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트렌드 리뷰 마지막 글입니다. 해외 로고 사례가 많아서 정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또, 내용이 많아서 스크롤이 길어질 예정입니다. 여유를 갖고 읽어주세요.
1. 글로벌 브랜드들의 리브랜딩
2022년을 정리하는 개념으로, 인지도가 높은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리브랜딩 사례를 모아봤습니다. 일반인도 알 만한 브랜드 위주로 선택하다 보니 아무래도 소비재 브랜드 사례가 많고요, 추가로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대기업 사례도 넣었습니다.
리브랜딩은 작게는 색상 변경 및 로고 타입 변경에서부터, 크게는 브랜드 네임 변경까지 변화의 폭이 다양한데요, 브랜드비는 총 5단계로 나눠서 사례들을 묶었습니다. (물론 관점에 따라 변화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어요.) 모아 놓고 보니 리브랜딩에 있어 딱히 '트렌드'라고 할 만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각 브랜드 별 상황 및 목표를 고려하고 이에 따른 적합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1-1. 전문가도 주의깊게 살펴봐야 알아차릴 정도의 미세한 변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인스타그램인데요, 솔직히 바로 옆에 두고 비교를 해도 차이점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요. 다른 로고들도 Before&After를 나란히 두어야 그제서야 '조금 변했구나'를 알 수 있는 정도입니다. 신규 제작물에 옛날 로고를 써도 잘못된 것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꺼예요. 국내 편에서도 언급한 바가 있는데요, 미세한 로고 변화는 관리가 까다롭고 오용사례가 빈번히 발생합니다. 그런데 1-1단계 정도면 오용사례를 오용사례라고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여서 오히려 안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미세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브랜드들은 세심하고 꼼꼼하고 정확한 브랜드라고 볼 수 있어요.
1-2. 눈썰미 좋은 사람은 단번에 알아차리는 디테일의 진화
이 사례는 기본적인 색상, 서체 유형 및 형태을 계승하되 조형적 완성도를 추구했습니다. 특히 디지털 환경을 고려하여 미니멀해지고, 단정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Riot Games의 경우 Perspective가 적용된 기존의 로고를 똑바로 세웠는데요, 게임의 특성 상 화려한 영상 위에서 로고가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 로고는 조화를 잘 이루지 못했다고 해요. Telia, T와 같은 통신회사들이 미니멀한 형태를 추구하는 것도 같은 결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1-3. 컨셉을 계승한 확실한 변화
여기부터는 일반인도 누구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 리브랜딩 사례입니다. 기존 브랜드가 가진 자산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이미지를 불어넣을 수 있어 일반적으로 호평을 많이 받는 사례들이죠. 쉬워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변화입니다. 크리에이티브의 한 끗이 있어야 새로움을 줄 수 있어요.
1-4.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의 변화
여기부터는 호불호가 극명히 나눠지게 됩니다. 기존 브랜드에 애정이 많을 수록 변화에 대한 저항이 커지죠.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인 Baskin Robbins의 리브랜딩이 화제가 되었었는데요, 아직 국내 매장에 도입되지 않아 소비자의 반응은 추후에 지켜봐야겠지만,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다른 사례들은 대부분 기업 브랜드라 국내에는 다소 생소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파격적인 변화를 선호하고 지지합니다. (일감이 생기기 때문만은 아니예요!) 나이가 들 수록 어떤 조직이든 변화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고, 변화를 선택한 용기는 박수를 받을만하다고 생각해요.
1-5. 이름도, 모양도, 전부 다 바꾼 재탄생
리브랜딩에서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브랜드를 새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왼쪽의 축약형 네임 변경에서부터 오른쪽의 완전히 다른 네임 변경까지, 브랜드가 이름을 바꾸는 것은 엄청난 내외부 환경 및 상황의 변화를 맞이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학창시절 사용했던 코렐이 사명을 변경한 것이 놀라웠어요.
사실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외는 네임 변경이 많지 않아서 다소 생소한 브랜드 사례를 넣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해외 네이밍 트렌드를 정리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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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보셨으면, 일단 2022년의 대표적인 리브랜딩 사례는 훑어보신 셈입니다.
아래부터는 지극히 주관적으로 정리한 2022년 로고 디자인 트렌드를 말씀드릴께요. 너무 다양한 디자인이 많아서 딱히 트렌드라고 뽑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관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며, 재미로 읽어주세요.
2. Circular Circle (부제: 뺑돌이 심볼)
*참고 : 뺑돌이는 출처불명의 속어입니다. '뱅글뱅글 돌린다'로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올해 로고를 아카이빙하면서 유난히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자주 들게 한 심볼들입니다. 자세히 보면 다 다릅니다만, 직선의 형태가 회전한다는 구조적인 면에서 유사성을 느끼게 했어요. 물론 브랜드 고유의 속성 자체가 태양이나 시계와 연관성이 높아, 이전부터 사용해오던 심볼인 경우도 있습니다. 우연히도 올해 뺑돌이 심볼들이 많이 발표되면서 같은 무리로 묶이게 되었네요.
추가로, 글자를 뺑돌이 한 경우도 있습니다.
또 추가로, 뺑돌이 심볼 그룹에 넣을까 말까 고민했던 원형 심볼들도 모아 보았습니다. (너무 많아서 브랜드명은 생략했습니다.)
위 원형 심볼들 모두 2022년에 발표된 것들인데요, 사실 원형 심볼이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2022년은 유난히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마도 SNS의 보편화, 필수화에 따라 SNS프로필 이미지 형태의 영향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브랜드 로고 자체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잖아요? SNS 프로필 공간이 원형이니, 그 안에서 어떻게 보여질지에 대한 고민이 심볼의 형태까지 다다른 것이 아닐까요? (전혀 검증되지 않은 개인적 추측입니다.)
