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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REVIEW 3. logo design Korea

2023년 국내 로고 디자인을 유형 별로 분류해 봤습니다.

2023년은 '트렌드'라고 하기엔 너무 다양한 디자인이 등장했고, 또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모습을 보이는 디자인도 꽤 있었어요. 결국 트렌드를 보려면 년도별이 아닌 3~5년 주기로 묶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네이밍 리뷰 대비 시각적인 볼거리가 많은 글입니다. 쓰다보니 길어져서 스크롤을 좀 많이 해야 해요. 살짝 각오하시고 따라오세요!






1-A. 워드마크 디자인 : 개성 넘치는 글씨체 사용



개인적으로 바람직한 디자인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독특하고 매력적인 형태의 워드마크 디자인을 모아 봤습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클라이언트들은 "브랜드 네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강해서 독특한 글씨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향이 있었는데요, 가독성과 개성의 밸런스를 잘 잡은 디자인으로 클라이언트 설득에 성공한 디자인들입니다.




1-B. 워드마크 디자인 : 대소문자 섞어쓰기



대소문자를 섞어쓰는 것은 독특한 글씨체를 사용하지 않고 개성을 부여하는 방법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글자 간의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하는 것이 관건이죠. 자칫 의도치 않게 네임의 일부 글자가 부각되어 보일 수 있거든요.




1-C. 워드마크 디자인 : 심볼 활용을 염두에 둔 디자인



archiveB 리뷰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어요. 워드마크 디자인이 강세를 보이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워드마크에서 일부 글자를 떼어 심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요.

개인적으로 활용성을 높이는 스마트한 전략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다만 이질적인 형태 간의 조화 및 통일감이 수반되어야 하겠습니다.






2-A. 심볼마크 디자인 : 영문 이니셜



이니셜을 활용한 심볼은 전통적인 디자인이죠. 다만 동일한 이니셜을 사용하는 수많은 브랜드들과 차별화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니셜 심볼 마크 디자인을 제안할 때는 항상 어딘가에 유사한 디자인이 발견될 것 같은 불안감이 있는데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브랜딩 전략과 디자인 완성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2-B. 심볼마크 디자인 : 한글 초성



우리나라 브랜드에 특화된 디자인이죠. 2022년에 꽤 많이 보였었는데, 2023년에는 상대적으로 줄었습니다. 또, 대부분 공공 및 지자체 브랜드라는 공통점이 있네요.




2-C. 심볼마크 디자인 : 다양한 상징물



이니셜 및 한글 초성 외 다양한 형태의 심볼들을 모아봤습니다. 추상적 형태에서 부터 연상이 가능한 상징적 형태까지 다양한데요, 너무 다양하기에 구체적 분류는 생략합니다. 2023년에 이런 심볼 디자인이 등장했구나 정도로 한 번 훑어 봐 주세요.






3-A. 콤비네이션 마크 : 프레임 형태



가끔 콕 집어 프레임 형태의 로고 디자인을 요구하시는 클라이언트가 있어요. 어떠한 배경에서도 브랜드 네임의 가시성과 가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다만 프레임 자체가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프레임 안의 워드마크는 작아질 수 밖에 없어요. 따라서 프레임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응용형 디자인 시스템을 정립하는 것이 함께 수반되어야 합니다.

또 일부 형태는 프레임 형태이지만 자체적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활용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위의 사례들 중에서 한 번 찾아보세요.)




3-B. 콤비네이션 마크 : 라인 형태



제가 종종 언급했던 이야기인데요, 여전히 많은 클라이언트가 미니멀한 워드마크 디자인은 "디자인이 안됐다" 라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어요. 글씨체의 차이 및 자간 등의 디자인 디테일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단순히 컴퓨터로 글자를 타이핑한 것' 뿐인데 비용을 쓰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하죠. 매우 안타깝지만 현실입니다. 그래서 "장식"을 하나라도 더 넣은 콤비네이션 마크들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많은 것 같아요.

라인을 추가한 콤비네이션 마크는 그나마 간결함을 유지하는 대표적인 디자인입니다. 다만 너무 보편적이기에 디자인 차별성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보편적인 디자인일 수록 더 높은 디자인 완성도가 요구되는데요, 여러분은 그 완성도를 판단하실 수 있나요?




3-C. 콤비네이션 마크 : 화살표 또는 꺽쇠 형태



역시 전통적으로 클라이언트가 선호하는 형태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많이 봐와서 지루하며 진부하다고 생각하는 디자인이예요.

화살표는 참 의미를 부여하기 좋은 형태인데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그 어떤 브랜드, 기업이 "전진" "상승" "발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네이밍에서 innovation이라는 단어처럼 약간 공허해진 컨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브랜드가 채택하고 있는 가장 무난하고 안전한(절대 표절 이슈가 나올 수 없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서체 타입 별 사용 현황



제가 서체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분류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특히 개성있는 San-Serif는 ETC로 넣어야 할지 말지 엄청 고민되더라고요. 일단은 아주 독특한 글씨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San-Serif로 분류했습니다. 그래서 숫자가 더 많아졌을 수 있음을 감안해 주세요.

이제 San-Serif 서체는 명실상부한 대세입니다. 너무 많기에 오히려 San-Serif가 아닌 서체를 사용한 로고마크가 더 눈에 띄는 경향이 생기기도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DT 시대에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San-Serif를 쓸 수 밖에요.






