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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브랜딩 에이전시 10

약 10년 전으로 기억해요. 우리나라 전반에 북유럽 스타일이 엄청나게 유행했거든요. 가구부터 인테리어 디자인, 그리고 난생 처음 들어보는 '휘게 라이프'에 이르기까지... 아마도 이케아의 한국진출과 맞물려 더욱 붐이 일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브랜딩에서도 북유럽 컨셉의 네이밍과 슬로건이 유행했었죠.

그런데 상대적으로 브랜딩 에이전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지리적 거리감과 언어문화의 차이도 있을 것이고, 아직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북유럽 브랜드가 다소 생소하기 때문에 브랜딩 에이전시의 포트폴리오가 잘 와닿지 않은 것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번 글도 북유럽의 한 브랜딩 에이전시를 소개할까 하다가, 저조차도 다른 에이전시와 헷갈리기 시작했고, 그래서 '한 번에 모아서 정리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작성하게 되었어요. 단순히 목록으로 정리하기엔 꽤 크고 유명한 에이전시들이 많아서 살짝 미안한 감도 없지않아 있는데요... 나중에 기회되면 별도로 소개하도록 할께요.



북유럽 3개국 :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북유럽 국가를 정의하려면 여러 기준이 있고, 또 해당하는 나라가 많지만, 저는 브랜딩 에이전시가 많은 3개국 위주로 리스트를 모아봤어요. (영국을 북유럽에 넣기도 하던데, 영국은 에이전시가 너무너무 많아서 포함하지 않았어요) 이 나라들은 서로 가까워서 그런지 국기도 비슷하고, 브랜딩 스타일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아요.


자, 그럼 북유럽 스타일의 브랜딩은 어떠한지 함께 살펴보도록 해요. 총 10개의 에이전시를 뽑았고, 순서는 알파벳 순으로 정리했습니다. 결코 유명도, 규모 등을 고려하지 않은 100프로 주관적인 선택입니다. 더불어 제가 알지 못해서 누락된 에이전시가 있을 수도 있음을 알려드려요.





1. Bold


Bold는 북유럽을 대표하는 브랜딩 에이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데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북유럽 3개국 주요 도시에 오피스가 있다는 점이죠!

전에 Special Feature로 소개한 Minecraft의 리브랜딩, SAS 등 대형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했어요. 또 NoA (North Alliance)라는 크리에이티브 회사들의 연합에 속해 있어서 여러가지 형태의 협업 프로젝트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2. BVD


BVD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브랜딩 에이전시예요. 로고가 우리 브랜드비와 유사한 부분이 있어서 친근감이 들기도 하네요. BVD는 패키지 디자인에 강점을 보이는 회사예요. 소재의 특성을 살린 미니멀한 디자인이 많아요.




3. Emdash


Emdash는 설립한지 얼마 안되는 따끈따끈한 신생회사예요. 노르웨이 오슬로에 오피스가 있고, 최근 프로젝트인 Vergia가 인상적이었어요. 북유럽 브랜딩 에이전시 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계기이기도 하죠.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콕 찝어서 말할 수는 없는... 그 회사의 포트폴리오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여러분들도 리스트를 살펴보면서 구분해 보세요.




4. Goods + Heydays



Goods와 Heydays 역시 지난번 글에서 소개한 적이 있어요. 자매 회사라고 하고요, Goods는 패키지 디자인에, Heydays는 아이덴티티 디자인에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매 회사여서 그런지 두 회사의 웹사이트 모두 좀 불친절해요. 포트폴리오를 보려면 Goods는 비핸스를 방문해야 하고요, Heydays는 스크롤과 마우스 오버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저는 빠른 시간 내에 정보 획득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서 방문할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지만, 흥미롭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Goods의 패키지 디자인을 좋아해요.




5. Studio Oker


Oker는 노르웨이 스타방예르에 위치한, 비교적 신생 에이전시예요. (2018년 설립) 저도 이 회사를 중국의 전기차 Jidu의 브랜딩 프로젝트를 계기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내공이 있더라고요. Jidu 외에는 노르웨이 브랜드들이 많아서 많이 생소합니다만, 디자인 시스템을 잘 풀어서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어요.




