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브랜드비 웹사이트를 운영한지 두 번째 되는 해입니다.
브랜딩이라는 업이 기본적으로 정량적 데이터 보다는 정성적 데이터, 주관적 판단 내지 선호도에 의해 이뤄지는 경향이 있는데요,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요소가 있지 않을까 라는 고민을 해왔어요. 예를 들면 클라이언트가 색상 전략이나, 심볼 마크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을 물을 때, "~인 것 같아요"라는 추측성 답변보다, 객관화된 정보를 바탕으로 제안한다면 훨씬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처음 브랜드비를 만들 때 데이터가 최소 3년은 쌓여야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래도 매년 모으니 또 모아지고, 들여다보니 나름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가 있더라고요. 물론 여전히 브랜딩 소식을 반 년 내지 일 년 뒤에 발표하는 에이전시가 많아 시차가 좀 있고, 수동으로 수집하는지라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검증된 자료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여러분들이 브랜딩을 하실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1. 2023년 동안 업데이트된 브랜드 수 : 총 1955개 / 국내 689개, 해외 1266개
작년보다 약 400여 개를 더 업데이트했습니다! 사실 2000개를 채워볼까 잠깐 고민했는데요(목록에 적어놓고 업데이트 못한 것도 많기에), 어차피 발표되는 브랜딩 사례를 100% 업데이트 할 수 없기에 숫자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숫자로 미뤄보면 한 주에 약 37.5개의 브랜딩 프로젝트가 발표되고, 매일 최소 5개의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입니다. 엄청나지 않나요? 우리나라만 해도 매일 약 2건의 브랜딩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더 정보가 쌓인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브랜딩 업에 종사하고 있는지, 또 브랜딩 시장의 전체 규모가 어떠한지 파악할 수 있을텐데요...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2. 2023년 브랜딩 유형별 분석 : 리뉴얼 사례의 증가
작년은 딱 반반이었는데요, 올해는 기존 브랜드 네임을 유지하는 경향이 좀 더 보이고 있습니다. CHANGE의 비중이 작년 17%에서 10%로 확 줄었어요. 왠만한 이슈가 있지 않는 한 브랜드 네임을 잘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죠.
3. 2023년 브랜딩을 가장 많이 한 산업 분야 : Tech / 엔데믹과 더불어 약진한 분야 : Place
작년에도 설명드렸다시피, 중복 체크이기에 Tech 분야가 필연적으로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디지털전환 시대에 Tech에 발을 걸치지 않은 브랜드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니까요.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뭐냐 하면, 컴맹/폰맹/기계치인 분들(저 포함)도 Tech분야에 손을 놓으시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비록 Tech Savvy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얼추 동향을 이해는 하셔야 해요. 업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브랜딩을 한다면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브랜딩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우리가 저가 재능공유 플랫폼이나 생성형 AI와 차별화되고 가치를 더 인정받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 전통의 브랜딩 분야인 Food&Drink와 Health&Living은 순위를 바꾸어 나란히 건재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 6위었던 Place가 4위로 올라왔다는 사실이예요. 아마도 엔데믹으로 인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archiveB에 Space Branding 항목을 마련해두지 않아서, 팝업스토어 등의 공간 브랜딩은 업데이트에서 제외되었는데요, 이를 반영한다면 수치가 더 높지 않을까 싶어요.
4. 2023년 브랜딩 서비스 분야별 현황 : 전용서체의 약진
작년에는 로고디자인을 제외한 다른 분야의 수치가 너무 미미해서 생략했었는데요, 올해부터는 조금 눈에 띄는 숫자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archiveB가 브랜드 네임과 로고 중심으로 업데이트하다보니 기본적으로 로고디자인에 치중된 점은 감안해 주세요.
일단 제가 수 년 간 체감해 온 바와 같이, 네이밍 프로젝트는 점점 줄고 있어요. 디자인에 비하면 프로젝트 건 수도, 비용도 너무 적어요.(눈물...) 브랜딩 에이전시에서도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저가로 제안하는, 미끼 상품 같은 존재가 된지도 오래죠. 희소하면 더 가치가 올라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안타깝게도 시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패키지 디자인 분야는 실제는 더 많을 것입니다만, 브랜드비 능력의 한계로 소극적 업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패키지 부분은 DIELINE이나 WORLD BRAND DESIGN SOCIETY가 훨씬 더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브랜딩 관점에서 유의미한 사례 위주로 업데이트 하고 있음을 양해해 주세요.
이 외에 전용서체 개발이 올해 많이 늘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마케팅 차원에서 무료 폰트 배포 사례가 많은데요, 해외에서는 통합적 브랜딩 개념으로 전용서체 개발을 합니다. 전자는 로고와 전용서체가 별개인 경우가 많구요, 후자는 디자인 시스템 개발이 함께 이뤄져 각종 제작물에서 전용서체가 사용되고 있어요. 이와 관련해서는 추후에 아티클로 다뤄볼까 합니다. (만약 제가 글을 미루고 안 쓰면 독촉해 주세요.)
캐릭터 분야도 해외에서 많이 늘었는데요, 아직 수치가 도드라지지는 않네요. 워낙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캐릭터 개발을 많이 했었는데요, 올해는 상대적으로 줄은 감이 있고 이 수치를 해외 사례가 채운 것 같습니다.
5. 2023년 로고 디자인 유형 : 이제 워드마크가 대세!
작년에는 심볼마크가 좀 더 많았는데요, 올해는 워드마크가 역전했습니다.
콤비네이션 마크도 소폭 증가했는데요, 이는 감소한 해외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콤비네이션 마크가 오히려 증가한 데 기인합니다.
워드마크가 증가한 원인은 다음과 같이 추측하고 있습니다.
1) 브랜드가 넘쳐나는 시대에 브랜드를 인지시키키 위해서는 끊임없이 네임을 노출시켜야 합니다. 심볼마크 형은 노출 빈도가 분산되거나, 작은 화면에서 공간만 더 차지할 뿐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주지저명한 브랜드들은 이제 이름을 숨기고 심볼마크로만 커뮤니케이션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2) 워드마크의 일부분을 떼어 심볼로 활용하거나 워드마크 자체를 심볼로 사용하는 전략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브랜드 네임의 가독성에 대한 요구가 컸는데요, 요즘은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서체를 적용한 워드마크 로고들이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개성있는 서체의 워드마크는 자체가 심볼로서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또 긴 브랜드 네임을 가진 경우에는 첫 글자나 초성을 떼어 심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는 이어지는 디자인 리뷰 글에서 다시 설명하도록 할께요.)
또, 우리나라에서 콤비네이션 마크가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개인적 추측입니다만, 콤비네이션 마크가 유사성/표절 논란이나 고객의 강한 호불호를 피해갈 수 있는 "무난하고 안전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죠. 20년 전에도 있었고, 20년 후에도 있을 어느 업종에서나 볼 수 있는 평이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클라이언트가 많은 것인지, 디자인 재활용을 거듭하는 안일한 에이전시가 많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2023년 리뷰는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