5. 색상 별 사용 현황



ESG, 기후위기, 탄소 중립 등 이슈에 따라 2023년에는 Green 색상이 대세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여전히 우리나라 클라이언트는 Blue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로고 디자인에 많이 사용되는 색상들은 2022년과 동일한데요, Purple의 비중이 전년 대비 높아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제는 색상 자체만으로 차별화하기 보다는 색감 및 색상 팔레트 구성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Black의 비중이 높은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6. 브랜드비가 뽑은 2023년의 WORST 디자인


사실 2023년 리뷰를 하면서 브랜드비도 남들처럼 'BEST 디자인'을 선정해볼까 고민해봤는데요, 일단 훌륭한 디자인이 너무너무너무 많았고, 非디자이너인 제가 디자인 우열을 가르는 것이 개인적 선호도 외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디자이너의 수고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기에 가능한 한 부정적 평가는 지양하려고 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칭찬을 늘어놓는 것은 전문가가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은 딜레마가 있기도 해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2023년의 WORST 디자인을 골라봤습니다. 디자인 자체에 대한 평가라기 보다는 브랜드나 기업의 규모 및 위상에 견주어 봤을 때 미흡하다고 생각한 것들이예요. "높은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했다"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반 브랜드에서 3개, 공공 분야에서 3개 골라 보았어요.





2023년 가장 이슈가 되었던 디자인 중 하나입니다. 분명 이 디자인에 어떠한 의도와 목적이 있었겠습니다만... 모두가 알고 있는, 또 사랑받았던 국민 브랜드로서 축적된 자산과 정체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 패착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로고 디자인 뿐 아니라 어플리케이션 디자인 역시 엉망이었는데요, 특히 새로운 'Active Green' 색상과 Black의 조합은 '클린뷰티'라기보다는 유해물질 같은 이미지를 전달했어요. 바르고 싶지 않은, 내지 발라서는 안 될 것 같은 화장품 브랜드 이미지라니, 이것이 이니스프리가 원했던 새로운 모습입니까?





비록 모기업인 야놀자가 2023년에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등의 경영 상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대표 유니콘 중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인터파크가 야놀자에 인수되고, 트리플과 합병한 후 리브랜딩에 대한 기대감이 무척 높았었죠. 하지만 새롭게 디자인된 인터파크의 심볼은 개인적으로 딱히 매력을 느끼지 못했어요.

게다가 CI인 인터파크트리플의 로고는 뜬금없이 등장한 INT 이니셜이당황스러웠고 (참고로, 회사이름은 'INT 인터파크트리플'이 아닙니다.), 줄이 안 맞는 네임 배치도 납득할 수 없었어요. 엄청난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기업의 브랜딩 수준이 이 정도이니, 영세한 중소 기업의 브랜딩이 나아지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놀부 역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이를 위한 타개책으로 2023년 리브랜딩을 했습니다. 과거 전성기 시절 사용했던 놀부 심볼을 다시 꺼냈고, 로고 타입은 현대적(?)으로 다듬었습니다. 옛날 사람으로서, 제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옛 심볼 디자인을 사용한 것에는 크게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악필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로고타입을 현대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들더군요. 이렇게 변화할 꺼면 그냥 옛날 로고타입을 사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2023년은 우리나라 공공 브랜드의 디자인이 역행한 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쌍팔년도스러운 디자인이 너무 많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최고봉이 바로 울산문화관광재단의 CI가 아닐까 합니다. 조악한 디자인은 각종 언론에서도 기사화 됐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바꾸지 않더라고요. 누군지 모르겠지만 이 로고를 억지로 그려내야 했을(절대 기꺼이 그렸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네요!) 디자이너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ps. '펩시 마신 고래'는 브랜드비 단톡방 멤버 분이 표현한 문구입니다. 너무 절묘해서 공유합니다.





이 디자인 역시 처음 봤을 때 충격을 금할 수 없었는데요, 의외로 비판 기사가 없어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오히려 성공적인 브랜딩이라고 자랑하는 듯한 기사가 많더라고요. 논산 육군병장은 놀랍게도 논산시의 농산물 공동브랜드입니다. 생뚱맞은 브랜드 네임은 둘째 치고, 기존 사용하던 논산시 로고에, 누군가가 직접 썼을 육군병장 캘리그래피와 만화스러운 캐릭터까지, 각각 사용해도 이질감이 넘치는 디자인들인데, 심지어 한꺼번에 다 때려넣어 버렸습니다. (고급스러운 어휘 구사를 하고 싶으나, 이건 정말 "때려넣었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어요.) 이 디자인을 별도의 비용을 들여개발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네요.





2023년 공공 브랜드 디자인의 또다른 문제였던, 브랜딩 전략과 합리적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사실 표절 이슈가 발생했던 그래픽 요소는 옛날부터 많이 사용해오던 것이기에 유사한 디자인이 없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인데요, 저는 표절보다도 문제 제기가 일자 하루만에 얼렁뚱땅 응용형 디자인을 메인으로 내세워 통과시킨 프로세스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슬로건 디자인과 셋트를 이루는 전북특별자치도의 로고도 디자인적 완성도와 연계성 측면에서 문제가 적지 않은데요, 아무도 이를 지적하지 않는 것이 참 당황스럽더라고요. 원래 저는 제품이든 서비스든 "비싸면 비싼 만큼 값어치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는데요, 4억이 넘는 개발비로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을 보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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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2023년 국내 로고 디자인을 간단하게 살펴봤습니다.

마지막 항목으로 WORST 디자인을 다뤄서 자칫 2023년 국내 로고 디자인이 별로였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까 조금 걱정됩니다. 잠깐 언급했듯이 훌륭한 디자인이 아주 많았고요, 나열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 같아 생략했음을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 단순히 유명 브랜드라고 해서, 유명인이 디자인했다고 해서, 유명 에이전시가 개발했다고 해서, 또 인플루엔서가 언급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최고의 디자인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여러분 개개인의 생각과 관점에 따라 2023년 BEST 디자인을 골라 보시길 제안드립니다.

2024 J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