3. Boxy Box (부제: 공간을 다 채워버리기)
사각형 역시 전통적으로 로고 디자인에 많이 사용하는 형태인데요, 2022년에는 특히 글자체를 Box 형태로 표현한 사례가 많았어요.
우리나라 한글이나 한자의 경우 사각 프레임에 기반한 글자체가 많은데요(일명 네모꼴), 영어 알파벳은 기본적으로 사각 프레임과 거리가 멀죠. 한글이나 한자 쓰기 연습용 공책은 사각형으로 되어 있고, 영어 쓰기 연습용 공책은 줄만 그어져 있는 것을 생각해보시면 바로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런 영어 글자체를 사각형으로 표현할 경우, 일단 가독성은 포기해야 합니다. 위 사례 대부분의 로고가 글자라기보다는 사각형 덩어리로 인지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왜 이런 형태가 유행을 하게 되었을까요? 감히 추측건데, 2번 원형 심볼의 유행과 동글동글한 Geometric Sans의 유행에 대한 반동이 아닐까요? 혹시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4. Retro & Fluid (부제: 물컹물컹 흐느적흐느적)
휴... 4번 항목은 진짜 제목 정하기가 힘들었어요. 뭔가 적합한 단어를 찾기가 어려워서 억지로 끼워 맞췄습니다. (제대로 된 용어를 알고 계신 분은 부디 알려 주세요!) 하나하나 보면 다 다른 서체들이지만, 개인적으로 유사성을 느껴서 그룹으로 묶어 보았습니다. 어디서 이러한 서체들이 레트로 풍이라는 글을 읽었었는데요, 해외의 70~80년대를 겪지 않은 저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뉴트로 열풍이 반영된 로고들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또, Geometric Sans의 유행 속에서 상대적으로 이런 서체들이 더 독특하고 차별화되게 느껴진 점도 없잖아 있는 것 같아요.
5. Dynamic Identity
Dynamic Identity는 로고 디자인이 하나로 정형화되지 않고 랜덤하게 변화하거나, 인터랙션이나 사용 환경에 따라 반응하여 변화하는 로고를 말합니다. 기술의 발전과 틱톡,유튜브 등의 영상 미디어의 대중화에 따라 최근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수치로 보면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세어보니 해외 기준 16개 정도입니다),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Dynamic Identity는 영상에서 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데요, 브랜드비 관리자 및 웹사이트가 아직 동영상에 취약하여 여러분께 그 매력을 바로 직접 보여드리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번거롭더라도 트렌드 키워드 <다이나믹 아이덴티티 Dynamic Identity>의 사례들을 클릭하셔서 에이전시의 케이스 스터디를 살펴봐 주세요.
6. 해외도 역시, 대세는 산세리프 서체
서체의 종류별로 분류한 다이어그램입니다. 우측 상단의 국내와 비교해 보세요. 역시 해외도 대세는 산세리프 서체입니다만, 우리나라보다는 비중이 좀 적네요. 좀 더 다양성이 많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참고로 예시 로고들은 랜덤으로 고른 것이며, 대표성을 띄지는 않습니다.) 또, Geomeric Sans는 산세리프의 약 30프로, 전체의 20프로로 그 유행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7. 전용서체 개발과 디자인 시스템 정립
브랜드 전용서체 개발은 우리나라는 현대카드를 통해 유행하기 시작했지만, 해외는 예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는데요, 요즘은 단순 서체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시스템 정립까지 연계되는 것이 특징인 것 같아요. "전용서체 만들었으니 모든 제작물에 무조건 써!"가 아니라, 어떤 상황, 어떤 환경인지 구분해서 전용서체 사용 가이드라인을 지정해주는 것이죠.
전용서체는 크게 브랜드 개성이 강한 디스플레이 서체와 가독성을 중시한 일반 서체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디스플레이 서체는 로고 디자인에도 사용하는데요, 제작물에서는 아무래도 가독성에 이슈가 있어서 서브 브랜드 표기나 헤드카피 정도에만 사용하고 있어요.
가독성을 중시한 일반 서체의 경우, 깔끔하고 정돈된 인상을 주고 전체적인 이미지의 일관성을 준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디스플레이 서체 대비 상대적으로 개성은 떨어져서 일반인을 전용서체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브랜드들이 브랜드 이미지의 일관성을 위해 더 많은 서체 패밀리의 전용서체를 개발, 확장하고 있습니다.
8. 해외의 대세는 블랙, 그리고 그린
해외는 블랙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또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그린이 블루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했어요. 퍼플은 국내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약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색감 역시 RGB 기반의 선명하고 밝은 색상을 선호하는 국내와 달리, 전통적인 인쇄 기반 색상과 RGB기반 색상이 고루 분포되어 있었어요.
특히, 메인 로고에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디자인 시스템에서는 채도 높은 짙은 그린과 브라운이 많이 사용되었는데요, 요즘 부각되고 있는 친환경, ESG, 탄소중립 등의 이슈와 연관된 선택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사실 해외사례의 경우 여러가지 색상 버전의 로고가 존재하여 분류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엄밀히 말하면 위의 다이어그램이 정확하다고 볼 수 없고요, 일단 브랜드비에 구축된 로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류한 것으로 대략적인 흐름 정도로만 이해해 주세요. (설마 로고 디자인 할 때 색상 선정의 이유를 트렌드를 근거로 대지는 않으시겠죠? 절대 그러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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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년은 2021년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요, 2023년은 어떤 흐름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됩니다.
여러분들도 브랜드비의 archiveB를 살펴보시면서, 미처 제가 발견하지 못했던 흐름이나 관점을 찾아 보세요. 새로운 시각과 다양한 아이디어가 여러분만의 고유한 브랜딩 전략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