많은 건설장비에 박힌 두산 로고는 제거할 수 없기에, 새로운 네임이 인지되고 브랜드 자산을 축적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로카 모빌리티는 롯데카드에 인수되면서 네임 변경을 한 바 있는데요, 다시 주인이 바뀌면서 또 네임 변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네임은 다음 대주주 변경에 영향을 받지 않겠네요.
일본의 롯데리아 역시 더 이상 롯데 그룹의 계열사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롯데리아는 건재합니다.) 새로운 네임은 기존 브랜드와의 연계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 네임을 '제테리아'로 읽어야 하느냐 '젯데리아'로 읽어야 하느냐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시장점유율 및 시청률 조사로 유명한 Nielsen의 자회사였던 NielsenIQ도 독립경영을 명확히 하며 사명을 NIQ로 변경했습니다. TV라는 매체가 힘을 잃어감에 따라 Nielsen 브랜드 역시 쇠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언젠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3. 비즈니스 전략 변화로 인한 브랜드 네임 변경
중고거래 플랫폼 헬로마켓은 패션 전문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이번에 비즈니스 영역을 특화하며 브랜드 네임을 세컨웨어로 변경했습니다. (기업명은 여전히 헬로마켓입니다.) 서비스 특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직관적인 네임이네요.
반보(Vanvo)는 대교의 성인 어학시험 플랫폼 브랜드였습니다. 그런데 썩 잘 되지는 않은 모양이예요. 서비스 속성을 '어학 시험'에서 '어학 학습'으로 확장하며 새로운 네임으로 리브랜딩했습니다.
영국의 항공권 중개 서비스인 Scott's CheapFlights는 직관적인 브랜드 네임에서 포괄적인 네임으로 변화했습니다. 서비스 자체가 대대적으로 변화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 저렴한 항공권 중개에서 더 많고 다양한 여행 서비스로 확장의 가능성을 열어둔 변화입니다.
기업명의 변화는 비즈니스 전략 변화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과거 IT기업의 키워드인 ICT에서 디지털로 변화한 포스코 DX, 오피스 소프트웨어에서 디지털 전환 사업으로 변화한 티맥스 가이아, 단순 미국법인에서 새로운 역할을 표방한 효성 이노뷰가 그러합니다.
4. 효율적 관리를 위한 브랜드 통합
기업의 인수합병 중에서 합병은 브랜드 가치 평가에 대한 니즈가 도드라지는 이슈입니다. 취사선택을 하느냐 아니면 제 3의 새로운 브랜드를 선택하느냐, 기업이 크면 클 수록, 브랜드가 유명하면 유명할 수록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죠. 위의 세 가지 사례는 각기 다른 브랜드 전략을 보여줍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아주 단순한 이 변화 뒤에는 무수히 많은 고민과 네임 후보안들이 존재했을 것입니다. 네이밍 프로젝트 비용에는 단순히 결과물에 대한 대가 뿐 아니라, 그 과정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대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설명드립니다. (20년 동안 네이밍 프로젝트 개발 단가가 오르기는 커녕 낮아지는 현실에 대한 하소연입니다.)
5. 효율적 브랜드 관리를 위한 브랜드 집중
'집중'이라는 단어가 좀 고민스러웠습니다만, 현 시점에서 생각나는 더 좋은 단어가 없어서 일단 이렇게 표현할께요.
제가 뜻하는 브랜드 집중이란 여러가지 키워드와 브랜드 네임으로 분산되어 있던 브랜드 자산을 하나의 대표 브랜드로 통합하여 간결하게 정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삼성디지털프라자의 경우 거의 20년 간 사용해 온 네임인데요, 2023년 간결하게 삼성스토어로 변경했습니다. 애플스토어를 벤치마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지만, 훨씬 간결하고 명확한 브랜드 네임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은 원큐(1Q)라는 스마트 뱅킹 브랜드를 런칭한 바 있는데요, 연관해서 페이 브랜드도 원큐페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브랜드 네임을 하나페이로 변경한 것은 하나와 원큐로 이원화된 브랜드를 하나로 집중하고자 하는 전략의 일환이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은행사들이 앱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별도 브랜드를 개발한 것이 정말 비효율적이라 생각했었기에 선호하는 변화입니다.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역시 대표 브랜드인 아리수에 힘을 더 실어주기 위해 수십년간 사용해온 명칭을 서울아리수본부로 변경했습니다. 조금 우려되는 사항은 만에 하나 아리수 브랜드에 치명적인 이슈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버텨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졌는가라는 것인데요, 모쪼록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아리수 브랜드를 잘 관리하길 바랍니다.
6. 레드오션에서 브랜드 네임으로 차별화하기
레드오션 시장이야말로 오롯이 브랜드로 승부하는 분야라 브랜드 네임과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됩니다.
2023년 네이밍 리뷰 마지막으로 레드오션 분야에 새롭게 런칭한 개성 있는 브랜드 네임들을 모아봤습니다.
여러분이 인지하고 있는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또 그 브랜드를 선호하게 되었나요?
이 아기 브랜드들이 계속 생존할 수 있을지,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도록 해요.
2023년 리뷰는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