6. Okto


Okto 역시 비교적 신생회사(2019년)로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해있어요. 또 저를 매우 헷갈리게 하는 네임을 가져서, 5번의 Oker와도 헷갈리고 Koto, Toko 등의 회사와도 혼동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혹시 나중에 제가 실수로 링크를 잘못 걸거나 오타를 내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전형적인 북유럽 스타일을 보여주는 회사입니다.




7. Soderhavet


Soderhavet 역시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회사입니다. 이름에 특수문자가 들어가는데, 타이핑하기 어려우니 생략했어요. 이름은 어떻게 읽어야 할지 조금 난감한데요, 스웨덴어로 남태평양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So-Type이라는 타이포그래피 에이전시와 자매 회사로 협업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젊은 느낌의 포트폴리오가 많아요.




8. Stockholm Design Lab (SDL)


SDL은 북유럽의 브랜딩 에이전시 중, 한국인에게 가장 유명한 에이전시가 아닐까 합니다. 최근에 핫한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브랜딩을 했고요, 또 도시락으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한솥의 CI를 디자인했어요. 독특한 타이포그래피를 적용한 무채색의 워드마크 디자인이 많은 것 같아요. 제게 북유럽 디자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 이미지를 만들어준 회사예요.




9. Kontrapunkt


무척이나 어려운 이름을 가진 Kontrapunkt (콘트라풍크트 라고 읽으며, 독일어로 대위법을 뜻한다고 합니다)는 타이포그래피에 기반한 브랜딩 회사예요.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회사로, 예전에 서체로 유명했는데 최근에 브랜딩 작업도 활발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일본에 오피스가 있어서인지, 시세이도, 타사키 등과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네요.




10. Kurppa Hosk



Kurppa Hosk 역시 어려운 이름으로 생소하지만, 꽤 큰 규모의 브랜딩 에이전시예요. 스톡홀름과 뉴욕에 오피스가 있으며 직원이 80명에 달한다고 하네요. 최근 작업으로 스웨덴의 통신사 Telia의 리브랜딩,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보안회사 Securitas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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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총 10개의 북유럽 브랜딩 에이전시를 살펴봤는데요, 북유럽 스타일에 대해 감이 오시나요?

제가 느끼는 북유럽 스타일 브랜딩의 특징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정리해봤어요.





  1. Minimal, Minimal, Minimal : 북유럽 가구의 특징 중에 하나가 극도로 절제된 조형미죠. 로고 디자인도 마찬가지로 군더더기를 제거한 지극히 심플한 디자인이 많아요. 색상 역시 미니멀을 지향해서인지 블랙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2. Geometric Design : 미니멀의 연장선상이기도 한데요, 기하학적인 심볼이 많습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비슷비슷한 느낌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3. Typography : 기본적으로 서체 디자인을 함께 하는 브랜딩 에이전시들이 많아요. 전용서체 디자인은 물론이고, 개성있는 서체를 적용한 워드마크 디자인이 많습니다.
  4. Design System : 미니멀한 디자인을 커버하기 위해서인지 디자인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어요. 소재의 물성과 인쇄환경까지 고려한 디자인 시스템은 미니멀한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북유럽 스타일 디자인은 최근 브랜딩 트렌드와도 결을 같이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많이 보이고 있어요. 다만, 북유럽 디자인의 독특하면서도 조화로운 타이포그래피는 우리나라가 아직 따라잡기 힘든 부분인 것 같아요. 또 디자인 시스템 역시 깊이 있고, 디테일이 뛰어나 있어 본받을 만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북유럽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은 지양하세요. 브랜드의 속성에 따라 북유럽 스타일이 맞는 경우도 있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한솥의 브랜딩이 아쉬워요. 심볼과 로고 자체는 아름답지만, 한솥 브랜드의 정체성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또 미니멀한 디자인이 보기는 쉬워 보이지만, 실제 개발하기는 정말 어려운 점, 알고 있죠? 북유럽의 브랜딩 에이전시들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미니멀한 브랜딩에 대한 팁을 얻어 보세요.

2022 SEP